만화 주인공이 촛불 비판?…박사모 농락한 '가짜 뉴스'

"저명한 외국 학자들이 탄핵 정국 비판했다" 알고보니 페이크 뉴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영국과 일본의 정치학자들…한국의 비정상적인 탄핵운동과 시위현장 지적"
"영국 교수 '한국 언론, 합법적인 절차를 걸쳐 보도해야 할 것"
"사랑 노래를 하는 BBC 경제 섹션 앨런 스미스의 칼럼"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화면 캡처)
지난 2016년 12월 10일께 "영국과 일본의 저명한 정치학자가 탄핵 운동과 시위 현장을 지적했다"는 내용의 뉴스가 박사모와 박근혜 대통령 지지자들을 통해 페이스북 등 SNS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2016년 11월 27일'에 작성됐다고 표기된 이 뉴스에는 "기사 작위를 하사받은 영국의 정치학자 아르토리아 펜드래건이 한국 하야 시위의 목표가 불분명한 점을 지적했다"는 표현이 들어 있었다.

이 기사에는 "히키가야 하치만은 한국의 대통령 하야운동을 지적하며 대단히 이해불가한 움직임이라고 말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러나 이 뉴스 속 아르토리아 펜드래건과 히키가야 히치만은 학자가 아니다. 각각 게임과 만화 속 인기 캐릭터다. 페이크 뉴스, 이른바 가짜 뉴스인 것이다.


지난해 12월 4일에는 박사모에 "좌빨 언론의 선동질…. 치가 떨린다"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글에는 "영국 교수 '한국 언론,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보도해야 할 것'" 기사가 첨부됐다.

(사진=박사모 홈페이지 화면 캡처)
이 기사에는 "아우구스트그라드 대학교와 아크튜러스 멩스크 교수"라는 캡션이 달린 사진도 포함됐다.

글을 올린 '보***'은 "세계에서 내로라 하는 대학의 교수도 '좌빨' 언론의 패악을 주의하라고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부디 대한민국의 중심을 지켜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적었다.

포털 사이트 뉴스 포맷을 정교하게 흉내낸 이 기사 역시 가짜 뉴스다. 아크튜러스 멩스크는 게임 속 인물이다.

이처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한 탄핵 정국에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보내고 있는 박사모를 겨냥한 '가짜뉴스'가 횡행하고 있다. 박사모는 내용도 확인하지 않은 채 자신들을 홍보하는 자료로 무분별하게 퍼날랐다.

게임과 만화 캐릭터 이름을 전문가로 둔갑시키는 데 이어 노랫말을 이용한 '가짜 외신'도 눈에 띈다.

지난해 12월 11일께는 "영국 언론 BBC에서 어제(12월 10일) 열린 촛불집회를 보고 선동당한 국민들이 만든 최악의 결과라고 비판했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모습을 공유한 후 아래에는 영문 기사를 첨부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화면 캡처)
앨런 스미스(Alan Smith)라는 인물이 촛불집회를 비판했다는 문장으로 시작한 이 글은 그러나 정작 스미스 씨의 발언에는 비틀즈의 명곡 'Yesterday' 가사로 채워져 웃음을 유발한다.

하지만 박사모 회원 중에는 이를 알아보지 못한 채 해석을 요구하거나 일단 공유하고 보는 회원들이 많았다.

페이크 뉴스(fake news) 유통은 온라인에 누구나 글을 올릴 수 있는 SNS 등 채널이 늘어나면서 더욱 활발해졌다.

이에 대해 한진만 강원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4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사람은 자기가 믿는 만큼 본다"며 "언론이 만든 뉴스가 아니기에, '가짜 뉴스'에 윤리적·도덕적 잣대를 들이댈 순 있겠지만 이번 건의 경우 해프닝 정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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