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서 컵밥 나눈 세월호 유가족 "주는 기쁨에 뭉클"

'심야식당'서 카레밥 4160그릇 나눠

지난 31일 세월호참사 유가족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10차 촛불집회 현장에서 시민들에게 컵밥을 나눠주고있다. (사진=김광일 기자)
세월호참사 유가족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10차 촛불집회 현장에서 시민들에게 컵밥을 나눠줬다.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 등 10여개 시민사회단체 및 개인 자원봉사자들은 31일 오후 10시 30분부터 서울 종로구 통인동 커피공방 앞 천막에 '심야식당'을 차리고 시민들을 맞았다.

이들은 세월호참사가 일어난 2014년 4월 16일을 기리는 뜻으로 전날부터 준비한 4160그릇의 컵밥을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에게 나눴다.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던 집회 참가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천막에 들러 따끈한 카레, 김치 등이 담긴 컵밥으로 허기를 달랬다.

(사진=김광일 기자)
이날 배식에 참여한 유가족 권지혜(故이정수 어머니) 씨는 "그동안 촛불집회에 나와 진상규명에 목청을 높여주신 시민분들께 보답하는 마음으로 드린 것"이라며 "주는 기쁨에 뭉클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는 마음도 좋고 받는 분들도 너무 좋아하셨다"면서 "고맙다고 돈을 주시는 분도 있었는데 받지 않고 '아이들을 기억해달라'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지난 2014년 세월호참사 직후 전남 진도체육관과 팽목항 등에서 실종자를 기다리던 유가족들은 전국에서 몰려든 자원봉사자들이 차린 밥으로 끼니를 때웠다.

권 씨는 "그때는 밥이 코로 들어갔는지 입으로 들어갔는지 몰랐다"면서 "이제 참사 1000일이 다 돼가는데 지금은 시민들에게 무언가를 드릴 수 있어 기쁘다"고 덧붙였다.

홍영미(故이재욱 어머니) 씨는 "늘 마음만 있었는데 이런 기회를 통해 나눌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면서 "2017년에는 진상규명을 시작하고 희망을 얘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김광일 기자)
한편,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오후 7시쯤 열린 본집회 무대에 오른 미수습자 가족 박은미(46·허다윤 양 어머니) 씨는 "천 일이 다 되도록 돌아오지 못한 아이가 있다"며 "세월호를 인양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오늘 집에 가셔서는 사랑하는 가족에게 사랑한다고 하며 안아달라"고 흐느끼며 말했다.

박 씨는 희귀난치병 '신경섬유종' 증세로 인해 어지럼증을 호소하고 있다. 그런데도 참사 직후부터 계속 팽목항 주변에 설치된 천막에서 아이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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