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기자회견에서 노감독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 취재진에게 "도와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했다.
김인식 WBC 대표팀 감독은 4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열린 기술위원회 뒤 기자회견에서 28명 명단과 50명 예비 명단에 일부 변화를 줬다고 밝혔다. 부상 선수들을 교체한 점이다.
일단 이미 수술을 받은 좌완 김광현(SK) 외에 포수 강민호(롯데)가 명단에서 빠졌다. 김 감독은 "강민호가 MRI 결과 무릎이 좋지 않아 잘못하면 수술까지 가야 하지 않나 한다더라"면서 "확실한 게 아니고 한 달 후에 MRI를 다시 찍어야 해 김태군(NC)으로 교체했다"고 밝혔다. 이어 "50인 명단에도 이재원(SK)가 수술 재활로 빠지고 이지영(삼성)을 넣었다"고 덧붙였다.
음주 파문을 일으킨 강정호(피츠버그)의 대체자도 결정됐다. 김 감독은 "김하성(넥센)을 28명 명단에, 오지환(LG)을 50인 명단에 넣었다"고 밝혔다. 이어 50인 명단 안에 외야수 김주찬(KIA)이 햄스트링 종양 수술을 받아 박건우(두산)가 들어왔다.
무엇보다 투수진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좌완 에이스로 꼽히는 양현종(KIA)도 합류가 불투명해졌다. 김 감독은 "양현종도 KIA 트레이너 보고에 의하면 재활을 하고 있고 봄에 스타트가 늦어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투수 부문은 확실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고 밝혔다.
주축이 될 메이저리거들의 합류도 미정이다. 김 감독은 "추신수(텍사스)는 수술 전력이 있고 고액 연봉자라 구단이 저어하고 있다"면서 "김현수(볼티모어)도 본인은 출전 의사가 있지만 구단이 반대하는데 만일 대회에 나섰다가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1월 중으로 MLB 사무국에서 의견이 오면 다시 회의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표팀 구성부터 난항이다. 김 감독은 회견 중 "대표팀이 그동안 여러 문제들이 있었지만 특히 이번에는 너무나 힘들다"면서 취재진을 향해 "여러분들이 많이 도와주셔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당부했다.
회견 뒤에도 김 감독은 취재진에게 "이렇게 대표팀을 구성하는 게 어려운 적이 있나 싶다"면서 "자칫 메이저리거들을 모두 빼고 대회를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고 혀를 내둘렀다. 다시금 김 감독은 "여러분들이 도와주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단 핵심은 오승환의 발탁이다. 오승환은 해외 도박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KBO로부터도 리그 복귀 시 한 시즌의 50%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오승환이 대표 자격이 없다는 반대 여론이 형성된 상황이다. 대표팀은 규약상 오승환을 뽑지 않을 이유가 없지만 명분이 다소 약한 게 사실이다. 김 감독이 취재진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한 이유다.
과연 대표팀이 어떤 전력으로 WBC에 나설까.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제출 기한이 오는 2월6일까지인 28명 명단과 50인 예비 명단에 대한 윤곽을 이달 중으로 마무리할 계획이다. 노감독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