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6,083명의 관중이 고양실내체육관을 찾았다. 홈팀 오리온의 올시즌 한경기 최다관중 기록이 쓰여졌다. 오리온은 SK의 신인 포워드 최준용의 '위닝 블록슛'에 막혀 74-77로 패했지만 오리온 홈팬들은 패배의 아픔을 잠시 접어두고 농구 코트에서 양팀 선수들과 함께 새해맞이 카운트다운을 함께 즐겼다.
한해의 마지막날 밤 10시에 경기를 개최해 팬들이 농구장에서 새해를 맞이할 수 있도록 한 이번 이벤트는 지난 19일 사무국장 회의에서 나온 아이디어였다.
이같은 아이디어가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것은 아니다. 예전에도 논의는 있었다. 올해는 실행에 옮기기로 결정을 내렸다. 마침 경기가 예정됐던 오리온과 SK가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오리온은 대구에서 프렌차이즈를 옮긴 이후 가족 중심의 팬 동원으로 지역사회의 호응을 얻고 있는 구단이다. SK는 수년동안 리그 관중 동원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인기 구단. 팬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돼 있는 구단들이다.
밤 10시 경기 편성이 알려진 이후 현장 관계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처음에는 생소한 밤 10시 경기에 당혹감을 나타냈지만 취지를 이해한 다음에는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타팀 감독들도 "우리도 기회가 된다면 팬들을 위해 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코트는 뜨거웠다. 양팀 선수들은 마치 포스트시즌을 보는 것 같은 뜨거운 분위기에서 명장면들을 연출해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KBL 관계자는 "사상 처음으로 시행한 자정 경기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 하지만 오리온과 SK, 고양시의 애정어린 노력과 관심으로 예매티켓이 조기에 마감되고 경기장에서도 입석이 판매되는 등 성황리에 행사가 마무리됐다"며 고무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어 "프로야구의 어린이날 서울 더비, 프로축구의 슈퍼매치 등 KBL에서도 전통으로 삼을만한 특별한 이벤트가 절실했으며 시즌 중 해를 넘기는 농구 종목의 특성을 활용한 이벤트를 구상했다. 이번 경기의 성공을 계기로 프로농구는 물론 프로스포츠에서 다채로운 이벤트로 대중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KBL은 최근 몇년동안 팬들의 흥미를 끌어올리기 위해 여러 시도를 했다. 단신 외국인선수 제도의 재도입이라는 아이디어는 코트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평균 득점 올리기 등 심판 판정의 질이 개선되지 않은채 진행된, 자칫 농구 경기의 본질을 건드릴 수 있는 시도는 팬들의 비판을 받아왔다. 올시즌에는 KBL이 의도적으로 홈팀의 승률을 높이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현장의 의심을 받기도 했다.
송구영신 경기의 시작은 성공적이었다. 경기장에서 팬들과 함께 새해를 맞이하는 이벤트는 겨울 프로스포츠 종목인 프로농구와 프로배구만이 할 수 있다. KBL과 10개 구단이 모처럼 팬들을 위해 색다르고 흥미로운 이벤트를 내놓았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