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바쁜 특검, '거짓말·모르쇠'에 긴급체포 강수

문형표 이어 이인화 교수 '포승줄'…"증거인멸 우려"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본격 수사에 착수한 이래 적극적으로 강제 수사권을 발동하고 있다.

속도감 있게 수사를 진행해야 하는 입장에서 피의자들의 거짓 진술 등 수사 지연 행태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특검팀은 지난 27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작년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에 부당 압력을 가한 혐의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소환 조사하다 긴급체포했다.

전날인 30일엔 최순실(60)씨의 딸 정유라(20)씨의 이화여대 학사비리 의혹과 관련해 소설가 류철균(60·필명 이인화) 교수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다 역시 긴급체포했다.

특검팀이 본격 수사에 착수한 지 열흘 만에 벌써 두 명이나 포승줄로 묶은 것이다. 문 전 장관은 이날 새벽 '특검 1호'로 구속 신세가 됐다.

특검팀이 두 사람을 긴급체포한 이유는 증거인멸 우려다.


압수수색과 사전 조사를 통해 확보한 물증, 또 여타 진술 증거에 반해 거짓말을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 문 전 장관은 특검 조사에서 삼성물산 합병 찬성에 청와대의 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국회 국정조사 특위에서와 마찬가지 입장을 보인 것이다.

특검팀은 그러나 문 전 장관이 청와대 지시를 받아 부당하게 국민연금에 합병 찬성을 압박한 것으로 보고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도 "범죄 사실이 소명되고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류 교수 역시 그동안 정씨에 대한 특혜 제공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특검팀은 이대 관계자들의 진술 등을 통해 류 교수의 혐의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 교수는 앞서 연합뉴스와 통화에서는 "정씨가 최순실씨의 딸인지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특검 조사에서는 '최순실씨를 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이 두 사람을 긴급체포한 배경에는 심리적 압박을 가해 혐의 입증에 필요한 자백을 끌어내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향후 예비 피의자들에게는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명백한 물증과 배치되는 허위 진술을 할 경우 강력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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