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논란이 되었던 것은 '가임기 여성' 통계였다. 전국의 가임기 여성(20~24세) 현황을 붉은색 명도 차이로 확인할 수 있는 지도 모양 그래픽과 가임기 여성 수에 따른 전국 순위가 매겨져 있다.
여기에 "출산율 저하로 인구 감소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국민들에게 지역별 저출산 문제 심각성을 알기 쉽게 알려주기 위한 것"이라며 "지자체별 평가결과가 공개되므로 지자체의 자율경쟁을 유도할 수 있고, 지자체 간 정책 비교를 통해 벤치마킹도 가능하다"는 행자부의 설명이 더해지자, 여성을 '아이 낳는 기계'로만 취급한다는 비난이 빗발쳤다.
행자부는 "국민에게 지역별 출산통계를 알리고 지역별로 출산 관련 지원 혜택이 무엇이 있는지 알리기 위해 제작한 것으로 여기에 언급된 용어나 주요 통계 내용은 통계청 자료를 활용해 제공한 것"이라며 "여러분의 의견을 수렴해 계속적으로 수정 보완하겠다"고 뒤늦게 사과문을 올렸다. 그러나 비판 여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 "전형적인 고위층 남성 관료의 시각… 젠더 리터러시 교육 필요"
한국여성민우회 여성건강팀 이윤소 활동가는 "저출산(상황)을 보여주고 가임기 여성 수를 보여줬다는 것은 한마디로 '가임기 여성이 이만큼이나 되는데 이들이 다 애를 안 낳고 있다'는 접근이다. 저출산에 대해 지읒자도 모르는 해석"이라고 말했다.
이 활동가는 "아기를 낳지 않는 이유는 굉장히 다양하다. 노동환경 등 아이 낳기 힘든 사회적 조건들이 너무나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저출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인데, 여성들이 고학력이 되고 결혼을 미루면서 이기적으로 아기도 낳지 않는다고만 바라보고 있다"며 "저출산을 해결하지도 못하고, 굉장히 여성혐오적인 시각"이라고 일침했다.
김 소장은 "최근 논란이 된 공익광고에서도 비슷한 시각이 보였다. 신사임당은 그 자체로 충분히 위인이었는데 마치 율곡이이를 낳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보지 않았나"라며 "특별히 여성들에게만 (저출산 문제를) 미루는 것은 사회문제를 외면하고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것으로 심각한 문제다. 남성들을 대상으로 경제력이나 입영 가능 여부를 가지고 지도를 만들어도 난리가 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여성 성평등이 더 증가되어야 한다. 경제·사회·정치 등 모든 분야에서 평등이 이루어져야 여성을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볼 수 있다고 본다. 또, 청년 일자리 증가, 임신 및 출산을 이유로 희망퇴직 강요받지 않기,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출산·양육비 지원 등의 정책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혐오_주의', '이따위 불평등', '88만원 세대' 등의 공저자인 프리랜스 저널리스트 박권일 씨는 "예전에도 여성의 육체를 마치 국가의 공공자산인 것처럼 취급하는 형태의 캠페인을 벌이거나 자료를 배포한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을 사회적 재생산 장치로 볼 뿐이지 하나의 주체로 사회 구성원으로 보는 시각이 부족하다. 정권과 관료사회 모두 젠더 리터러시(젠더 문제를 이해하는 능력)가 결핍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장관부터 말단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젠더 리터러시 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 "여성에 대한 몰이해 일상화… '원칙 없는 정책 시행'도 문제"
이에 대해 이 활동가는 "사실 그런 이상한 반응들이 (출산 지도와 그와 연관된) 기사 때문만은 아니다. 단순히 이 사건뿐 아니라 여성에 대해 몰이해적이고 혐오적인 발언이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활동가는 "여성의 '기능'으로 여겨지는 '출산'을 한편으로는 숭배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맘충' 등으로 표현하며 무시하고 차별적인 말들을 한다. 여성이 임신과 출산만을 위해 태어난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그런 존재로만 읽혀지는지 엿볼 수 있다"고 밝혔다.
박권일 씨는 "(출산 지도를 통해 여성들이) 조롱이나 위협의 대상으로 표현될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데도, 예상 못했다는 것은 정부의 실책이다. 물론 그런 식으로 글을 올리는 사람들이 제일 문제지만, 공무원들이 그런 조건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 진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도시와 지역 간의 격차 문제 해결 등 정책을 만들 때 필요한 자료이기 때문에 저출산 관련 통계가 아예 필요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정보를 국민과 '어떻게' 공유할 지를 고민해야 한다"며 "정작 연구자들이나 자료를 활용해야 하는 시민들에게 국가 통계정보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원칙 없는 정책 시행'에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출산 지도를 그렇게 부르는 것은) 마땅히 비판받아야 할 부분이다. 2차 가해가 될 수 있는 표현은 사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출산 지도가) 정책적으로 잘못됐다는 것을 인지하는 반응이 더 많이 관찰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