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장녀가 자네를 '우리 편'으로 여기게 하다니"

시인 이승하, 후배 류철균에 "초심으로 돌아가라" 고언

'정유라 학점 특혜' 혐의로 긴급 체포된 류철균 이화여대 교수가 2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중앙지법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이승하 시인이 후배 문인 류철균(필명 이인화)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에게 쓴 편지가 화제다. 류 씨는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에게 특혜를 제공한 혐의로 3일 구속됐다. '오마이뉴스'는 이 시인의 편지 전문을 소개했다. 이 편지에서 이 교수는 지식인의 책무를 망각한 류 교수의 행태를 조목 조목 비판했다.

이 시인은 이 편지에서 "'영원한 제국' 같은 베스트셀러 소설을 쓴, '시인이 별'이나 '초원을 걷는 남자' 같은 좋은 소설을 쓴 자네가 필화를 입은 것도 아닌데 '긴급체포'되다니 안타깝기 이를 데 없네"라며 "그런데 이번 일은 참으로 유감이 아닐 수 없네.어찌 최순실의 딸에 그런 특혜를"이라고 유감을 표시했다.


류씨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찬양한 소설을 낸 것을 계기로 현 정부의 공직을 차지한, 기회주의적 태도를 짚었다.

"자네가 박정희 대통령을 존경하여 3권짜리 '인간의 길'을 낸 것을 두고 공적으로 비판하거나 가적으로 비난한 적은 없었지만 나와는 다른 '길'을 가는 동료 문인임을 절감하게 된 것은 사실일세. (중략) 그런데 박정희 전 대통령을 미화한 소설이 있다는 것을 안 그의 장녀가 자네를 '우리 편'으로 여긴 것은 비극의 제2막이 아니었을까. 자네는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의 민간위원과 청년희망재단 초대 이사 자리를 거절하지 않았지."

이 시인은 류 씨가 필명으로 사용한 염상섭의 소설 '만세전'의 주인공 이인화의 운명을 걷고 있는 것 같다며 지식인으로서 책무를 망각한 점을 지적했다.

"정작 주인공 이인화는 암담한 현실을 인식하고서도 이를 타개할 구체적 행동을 모색하지 않고 다시 동경으로 쫓기듯이 돌아가고 말지. 이것은 도피에 지나지 않은 것으로서 그 당시 다수 지식인의 한계를 보인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걸세. 자네는 소설 속 이인화의 길을 가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박근혜 정부에서도 두 자리 한 것이야 뭐 그렇다 치더라도 정유라 학생에게 불법적으로 점수를 준 것은 지식인의 책무를 망각한 처사라 아니할 수 없네.(중략) 그런데 자네는 박근혜 제국이 영원한 제국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가?"

이승하 시인은 지식인의 책무에 대해 다시 한번 묻고 류 씨가 초심으로 돌아갈 것을 권유했다.

"자네도 나도 지식인일세. 일제 강점기 때 이인화가 동경에 유학을 갔던 지식이었던 것처럼 말일세. 우리는 우리가 갖고 있는 이 '지식'을 무엇을 위해 써야 하는 것일까? 누구를 위해 써야 하는 것일까? (중략) 그리고 문학적 자서전 '문학이 있었기에 행복했던 그 순간순간들'의 마지막 문장, '세상이 너무도 많이 변했지만 그 때 문학에 대해 가졌던 그 초심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다'라는 말도 잊지 않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네. 문학에 대해 경외감을 갖고 있던 그 초심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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