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으로 잡은 정유라, 조기 송환 가능할까

범죄인 인도 소송땐 장기화 우려…여권 취소땐 추방 가능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가 아들로 추정되는 세 살짜리 아이, 보모 등과 함께 덴마크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사진=자료사진)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가 아들로 추정되는 세 살짜리 아이, 보모 등과 함께 덴마크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이에 따라 정 씨와 관련한 이화여대 학사 비리 수사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2일 경찰청은 "덴마크 경찰이 정유라를 포함한 4명을 덴마크 현지시각으로 1일 오후 10시쯤(한국 시간 2일 오전 4시) 검거했다는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전문을 오늘 접수했다"고 밝혔다.

덴마크 경찰은 덴마크 북부 올보르그시 외곽의 한 주택에 머물고 있던 정 씨를 불법체류 혐의로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체포 현장에는 정 씨의 아들로 추정되는 세 살난 아이와 동행인 2명이 함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동행인 중 한 명은 정 씨 아들을 돌보는 보모로 추정된다.

특검팀도 이날 오전 "덴마크에서 정유라가 체포됐고 특검은 정유라의 신속한 송환을 위해 관계기관과 협조 중"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앞서 박영수 특검팀은 정 씨의 신병 확보를 위해 업무방해 협의로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 받았다. 이어 외교부의 협조를 얻어 여권 무효화 조치를 취했으며, 지난달 27일에는 경찰청을 통해 인터폴에 긴급체포까지 가능한 적색수배 조치를 요청했다.

하지만 정 씨의 여권이 아직 유효하고, 적색수배도 발효 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특검의 일련의 조치들이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특검팀 관계자도 "체포 과정에서는 특검이 지금까지 조치한 바와 상관없이 진행된 듯하다"고 인정했다.

(사진=중앙일보 제공)
정 씨의 여권이 유효할 경우 불법체류 혐의가 인정되지 않아 덴마크 경찰은 24시간 안에 정 씨를 풀어줘야 상황.

이에 특검은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이날 법무부와 외교부, 경찰청 등과 협조를 통해 '긴급인도구속' 요청을 할 방침이다.

'긴급인도구속' 조치는 외국에 있는 범죄인의 송환 절차가 길어질 경우 도주 우려 등을 고려해 우선 현지 사법기관이 신병을 확보해줄 것을 요청하는 조치다.

정 씨가 특검의 여권 무효화 조치로 인해 불법체류자 신분이 되면 조기 송환이 가능하다. 불법체류자일 경우 덴마크 경찰은 최장 72시간 구금 후 강제추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 인터폴에 적색 수배가 발효된 상황이라면 정 씨를 긴급체포할 수 있게 된다.

특검팀이 앞서 취한 조치들이 앞으로 송환 과정에서 효과를 볼 것이라고 언급한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 이화여대 학사비리 수사 급물살 '기대'

정 씨가 국내로 소환되면 이화여대 학사비리 수사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정 씨는 지난 2014년 이화여대 입학 면접 현장에 아시안 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고 가는 등 업무 방해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은 앞서 정 씨에게 학점특혜를 준 혐의로 유철균 이화여대 교수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이화여대와 최경희 전 총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유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 심사는 이날 오후 3시에 시작해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중이다.

특검 또 정 씨에게 성적 특혜를 주도록 부당하게 영향을 행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는 이인성 의류산업학과 교수, 이원준 체육과학부 학부장의 사무실과 자택도 압수수색했으며, 조만간 소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 정유라 송환 불응시, 유섬나 씨 사례 재연 우려

(사진=중앙일보 제공)
하지만 특검이 정 씨 소환에 있어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정 씨가 범죄인 인도 등에 반발해 법적 대응에 나설 경우 송환 여부 결정이 수개월 내지 1년 이상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특검팀의 수사 기간은 1차로 70일, 1회 연장되면 최대 100일로, 늦어도 내년 3월 말까지는 수사를 마쳐야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2년 반 넘게 송환 거부 소송을 벌이고 있는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녀 유섬나 씨의 사례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편 정 씨의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정 씨가 귀국하면 특검의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력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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