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앞에 선 삼성 내부균열 조짐…수사 칼끝 이재용 정조준

'최순실 지원' 지시 정황…朴대통령 제3자 뇌물수수 핵심고리
'실행' 김재열 이어 '구상' 장충기 등 삼성 수뇌부 조사 임박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불거진 박근혜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의혹을 파고드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칼끝이 박 대통령과 함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겨누는 양상이다.

특검팀의 본격적인 수사를 앞두고 삼성그룹이 내부균열 조짐까지 보임에 따라 수사가 급진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검팀은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후 삼성그룹이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 최순실 씨 일가를 지원하는 과정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개입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31일 알려졌다.

삼성그룹의 최 씨 일가 지원이 이 부회장의 지시에 따른 조직적인 움직임이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이 지원 상황과 관련해 보고를 받았거나 세부 내용은 '적의 처리'하도록 묵인했을 개연성도 크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이 작년 7월 25일 청와대 안가에서 박 대통령과 단독 면담한 직후 그룹 임원들을 소집해 최 씨 일가에 대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는 제보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수사 당시에도 이런 부분에 의구심을 품었지만 결국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 내용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사실관계 확인과 뇌물 혐의 적용 여부는 특검팀으로 넘기자고 결론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그룹의 최 씨 일가에 대한 지원이 이 부회장의 지시에 의한 것으로 밝혀진다면 박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의 단독 면담에서 '부정한 청탁'을 했을 개연성이 그만큼 커진다.

두 사람이 단독 면담을 한 시점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주총회에서 양사 합병안이 가결된 지 8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시장의 예상을 뒤엎고 찬성표를 던진 게 합병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박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을 움직여 이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에 필수적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도와주고 그 대가로 최 씨 일가에 대한 삼성그룹의 지원을 요구했을 가능성에 특검팀은 주목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의 단독 면담에서 최 씨 일가의 지원을 요청했음을 보여주는 정황은 이미 드러났다.

안종범 당시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당일 기록한 업무 수첩에 "제일기획 김재열 사장.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 협조 요청"이라는 문구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삼성전자가 작년 10월∼올해 3월 최순실 씨 조카 장시호 씨가 운영하는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2천800만원을 후원한 게 박 대통령의 요청에 따른 것임을 시사하는 정황이다.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은 당시 삼성전자의 영재센터 지원에 관여했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이 임원회의에서 최 씨 일가에 대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정황 외에도 이 부회장이 최 씨 지원에 개입했음을 시사하는 제보를 여럿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사정에 밝은 사람들에게서 나온 이들 제보는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특검팀은 보고 있다. 특검팀의 칼날 앞에 선 삼성그룹의 내부균열이 시작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에 대한 특검팀의 수사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조만간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을 비롯한 장충기 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등 '지원 계획' 수립에 깊숙이 관여한 그룹 수뇌부를 줄소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의 소환도 시간문제라는 게 법조계의 관측이다.

특검팀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서 '국민연금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찬성 지시를 했고 이를 청와대와 논의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문 전 장관은 이날 새벽 구속됐다.

삼성전자가 영재센터를 후원한 것은 삼성그룹의 최 씨 일가 지원의 일부에 불과하다. 삼성전자는 작년 8월 최 씨의 독일 현지법인 코레스포츠(비덱스포츠의 전신)와 220억원 규모의 컨설팅 계약을 맺었고 최 씨 주도로 설립된 미르·K스포츠재단에는 204억원을 출연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달 6일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단 한 번도 뭘 바란다든지, 반대급부를 바라면서 출연하거나 지원한 적이 없다"며 이들 자금이 뇌물이라는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삼성그룹은 최 씨 일가 지원 과정에 이 부회장이 개입하지도 않았다는 입장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특검이 수사 중인 상황에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일일이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다만, 이재용 부회장이 최순실이나 정유라를 지원하라고 지시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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