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차례에 걸친 집회에서 누적 인원 1천만 명(주최 측 추산)을 돌파하며 시민들은 민주주의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1600여 개 시민사회단체연합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31일 열린 10차 촛불집회에 100만 명 이상이 모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오후 9시 기준으로 집계된 참가자 수만 서울 90만 명, 지역 최소 10만 명이며 집계중인 인원을 포함하면 110만 명은 거뜬히 넘는다고 주최 측은 설명했다.
지난 10월 29일부터 이달 24일까지 열린 1~9차 집회에 모인 890만 명을 더하면, 64일 동안 누적 인원 1천만 명이 모인 것.
이러한 집회 규모는 우리나라 역사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진기록이다. 87년 6월 항쟁의 참가자 수는 연인원 300만~500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
반면 경찰은 이날 오후 9시 45분 기준 서울 도심 촛불집회에 6만5천 명, 지방에는 1만8천 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했다.
또 "박근혜는 즉각 퇴진하라", "황교안은 사퇴하라", "김기춘을 구속하라", "우병우를 구속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주말에는 쉬고 싶다. 제발 좀 내려와라" 등의 구호도 이어졌다.
이날 집회는 '송박영신(送朴迎新, 박근혜 대통령을 보내고 새해를 맞음)'이란 표어를 내걸고 오후 7시부터 본집회, '하야 콘서트' 순서로 열렸다.
무대에 오른 세월호참사 미수습자 가족 박은미(46·허다윤 양 어머니) 씨는 "천 일이 다 되도록 돌아오지 못한 아이가 있다. 세월호를 인양해 달라"면서 "오늘 집에 가셔서는 사랑하는 가족에게 사랑한다고 하며 안아달라"고 흐느끼며 말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으로 알려진 연극 연출가 이해성 씨는 "21세기 대명천지에 검열이라는 게 있을 수나 있는 일이냐"며 "청와대는 지금 헌법과 법률을 유린한 야만적 행위를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집회에 나온 시민 김가영(22·여) 씨는 취재진과 만나 "그동안 20대들이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고 마음이 아팠다"면서 "새해 마지막 날까지도 국민들이 모여 한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전날 부산에서 올라왔다는 박규연(22·여) 씨는 "지난 9차례 집회에서 촛불을 든 시민들이 자랑스럽다"면서 "집회가 계속돼야 헌법재판관들도 국민의 뜻을 의식해 제대로 판결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본집회와 하야 콘서트를 마친 시민들은 지난주 9차 집회 때와 마찬가지로 청와대와 헌법재판소, 총리공관 100m 앞까지 행진을 시작했다. 도착지는 광화문광장을 출발해 ▲청와대(효자동삼거리) ▲총리공관(우리은행 삼청동 지점) ▲헌법재판소(낙원떡집) 등이다.
법원은 전날 보수단체와의 충돌을 우려해 금지했던 종로구 '안국역 4번출구'에 대해선 오후 10시 30분까지 행진을 허용했다.
퇴진행동 측은 타종행사 참가자들에게 양초와 팻말을 나눠주고 함께 박 대통령 퇴진 구호를 외칠 예정이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230개 중대 1만8400명을 시내 곳곳에 배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