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비대위원장은 이날 당사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누가 누구를 청산하느냐'고 따진 서 의원의 전날 편지를 거론하며 "스스로 책임져달라고 한 것이 인위적인 청산이냐"고 반박했다.
한때 친한 사이였던 서 의원의 편지 건에 대해 "당 대표에 대한 무례한 일, 인간 인명진에 대한 무례한 일, 내가 평생 살아오거나 민주화 운동을 해왔던 역사나 서 의원이 나한테 그렇게 무례하게 하면 안 된다"며 서운한 감정을 피력했다.
이어 "어린애도 아니고 이분들 친박(親朴) 아닙니까"라고 따져 물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친했으면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국민적 책임 이전에 박 대통령과의 의리를 생각해서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 같았으면 할복했을 일"이라며 탄핵 이후 통상적인 활동을 이어가는 친박계를 비난했다. 2선 후퇴 약속을 하고도 지난 1일 회동을 가진 의원들도 도마에 올랐다.
서 의원과 최경환, 윤상현, 조원진 의원 등을 거론한 셈이다. 그러면서 탈당 요구를 버티는 친박계를 '악성 종양'에 빗댔다. 인 비대위원장은 "비상대책위원회는 정당응급실"이라며 "진단을 해보니 큰 악성 종양이 있는 것. 이것 수술하지 않으면 금방 죽는다"고 지적했다.
반면 탈당 입장을 밝힌 의원들로 이정현 전 대표와 홍문종 의원 등을 분류하며 두둔했다. 다른 친박 의원들도 이들처럼 탈당하라는 얘기다.
자신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도 끌어들였다. 김 전 대표가 지난 총선 공천권을 행사했던 것과 상반되게 자신은 계파도 없고 중립적임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친박계가 인 비대위원장에 대해 품고 있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의 결탁설(說)도 조목조목 반박됐다. 인 비대위원장은 "내가 충청도 사람인 것 여기 와서 알았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충북. (충남과 충북이) 연합해서 반 전 총장을 (옹립)할라 그런다고 하는데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 비대위원장의 고향은 충남 당진이다.
반 전 총장이 자신의 도적적 기준과 맞아야 영입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는 "우리 당의 도움 없이는 아무도 대통령이 될 수 없다. 선택권이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개혁보수신당(가칭)의 잠재적 대권주자인 유승민 의원을 겨냥해선 "그 사람이 2~3년 전에 뭐하던 사람이냐. 우리 당에 그만한 인물 많다"고 깎아내렸다.
개혁신당 측에 대한 강한 반감도 드러냈다. "똥을 싸고 안 싼 듯 도망갔다", "금수저로 태어나 어려움 없이 자란 사람들이 무슨 서민보수냐"는 등의 거친 언사도 터져 나왔다.
특히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에 대해선 "2년 간 당 대표를 했던 사람은 책임이 없느냐"며 인적청산 대상으로 지목했다.
지난 1일 탈당 의사를 밝힌 이명박(MB) 전 대통령에 대해선 조롱에 가까운 비판이 제기됐다. 인 비대위원장은 “MB가 당을 위해서 짐을 덜어드려야겠단 큰 결단을 하신 걸로 이해한다”고 했다. 안그래도 MB의 이미지가 부정적이었는데 나가줘서 오히려 잘 됐다는 얘기다.
당초 인 비대위원장은 신당 인사 1명의 정계 은퇴를 받아내면 친박 핵심 중 1명을 퇴출하는 식의 인적청산을 구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서청원 의원과 최경환 의원 등 친박 핵심들이 탈당을 거부하면서 사실상 무산된 상태다.
이날 인 비대위원장을 면담한 친박계 원로 중 이인제 전 의원은 인적청산 방침에 대해 "민주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오는 6일로 못 박았던 인적청산 대상자의 실행이 없을 경우 거취에 대해선 "살 날이 많은데 두고 보자"며 말을 아꼈다. 인 비대위원장은 오는 8일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