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반기문 버리고 '황교안 카드' 저울질

친박계, 인명진 ‘불신임’ 기류…“潘 믿고 친박 청산 획책”

새누리당 친박계 수뇌부에서 차기 대권주자로 황교안 국무총리를 내세우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사진=이한형 기자)
‘황교안 카드’는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 ‘불신임’ 기류와 맞물려 있다. 친박계는 인 비대위원장이 ‘인적청산’ 드라이브를 건 배경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영입하려는 포석이 깔려 있다고 보고, 두 사람을 싸잡아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친박 '맏형' 서청원 의원은 2일 입장 발표문을 통해 인 비대위원장의 탈당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반 전 총장을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탈당만은 불가하다는 입장과 같다. 이 같은 친박계의 강공은 인 비대위원장의 퇴진도 불사하겠다는 것이어서 ‘2차 탈당’ 등 강한 내분이 예상된다.

◇ 서청원‧최경환 ‘펄쩍’, “인명진, 潘과 짜고 배신”

친박 서청원·최경환 의원이 인 비대위원장 불신임 기류를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1일 비공개 만찬에서 오는 6일까지 탈당하라고 최후통첩을 한 인 비대위원장을 성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 비대위원장을 비판 발언은 2일에도 터져나왔다. 여권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탈당하라는 말은 헛소리”라고 반발했다. 서 의원과 가까운 한 여권 인사는 인 비대위원장을 지목해 “손님을 초대했더니 신발 벗자마자 주인더러 ‘너 나가’라고 하는 격”이라며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서 의원도 이날 "분열과 배제를 통해 진정한 개혁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인지 비대위원장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며 탈당 불가 방침을 시사했다.

최 의원도 마찬가지다. 그는 이날 대구시‧경북도당 신년교례회에서 “국민들이 이제 그만이라고 할 때까지 반성하겠다”면서도 “마지막 1인이 남을 때까지 당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친박 핵심들은 이정현 전 대표의 탈당도 독자 행동으로 규정했다.

대구‧경북(TK)를 중심으로 한 친박 본류는 ‘충청의 반란’을 의심하고 있다. 충남 당진 출신인 인 비대위원장이 충북 음성 출신인 반 전 총장과 수도권‧충청권 의원 등과 짜고 TK만 배제한 ‘반기문 옹립’ 모의를 했다는 의혹이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 배짱의 배경…‘TK+비례대표 40석, 황교안’

친박 핵심이 수도권‧충청권의 인적청산 요구를 버틸 수 있는 배경에는 여권의 텃밭인 TK 지분에 대한 확신이 존재한다.

한 TK 의원은 “반 전 총장이 집권하려면 제3지대에서 빅-텐트를 쳐야 하는데 역대 대선에서 여권 주자가 TK 없는 구도를 짠 전례가 없다”고 주장했다. 역대로 충청권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했지만, 친박이 TK를 중심으로 스크럼을 짤 경우 역(易)캐스팅보터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때문에 친박계는 최악의 경우 인 비대위원장의 퇴진과 함께 범(凡)친박 의원들이 대거 탈당하는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TK 소속 20여명과 비례대표 17명 등 40석 안팎의 규모로 독자세력화하는 상황까지 감수할 계획이다.

반 전 총장을 배제한 친박당의 독자 후보로는 황 총리와 이인제 전 의원, 김관용 경북지사 등이 거론된다. 친박계 재선 의원은 “이념 지향이 애매한 반 전 총장보다 확실한 보수 성향의 황 총리가 새누리당 대권주자로 더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사진=박종민 기자)
◇ 여권 분열 ‘3파전’…潘 VS 새누리 VS 비박신당

황 총리와 TK를 기반으로 한 독자세력화를 꾀한 친박계의 계획은 여권이 3개 세력으로 분화된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반 전 총장이 새누리당과 개혁보수신당(가칭) 양측 모두에 입당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기대고 있다. 친박 나름의 독자 후보를 내고, 보수신당도 유승민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중 한 명을 후보로 내면 반 전 총장과 최종 보수대연합 경선을 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친박계 핵심을 배제한 새누리당에 반 전 총장을 영입하려는 인 비대위원장과 정우택 원내대표 등의 구상과 정면으로 부딪힌다. 인적청산 반발을 명분으로 반 총장파(派)가 2차 탈당을 감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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