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에 대한 눈높이를 낮춰도 점점 심해지는 취업난에 취업준비생들은 "새해에 대한 희망 대신 막막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대학 졸업을 유예한 뒤 취업 준비를 하는 이모(26·여) 씨는 "새벽에 도서관 가서 종일 공부하고 밤 되면 집에 돌아온다"면서도 "의미 없는 공부 같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 씨는 "해가 바뀐다고 해서 달라질 게 없는 것 같아 우울하다"며 "어린 친구들은 한 학년씩 올라가는데 백수는 나이만 한 살 더 먹으니까 취업은 못 하는데 시간만 자꾸 흐르니 세월이 야속하게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대학수학능력 시험을 다시 준비하는 재수생에게도 2017년은 잔인한 새해다.
재수생 김지윤(20·여) 씨는 "다른 친구들에게는 스무 살이란 꽃다운 나이가 됐으니 한 해가 기대될지 몰라도 내게는 힘들었던 수험생활을 또 해야 하는 막막하고 우울한 2017년"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씨는 "새해가 특별하다고 생각되지 않아 새해맞이에 대한 계획도 없다"고 덧붙였다.
5년 차 직장인인 김모(35) 씨는 "예전엔 새해맞이도 보러 가고 설렘이 좀 있었던 것 같은데 매일 똑같은 일상에 언젠가부터 새해에 대해 특별히 의미를 두지 않게 됐다"며 "직장을 다니게 되면 돈도 버니까 여유롭게 주말을 보낸다거나 즐겁게 직장 생활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몇 년째 일해보니 돈만 벌기 위해서 사는 것 같고 내 시간이 없다"고 털어놨다.
또 "1월 1일에도 일을 해야 하는데 새해에 부모님도 찾아뵙지 못하고 마음이 안 좋다"고 말했다.
불황이 이어지며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은 새해엔 경기 침체를 벗어났으면 하는 기대를 살짝 엿보이기도 했다.
35년째 타일 시공업을 하는 최모(58) 씨는 "경기가 너무 안 좋아서 한 달에 10일도 일을 못 하고 있다"며 "새해가 다가오는 게 설레기보단 그저 그런 날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불경기라 어디 가지도 못하고 집에서 새해맞이 행사를 텔레비전으로 볼 뿐"이라면서도 "내년에는 경기가 좀 좋아져서 일할 수 있는 날이 많아지면 그것보다 좋은 게 없겠다"고 소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