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전 수석은 30일 오후 '기존 검찰에서 대통령 지시를 받았다는 진술에 변함이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입을 굳게 닫은 채 특검 전용 엘리베이터로 직행했다.
안 전 수석은 헝클어진 머리카락에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상태로 서울 대치동 특검실 주차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앞서 그는 건강상의 이유로 예정됐던 오전 10시 소환 일정을 오후로 늦췄다.
안 전 수석은 '비선 실세' 최순실 씨와 공모해 삼성 등 대기업들로부터 거액의 재단 출연금을 내도록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에게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 사실상 삼성에 칼을 겨눴다.
특검팀은 기존에 기소 돼 있지 않은 삼성 등 기업 후원 목록에 대해 철저히 파헤치겠다는 입장이다.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공소장을 보면 삼성 등 대기업의 후원 관련 목록에 대해서는 기소돼 있지 않다"면서 "기존 검찰 수사에서 마무리하지 못한 부분까지도 특검에서 수사해서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날 한 특검팀 관계자는 "안 전 수석을 소환한 것은 삼성문제와 관련 있다"고 전했다.
특검팀은 안 전 수석의 수첩에서 지난해 7월 박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 부회장을 독대한 날에 '제일기획 김재열 사장.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 협조 요청'이라는 문구가 적힌 것에 주목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 메모가 박 대통령이 직접 삼성 측에 최순실 씨가 운영하는 단체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한 정황으로 보고 있다.
특검팀은 안 전 수석을 상대로 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지원하는 데 박 대통령의 지시가 실제로 있었는지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안 전 수석 측도 박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또 영장발부 없이도 최 씨 일가의 재산을 추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특검보는 "현재 금감원에 재산 조회를 요청한 것은 특검법 6조 3항에 의해 관련기관에 협조를 구한 것"이라며 "따라서 계좌 추적 영장은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특검팀은 최순실 씨 관련자 약 40명에 대한 재산내역 조회를 금감원에 요청했다.
박 대통령과 최 씨의 아버지 최태민 씨의 인연에서부터 현재의 재산 형성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공동주머니'였다는 의혹을 확인해 최 씨의 금전적 특혜를 박 대통령의 '사익'으로 직결 짓기 위한 과정이다.
향후 특검팀이 박 대통령에 대한 재산 조회까지 요청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