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들은 애플이 운전 중 아이폰 6 플러스의 페이스타임 기능을 작동 불능(lock-out; 잠금) 시키는 기술을 갖고 있으면서도 이를 적용하지 않아 사고를 유발했다고 주장하고 나서, 미국 현지 언론들이 소송의 향배에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현지시간으로 2일 미국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사고는 지난 2014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발생했다. 모디셋 씨 부부는 두 딸을 태우고 토요타 캠리를 운전 중이었고, 전방에 경찰이 교통 통제를 하고 있어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뒤따라오던 가해 운전자는 자신의 아이폰 6 플러스로 페이스타임 영상통화를 하는 중이었다. 그는 앞서가던 캠리의 브레이크 등이 켜지는 것을 보지 못했고, 결국 2톤이 넘는 SUV가 시속 65마일(약 100km/h)의 속도로 모디셋 일가의 캠리를 덮쳤다고 현지 언론은 전하고 있다.
이 사고로 모디셋 일가 4명이 모두 다쳤고, 특히 뒷좌석에 타고 있던 5살 소녀 모리아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이 사고로 가해 운전자는 살인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며, 모디셋 부부는 이와 별도로 사고 2주기를 맞아, 미국 산타클라라 고등법원에 애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선탑재 돼 있는 페이스타임 앱이 사용자가 자동차를 운전 중인 상태를 판별해 낼 수 있는지와 이 앱을 자동으로 잠글(lock-out) 수 있는지 여부다.
모디셋 부부는 소송장에서, 아이폰이 내장된 GPS와 가속도계를 통해 현재 이동 중인지 여부와 이동 속도를 감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애플이 지난 2008년 잠금(lock-out) 기능에 대한 특허를 낸 것도 주행 중 페이스타임 사용의 위험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책임을 묻고 있다.
그러나 뉴욕타임즈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애플 측은 운전 중 잠금기능을 설정할 경우, 자동차나 버스, 기차를 타고 있는 승객의 스마트폰까지 잠그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운전 중에는 스마트 폰을 끄거나 비행모드로 전환시키는 것이 좋지만, 페이스타임 등 스마트폰 앱에 대한 사용 여부는 전적으로 운전자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한편, 운전 중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한 사고는 빈발하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한 십대가 운전 중 문자 메시지를 보내다 추돌 사고를 냈고, 스마트폰 게임 ‘포켓몬 고’를 하던 운전자가 차량을 들이받는 사고도 미국에서 최근 잇따라 발생했다.
실제로 뉴욕타임즈는 지난해 상반기 고속도로 사망사고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0.4%나 증가했고,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이 ‘인터넷에 연결된 스마트폰 앱 사용’이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