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한국경제 성패는 '소비'에 달렸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내년 우리 경제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소비와 고용이다.

지난 16일 전격적으로 이뤄진 유일호 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간의 만찬회동에서 두 수장이 가장 관심을 갖고 의견을 나눈 문제기도 하다.

지난 수년간 가계 소득은 증가하지 않은 상황에서 부채가 급증하다 보니 가계의 소비여력은 크게 약화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가계의 자금잉여는 1조9천억 원으로 2009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적았다. 자금잉여는 가계가 예금, 주식투자 등으로 운용한 자금에서 은행 차입 등으로 빌린 돈을 뺀 것으로 가계의 살림이 그만큼 쪼들린다는 의미다.

통상 가계부채가 증가하면 소비가 늘어나지만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오히려 감소한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율은 2012년 17.1%에서 지난해 24.3%로 7.2%p 상승했다. 사용 가능한 돈 가운데 원리금 지출 비중이 높아진 만큼 소비는 줄어들기 마련이다.

실제 지난해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빚을 진 가구의 절반 이상이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소비지출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경제원구원에 따르면 지금까지는 가계부채가 소비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올해 하반기부터는 마이너스 효과로 전환됐고, 내년에는 가계부채로 인해 소비증가율이 0.63%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대내외에 도사리고 있는 대형 리스크들은 소비심리를 더욱 위축시키는 요인이 된다.


나라 밖으로는 미국의 금리인상과 트럼프 신행정부 출범, 브렉시트 등의 대형 이벤트가 예정돼 있고, 안으로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파장과 후유증이 상당 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면 클수록 가계는 저축을 늘리려 하고, 소비에는 소극적인 성향을 보인다.

지난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2월 소비자 동향조사'에 따르면 6개월 후의 향후소비지출 전망CSI(소비자심리지수)가 103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4월(100) 이후 가장 낮았다.

투자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인 만큼 기업 투자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투자가 줄면 일자리도 줄어들기 마련이다.

설상가상으로 그동안 경기를 떠받쳐온 건설경기도 빠르게 꺼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KDI(한국개발연구원)에 따르면 건설투자는 올 상반기 경제성장률의 3분의 1을 기여하는 등 지난 수년간 경제성장을 견인해왔다. 초저금리와 맞물린 주택경기 활황에 힘입은 결과다.

그러나 미국의 기준금리인상로 시중금리가 상승하고, 주택공급 과잉 우려까지 겹치면서 최근 부동산 경기는 급격히 냉각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수출과 함께 경제성장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는 내수가 총체적 부진의 위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내수가 부진하면 고용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재정의 역할을 강화하는 쪽으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확장적 재정정책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정부도 현실을 반영해 지난 29일 발표한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에서 21조3천억 원 규모의 재정 보강을 통해 경기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정도의 재정보강으로 경기를 떠받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회의적 시각이 많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주 기자들과의 송년간담회에서 지금은 보다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할 때라면서 정부의 내년 예산안으로는 경기회복에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다행히 내년에 수출은 다소 호전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 등 주요 국들의 경기가 좋아지고, 최근의 원화가치 절하도 수출업체에 호재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유가도 바닥을 지나 반등하면서 산유국들의 소득증가에 따른 우리 기업의 수출 증대 효과도 기대된다. 수출이 늘어나면 투자 증가도 기대할 수 있다.

재정지출 확대 등 경기대응 정책을 적절히 활용해 내수부진을 완충하고, 미국의 급격한 금리인상 등 대형 리스크만 현실화되지 않는다면 일부에서 우려하는 심각한 수준의 경기위축은 발생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많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