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 가득한 새해는 '옛말'…새해가 반갑지 않은 사람들

취업난·경기 침체 여파…"새해맞이도 안 가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국민들의 공분을 산 대통령은 여전히 불통과 오만과 독선으로 국민들을 상대하고, 따뜻한 구치소 일인실에 터를 잡은 최순실은 여전히 권력을 주무르고 있다. 거리로 나온 작은 촛불들이 작은 소망들을 모아 어둠을 밝힌 병신년이 저물어 가고 있다. 다가오는 정유년에는 국민들이 원하는 모든 것들이 이뤄지길 소망한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사진=박종민 기자)
사상 최악의 청년 취업난과 경기 침체·국정 농단 사태 등으로 인해 새해에 대한 기대감 대신 우울한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취업에 대한 눈높이를 낮춰도 점점 심해지는 취업난에 취업준비생들은 "새해에 대한 희망 대신 막막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대학 졸업을 유예한 뒤 취업 준비를 하는 이모(26·여) 씨는 "새벽에 도서관 가서 종일 공부하고 밤 되면 집에 돌아온다"면서도 "의미 없는 공부 같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 씨는 "해가 바뀐다고 해서 달라질 게 없는 것 같아 우울하다"며 "어린 친구들은 한 학년씩 올라가는데 백수는 나이만 한 살 더 먹으니까 취업은 못 하는데 시간만 자꾸 흐르니 세월이 야속하게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대학수학능력 시험을 다시 준비하는 재수생에게도 2017년은 잔인한 새해다.

재수생 김지윤(20·여) 씨는 "다른 친구들에게는 스무 살이란 꽃다운 나이가 됐으니 한 해가 기대될지 몰라도 내게는 힘들었던 수험생활을 또 해야 하는 막막하고 우울한 2017년"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씨는 "새해가 특별하다고 생각되지 않아 새해맞이에 대한 계획도 없다"고 덧붙였다.

5년 차 직장인인 김모(35) 씨는 "예전엔 새해맞이도 보러 가고 설렘이 좀 있었던 것 같은데 매일 똑같은 일상에 언젠가부터 새해에 대해 특별히 의미를 두지 않게 됐다"며 "직장을 다니게 되면 돈도 버니까 여유롭게 주말을 보낸다거나 즐겁게 직장 생활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몇 년째 일해보니 돈만 벌기 위해서 사는 것 같고 내 시간이 없다"고 털어놨다.

또 "1월 1일에도 일을 해야 하는데 새해에 부모님도 찾아뵙지 못하고 마음이 안 좋다"고 말했다.

불황이 이어지며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은 새해엔 경기 침체를 벗어났으면 하는 기대를 살짝 엿보이기도 했다.

35년째 타일 시공업을 하는 최모(58) 씨는 "경기가 너무 안 좋아서 한 달에 10일도 일을 못 하고 있다"며 "새해가 다가오는 게 설레기보단 그저 그런 날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불경기라 어디 가지도 못하고 집에서 새해맞이 행사를 텔레비전으로 볼 뿐"이라면서도 "내년에는 경기가 좀 좋아져서 일할 수 있는 날이 많아지면 그것보다 좋은 게 없겠다"고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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