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이르면 2월 늦어도 6월까진 헌법재판소가 탄핵 심리를 마칠 것으로 내다봤다. 4월 혹은 8월에 대선이 치러진다는 얘기다. 당초 12월 대선보다 절반 가까이 준비기간이 단축된다.
여야 주자들은 서로 유리한 구도를 만들기 위해 벌써부터 치열한 샅바싸움을 벌이고 있다. 영남-보수, 호남-진보의 전통적 지역구도가 약화되는 가운데 기존 판이 흔들리고 개헌을 고리로 여야 간 합종연횡이 이뤄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박 대통령의 국정농단이 촉발한 조기 대선이기 때문에 촛불민심을 받드는 '개혁' 이슈가 주요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유권자들도 후보에게 높은 도덕성을 요구할 것으로 보여 그 어느 때보다 검증의 수위도 높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런 것이 특정 후보에게 반드시 유리하게만 작용한다고는 할 수 없다.
◇ 헌재에 달린 시점…'속전속결'·'벚꽃엔딩'·'더위사냥'
대통령 궐위 시 60일 안에 대선을 치르는 규정에 따라 1월 판결의 경우 3월에 대선이 치러진다. 배 본부장은 "'속전속결'로 갈 경우 준비기간이 상대적으로 길었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에게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5~6월 '벚꽃엔딩'으로 갈 경우 보수가 결집할 시간을 벌 수 있고, 여름을 넘겨 '더위사냥' 식의 대선이 되면 개헌을 고리로 한 빅-텐트(Big Tent)를 칠 여유가 생길 것으로 관측했다.
시점의 유·불리를 따지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해석도 있다. 속전속결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처럼 검증이 되지 않은 인물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반드시 야권에 유리한 시나리오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 '보수 VS 진보' 양자구도냐, 제3지대 '빅-텐트'냐
역대 대선에서 구도는 지역 기반에 따라 결정돼 왔다. 최근 17~18대 대선은 대구·경북(TK)에 기반을 둔 이명박, 박근혜 두 영남 후보의 승리였다.
하지만 현재까지 영남을 대표하는 여권 후보가 등장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야권의 유력주자인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영남(PK) 출신이다. 호남에서 야권의 지지세도 엇갈려 있다.
역대로 캐스팅보트를 행사해 온 충청권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중심으로 대망론을 띄우고 있는 점도 주요 변수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번 대선은 기존의 정치문법과 다른 흐름으로 전개될 것"이라며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주도하는 흐름이 아닌 세력과 세력 간 대연합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이른바 제3지대론에 따른 '반기문 자석 효과'가 발생할 것이란 설명이다. 반 총장이 귀국 후 특정 정당에 입당하지 않고 외곽에서 여야 각 세력을 끌어당길 것이란 얘기다. 반 총장이 '반(反) 문재인' 연합의 단일 후보를 노릴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을 연결할 고리인 개헌이 시기적으로 촉박한데다가 명분도 부족해 합종연횡의 동력이 약하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엄경영 시대정신 연구소장은 "반 총장은 기본적으로 보수 후보라는 인식이 강해 여권 내 후보 단일화의 촉매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 촛불민심 '정책·검증·투표율' 등에 영향줄 듯
이럴 경우 촛불을 주도한 20~40대의 '개혁' 요구가 대권의 승패를 가를 수 있고, 사회·경제 분야의 개혁 정책이 주요 공약이 될 가능성이 크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2030 세대의 투표율이 높게 나올 것으로 보여 야권의 정권 탈환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본다"며 "거꾸로 보수층은 중도 쪽으로 '좌클릭'하지 않으면 기회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