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 관계자는 4일 "내일 재판에서 화끈한 게임이 펼쳐질 것"이라며 "탄핵소추안이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구성됐다는 것을 확인시키겠다"고 단언했다. 지난달 헌재에 제출한 "탄핵소추안에 기재된 대통령의 헌법·법률 위배 행위는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는 답변서 기조 그대로다.
박 대통령 본인도 같은 논지로 장외 여론전을 편 상태다. 지난 1일 기자간담회에서 박 대통령은 "헌재에서 이번만큼은 허위가 완전히 거둬졌으면 한다", "완전히 엮은 것", "전혀 알지 못하는 일" 등의 말을 쏟아냈다.
2차 변론에 대한 박 대통령 측의 자신감에는 신문 대상 증인들 입에서 불리한 진술이 나올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심판정 출석 대상은 '문고리 측근'(이재만·안봉근 전 비서관)이거나 현직 청와대 참모(이영선·윤전추 행정관)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 박 대통령 측 주장에 반하는 정황과 진술이 지속적으로 등장해, '모르쇠 전략'이 얼마나 효용성을 가질지 알 수 없다.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모금,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등 의혹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진술이 이어졌고, 최순실이 국정에 개입한 정황이 담긴 통화녹음도 특별검사가 증거로 확보했다.
특히 최순실과 주요 참모진들이 하나같이 "대통령 지시·부탁에 따라 문제되는 행위를 했을 뿐"이라며 박 대통령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어, 모르쇠 전략만으로는 오히려 의구심만 키울 수 있다.
대통령 측 대리인단 참여가 거론됐던 한 변호사는 이같은 '전면 부인' 전략에 반대해 합류를 거부하기도 했다. 검찰 출신인 해당 변호사는 "참여를 제안받았을 때 '대리인단의 변론 방향이 내 생각과 달라서 못하겠다'고 거절했다"고 전했다.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는 자세로 신뢰도를 제고하면서, 사안의 중대성 여부로 본질을 따지는 식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2004년 탄핵심판 때의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기본적 사실 관계는 인정하는 정반대 전략을 선보였다. 핵심적 사안의 경우 공개된 장소에서 벌어진 사실이라 부인할 방법이 없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 측은 대신 그것들이 탄핵 사유까지는 안된다는 논지로 탄핵심판을 이겼다.
당시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지지 발언은 있었지만, 발언내용이 선거법 위반은 아니다 ▲측근들의 비리가 있었지만, 상당수가 대통령 취임 전 사건이고 대통령이 가담하지 않았다 ▲경제난 등 국정파탄이 사실이더라도, 정책결정상 잘못은 탄핵사유가 아니다 등의 변론을 폈다.
한편 5일 변론에 불출석하는 박 대통령이 향후 변론 때는 헌재 심판정에 나가는 등 대응에 변화를 꾀할 것이란 전망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 측 인사는 "불출석 방침은 대리인단이 앞서 밝혔고, 거기서 변화된 사항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