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은 잘못이 없다고 생각될 때, 자신은 누구보다도 똑똑하고 옳다고 생각될 때, 그 사람은 자기 자신을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이 국민을 걱정해야 하는데 국민이 대통령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 요즘 우리 사회다."
"내용이 잘못 알려지면 설명해야지 취재를 막아서는 안 된다."
이는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행보를 곱씹어보게 만드는 발언들이다. 박 대통령은 신년 벽두에 급작스럽게 '의혹 전면 부인' 기자간담회로 여론전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노트북 컴퓨터나 카메라 소지를 불허하면서 기자 취재를 제한했다. 반면 3일 개시된 헌법재판소의 1차 변론기일에는 불출석해 공식 법리다툼은 피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발언의 화자(話者)다. 하나같이 박 대통령을 겨냥한 듯한 이 말들은 정치적 반대파가 아니라, 박 대통령 본인의 입에서 나왔던 것들이다.
"자신은 잘못이 없다고 생각될 때…자기 자신을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라는 말은 자서전 '고난을 벗 삼아 진실을 등대 삼아'에 수록된 1982년 1월10일자 일기에 적혀 있다.
"국민이 대통령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 요즘 우리 사회"라는 말은 2007년 1월26일 특강에서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비판하면서 내놨다.
박 대통령은 당시 이 발언과 함께 "무엇 하나 책임지지 않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서 (청중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셨느냐", "국민을 무서워하고 두려워하는 대통령이 아니다" 등의 비판을 이어갔다. 야권으로부터 똑같은 비판을 듣고 있는 박 대통령의 처지는 참으로 공교롭다.
"내용이 잘못 알려지면 설명해야지 취재를 막아서는 안된다"는 언급은 2007년 6월2일 한나라당 대선경선 도중 언론사 보도·편집국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놓은 집권 포부였다.
이때 박 대통령은 "아버지는 매달 기자들과 오찬을 할 정도로 언론에 문을 열었다", "언론과 정치가 긴장감을 유지할 때 국가 지도자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말도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지난해 3차 대국민 담화 때 "가까운 시일 안에 소상히 말씀드리겠다"는 말만 남기고 기자단의 질문을 회피했다.
이로부터 33일 동안 아무 해명이 없다가, 지난 1일 행사 시작 30분 전 간담회 개최를 취재진에 긴급 통보했다. 취재도구로는 수첩과 펜만 허용됐고, 각 언론은 청와대 전속촬영팀이 찍은 동영상과 사진만 활용할 수 있었다. 일정에 없던 간담회 강행과 취재 제한은 '언론에 문을 연' 행보로 평가될 수 없다.
박 대통령의 말들은 각각 35년과 10년의 세월을 지나 고스란히 박 대통령의 등 뒤에 비수로 꽂힌다. 박 대통령은 '나는 잘못 없다'는 고집으로 '국민을 걱정'케 하고, '소통의 문'을 닫아걸지는 않았는지 곱씹어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