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인은 이 편지에서 "'영원한 제국' 같은 베스트셀러 소설을 쓴, '시인이 별'이나 '초원을 걷는 남자' 같은 좋은 소설을 쓴 자네가 필화를 입은 것도 아닌데 '긴급체포'되다니 안타깝기 이를 데 없네"라며 "그런데 이번 일은 참으로 유감이 아닐 수 없네.어찌 최순실의 딸에 그런 특혜를"이라고 유감을 표시했다.
류씨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찬양한 소설을 낸 것을 계기로 현 정부의 공직을 차지한, 기회주의적 태도를 짚었다.
"자네가 박정희 대통령을 존경하여 3권짜리 '인간의 길'을 낸 것을 두고 공적으로 비판하거나 가적으로 비난한 적은 없었지만 나와는 다른 '길'을 가는 동료 문인임을 절감하게 된 것은 사실일세. (중략) 그런데 박정희 전 대통령을 미화한 소설이 있다는 것을 안 그의 장녀가 자네를 '우리 편'으로 여긴 것은 비극의 제2막이 아니었을까. 자네는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의 민간위원과 청년희망재단 초대 이사 자리를 거절하지 않았지."
이 시인은 류 씨가 필명으로 사용한 염상섭의 소설 '만세전'의 주인공 이인화의 운명을 걷고 있는 것 같다며 지식인으로서 책무를 망각한 점을 지적했다.
"정작 주인공 이인화는 암담한 현실을 인식하고서도 이를 타개할 구체적 행동을 모색하지 않고 다시 동경으로 쫓기듯이 돌아가고 말지. 이것은 도피에 지나지 않은 것으로서 그 당시 다수 지식인의 한계를 보인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걸세. 자네는 소설 속 이인화의 길을 가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박근혜 정부에서도 두 자리 한 것이야 뭐 그렇다 치더라도 정유라 학생에게 불법적으로 점수를 준 것은 지식인의 책무를 망각한 처사라 아니할 수 없네.(중략) 그런데 자네는 박근혜 제국이 영원한 제국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가?"
이승하 시인은 지식인의 책무에 대해 다시 한번 묻고 류 씨가 초심으로 돌아갈 것을 권유했다.
"자네도 나도 지식인일세. 일제 강점기 때 이인화가 동경에 유학을 갔던 지식이었던 것처럼 말일세. 우리는 우리가 갖고 있는 이 '지식'을 무엇을 위해 써야 하는 것일까? 누구를 위해 써야 하는 것일까? (중략) 그리고 문학적 자서전 '문학이 있었기에 행복했던 그 순간순간들'의 마지막 문장, '세상이 너무도 많이 변했지만 그 때 문학에 대해 가졌던 그 초심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다'라는 말도 잊지 않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네. 문학에 대해 경외감을 갖고 있던 그 초심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