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나를 완전히 엮은 것"…최순실·뇌물죄 모두 부인(종합)

긴급 기자간담회 열어 조목조목 반박 "너무나 많은 왜곡, 허위 남발"

박근혜 대통령.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탄핵소추 의결로 권한행사가 정지당한 박근혜 대통령이 2017년 첫날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열어 '최순실 의혹' 전반을 부인했다. 최순실 사태의 핵심 당사자인 박 대통령이 언론을 상대로 직접 여론전에 나선 양상이어서 적절성 논란이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1일 오후 1시30분 무렵부터 40여분 동안 청와대 상춘재에서 출입기자들을 만났다. 간담회 일정은 행사시작 30분 전에 급작스럽게 공지됐다. 박 대통령의 대외접촉은 지난달 9일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 이후 23일만이다.

지난해 11월29일 3차 대국민담화 때 기자들의 질문을 피하면서 "이번 (최순실) 사건에 대한 경위는 가까운 시일 안에 소상히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던 박 대통령은, 해를 넘겨 이날에야 기자들을 만났다.

박 대통령은 우선 "보도라든가 방송에 나오는 것을 보면 너무나 많은 왜곡, 오보, 거기에다 허위가 그냥 남발이 돼 종잡을 수가 없다"며 "오해가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왜곡된 것이 또 오보를 재생산하까 마음이 답답하다"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세월호 참사 7시간 의혹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그날 정상적으로 이 참사, 사건이 터졌다는 보고를 받으면서 계속 체크하고 있었다"며 "그날은 마침 (대외) 일정이 없어서 구조 지시하고 보고받으면서 하루 종일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할 것은 다 했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어느 날 갑자기 '밀회를 했다'는 식으로 나가니까 얼마나 기가 막혔는지 말도 못한다. (헌재 심판에서) 이번만큼은 허위가 완전히 거둬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용시술 의혹은 "상식적으로 그게 어떻게 가능하겠느냐"고, 당일 '보안손님' 존재 여부에는 "그날 다른 일을 어떻게 상상할 수가 있겠느냐"고, 관저에서 본관으로 이동하지 않은 이유는 "(그런 것보다) 현장이 잘 돌아가도록 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고 반박했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과의 공모 여부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은 공모라든가, 어떤 누구를 봐주기 위해서 한 일은 손톱만큼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건 아주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을 놓고 뇌물죄 의혹이 불거진 것과 관련해서는 "완전히 (검찰이) 엮은 것"이라며 "그 누구를 봐줄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었고, 제 머릿속에 아예 없었다. (헤지펀드 공격에) 국민연금이 잘 대처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이 회사를 도와주라' 그렇게 (국민연금에) 지시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최순실이 대통령과의 친분을 바탕으로 국정을 농단했다는 의혹에는 "(최순실이) 지인은 지인이지만 모든 것을 다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의 책무도 있고, 또 판단도 있다. 어떻게 지인이라는 사람이 여기저기 다하고, 뭐든지 엮어 가지고 이렇게 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부인했다.

'최순실이 추천한 자가 장관에 취임하더라'는 차은택씨의 증언에 대해서는 "추천이야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검증도 하고 잘 할 것 같은 분을 선택하는 거지, 누구를 봐주려고 하지는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인사를) 했다"고 말했다.

진보적 문화계 인사를 겨냥한 '블랙리스트' 작성 논란을 놓고는 "전혀 모르는 일이다. 보도를 보니까 굉장히 숫자가 많던데, 전혀 알지 못하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백옥주사 등의 상습 투약 여부에 대해서는 "모든 사람이 사적 영역이 있지 않느냐"면서 "대통령이 이런 약을 먹었다는 것을 다 까발리는 것은 너무나 민망하지 그지없다. 사적 영역으로 인해서 국가에 손해를 입힌 적은 한번도 없었다고 생각한다"며 답변을 피했다.

박 대통령은 한편 특검의 출석 요구 등에 "연락이 오면 성실히 임할 생각이 있다"면서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전격적으로 실시된 간담회는 박 대통령이 특검 수사와 탄핵심판 대비를 본격화한 것으로 이해된다. 탄핵심판 피소추자, 형사피의자라는 자신의 신분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고 나선 셈이다.

이같은 대외 행보는 방어준비를 상당히 마쳤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거나, 며칠 뒤 탄핵심판 본격화를 앞두고 여론의 반응을 확인할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순실 사태의 핵심 당사자인 박 대통령이 권한정지 상태에서 기자들을 예고없이 불러모아 자신의 '무고'를 강조한 점은 논란 소지가 있다. 중요한 수사와 재판을 앞두고 박 대통령이 직접 여론전에 나선 셈이 되기 때문이다.

2004년 탄핵심판을 받았던 노무현 당시 대통령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노 전 대통령의 경우도 권한정지 상태에서 기자들과 등산을 한 적이 있지만, 탄핵심판 문제 등 자신의 신변에 대해 '언론 플레이'를 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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