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단독: 박태환, 채동욱, 조응천, 고영태측 등
2. 속보: 기민하고 민첩하게…자로, 경비원 등
3. 현장: 꽃보직, 땅콩회항, 아이돌 스폰서 등
4. 분노: 갑질, 성추문, 리베이트, 반려견 복용 등
5. 내부고발: 입시부정, 부정입학, 썩은밀가루 등
6. 사이다: 이재명, 도올, 박원순…청량감 선사
7. 감동: 김용택 시인 '울고 들어온 너에게' 힐링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민철 CBS 기자
◆ 권민철> 그래서 연말특집으로 좀 특별하게 준비해 봤습니다. 먼저 음향 한번 잘 들어보시죠.
(음향)
◇ 김현정> 아니 권 기자, 이게 우리 회의 하는 장면 아니예요?
◆ 권민철> 엊그제 저희 아침 회의 소리입니다.
◇ 김현정> 몰래 녹음하셨어요?
◆ 권민철> 죄송합니다. 먼저 말씀드리지 못해서. 하지만 청취자들에게 저희 일상을 들려주고 싶어서 한 거니까 김현정 앵커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 김현정> 우리 회의 할 때 오랫동안 여러 가지 이야기를 굉장히 허심탄회하게 하거든요. 그 중에 한 장면을 녹음 하셨군요. 그런데 이렇게 들으니까 좀 색다르네요.
◆ 권민철> 막판에 유머와 위트도 있었죠. 하지만, 저희 회의는 몹시 고통스런 시간입니다. 매일 수많은 뉴스 가운데, 그 것도 다음날 아침 청취자에게 들려줄 이야기 거리를 찾아낸다는 게 보통 일은 아니죠.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저희 프로그램 1년 치를 결산해보면서 올 한해를 정리해보는 시간으로 준비했습니다.
◇ 김현정> 말하자면 김현정의 뉴스쇼의 1년 이렇게 되는 겁니까?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지 궁금해지는데, 올해 저희가 한 인터뷰가 얼마나 되던가요?
◆ 권민철> 제가 세어보니 모두 1029명이더군요. 그 가운데 반향이 컸던 인터뷰를 7가지 범주로 나눠서 2~3가지씩 소개하려고 하는데요. 우선 그 가운데 '단독' 인터뷰가 오늘 첫 범주가 되겠습니다. 지금 들으실 인터뷰도 단독이었습니다.
"그분이 말을 시작하고 나서 한 47분 녹음이 되었더라고요. 그 47분 중에 박태환 선수가 한 말은 이 한마디였는데요. '그럼 저는 어떻게 해야 되나요?' 그 말이었고요. (중략) 그 자리가 끝나고 와서 정말 가족들이 회의할 때는 아마 박태환 선수도 그렇고 가족도 많이 울었었거든요."
◇ 김현정> 기억납니다. 박태환 선수 매형 인터뷰였어요?
◆ 권민철> 지금은 구속된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의 직권남용을 세상에 알린 바로 그분입니다. 사실 저희는 김 전 차관의 이 행태를 리우 올림픽 전에 파악을 했었습니다.
◇ 김현정> 맞아요. 우리가 올림픽 앞두고 박태환 선수 인터뷰하려고 가족들 이미 접촉 했었죠?
◆ 권민철> 그 과정에서 김종 차관 때문에 박태환이 힘들어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었죠. 당시는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기 전이라 이걸 밝히지 말라고 간곡하게 요청해서…
◇ 김현정> 공개하고 싶지 않다. 박 선수 위해서 그런 부탁이 있었어요.
◆ 권민철> 그렇습니다. 그러다 최순실 게이트 터진 이후 저희가 끊임없이 설득해서 결국에 마이크 앞에 모실 수 있었습니다.
◇ 김현정> 앞으로 100년간 또 이런 일이 있을까 싶은 게 바로 최순실 게이트 아닌가요. 이와 관련해 저희 단독 인터뷰가 몇 개 더 있죠?
◆ 권민철> 그렇다. 지금 들으실 목소리도 역시 단독 인터뷰였습니다.
"애인이거나 친해지거나 단골이면 보통 반말들을 많이 하는데 뉴스를 보니까 고영태는 나이가 마흔이고 최순실은 육십인데, 20살 차이가 나는데 반말한다는 것 자체가 제가 봤을 때는 너무 뻔한 얘기가 아닐지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최순실 게이트에 등장하는 고영태씨와 과거 호스트바에서 함께 일했다는 동료죠?
◆ 권민철> 최순실과 고영태가 관계를 맺은 게 바로 호스트바였다는 세간의 의혹을 풀어준 사람이 바로 이 사람입니다. 고영태 라는 존재가 알려진 직후 다른 언론사에서는 시도를 못한 독보적인 인터뷰였죠.
◇ 김현정> 지금이야 최순실 얼굴까지도 다 공개된 상황이지만, 당시는 안 그랬죠. 저는 개인적으로 채동욱 전 검찰총장과의 인터뷰도 기억에 남아요.
◆ 권민철> 저 역시 채동욱 총장과의 인터뷰, 다시 듣고 싶어서 준비해 봤습니다.
"이런 비상시국에서마저 또 검찰이 권력자들과 제대로 싸워서 정의를 세우지 못한다면 국민들은 또 길거리에서 피눈물을 흘려야 될 겁니다. 우리 검찰이 국민의 검찰로 남을 것인지, 또는 권력의 개로 남을 것인지. 결단해야 된다고 봅니다."
◇ 김현정> 검찰에 대한 충고였죠. 결단 없이 두려움 없이 수사하라는 거였죠.
◆ 권민철> 이 목소리, 지금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에게도 상당한 자극이 됐을 겁니다. 이 인터뷰 역시 공중파로서는 유일무이한 인터뷰였습니다.
◇ 김현정> 그 뒤로도 채동욱 총장이 인터뷰에 응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소중한 인터뷰로 남아있는 거죠. 이런 인터뷰가 그냥 나온 건 아니고요, 몇날 몇일, 길게는 몇 달동안 설득해서 나오는 단독 인터뷰입니다. 여러분.
◆ 권민철> 다음 두 번째 범주로 넘어가볼까요. 바로 발빠른 인터뷰입니다. 올 한해 저희 시의 적절한 인터뷰 많이 했었죠. 이번주 세월X가 공개되던 날 제작자인 '자로'와의 인터뷰도 그랬습니다. 저희가 기민하고 민첩하게 움직인 결과였습니다.
"제가 찾아낸 모든 정황들은 딱 하나의 결론으로 귀결됩니다. 그거는 외력입니다. 잠수함 충돌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김현정> 굉장히 주목을 받았던 인터뷰조. 이렇게 신속한 속보성 인터뷰, 여럿 있었어요.
◆ 권민철> 올 봄 가게 문을 먼저 닫았다가 미스터피자 회장에게 폭행당한 경비원과의 인터뷰도 있었죠.
"기분이 묘하죠. 이상하죠. 어떻게 말을 하겠습니까? 거기 있는 순간이 5분, 10분이…. 보통 불쾌한 것이 아니죠. 왜 맞아야 되는지, 문 때문에 맞아야 하나? 이런 생각이 문득 들더라고요. 왜 맞아야 하는 지 이유도 모르겠어요. 단지 이유라면 문을 닫았다 것밖에 생각이 안 들어요. 그 사람 얼굴 본지도 모르고 얼굴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 사람이예요. 처음 보는 사람이에요."
◇ 김현정> 이 분 또한 저희가 가장 빠르게 신원 파악해서 섭외했었죠.
◆ 권민철> 다음 세번째 범주는 뉴스의 주인공입니다. 사건 당사자여야 절절하고 생생한 이야기가 나오죠. 예를 들어 의경 꽃보직, 땅콩회항, 개문발차 항공기, 아이돌 가수 스폰서 등 큰 이슈에서도 저희는 '당사자 중심', '현장 중심' 이라는 원칙에 충실하려고 했습니다.
◇ 김현정> 뉴스 현장하면 올 가을 갑작스런 폭우로 피해 입은 태화시장 상인도 기억나는데요.
◆ 권민철> 10월초였죠. 태풍 차마가 남부지방 할퀴면서 태화강 범람으로 태화시장 상인들이 침수 피해를 입었을 때도 저희는 현장을 고수했었죠.
"비가 많이 오기 시작했을 때도 처음에는 저희들도 당연히 물이 빠지겠거니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게 빠지지 않고 점점 차오르더니만 물이 쓰나미처럼 갑자기 몰려왔습니다. 그러니까 흙탕물이 갑자기 몰려오기 시작하고 10분, 20분 지나니까 자동차도 떠내려 오고 있고요. 금은방가게는 금도 다 떠내려가고 시계도 다 떠내려간 이런 상황이고요. 저도 시장에 있으면서도 이렇게 바닥에 주저앉아서 우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뭐라 할 말이 없어서 하늘만 쳐다보고 계시고 그렇습니다, 지금 현 상황이."
◇ 김현정> 다음 네 번째 범주는 뭔가요?
◆ 권민철> 바로 청취자들 분노의 샘을 터뜨린 인터뷰입니다.
◇ 김현정> 올해 최순실 게이트 터지기 전에도. 많은 시민들 을들의 분노 게이지를 높이는 사건들이 유난히 많았던 거 같아요.
◆ 권민철> 대표적인 게 사회적 강자들에 의한 갑질이었죠.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사건이 아니었던가 싶습니다.
"처음에 주행을 잘하고 있는 중간에 갑자기 사이드미러를 접으라는 겁니다. 앞차와의 간격이 벌어지는 것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그게 벌어진다고 하면 바로 뒤에서 욕설과 심한 언어폭력에 많이 시달렸었습니다. 정신적인 충격이 큰 것은 당연하고요. 아직까지 운전할 때 트라우마가 많이 있습니다."
◇ 김현정> 대림산업 이해욱 부회장의 운전기사로군?
◆ 권민철> 이렇게 사람들 분노케 하는 뉴스는 사실 정신 건강에도 좋지 않지. 하지만 저희 언론인들은 그걸 '고발'하는 게 숙명이니까 어쩔 수 없는 거 같습니다.
◇ 김현정> 이런 '고발' 내부고발자 인터뷰도 많았어요.
◆ 권민철> 제가 준비한 다섯 번째 범주가 바로 내부고발자 이야기입니다. 학교 입시부정 고발한 교사, 로스쿨 부정입학 고발한 교수. 모두 목숨 걸고 증언한 사람들입니다. 이 가운데 썩은 밀가루를 고발한 내부자 음성 잠깐 들어보죠.
"러시아것을 수입해왔는데 컨테이너를 오픈했을 때 썩은 밀가루가 다량 포함돼 있더라구요. 방부제가 포대 중간중간에 엄청나게 끼어있더라구요. 모른척하고 회사가 시키는 일을 했지만, 제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겠더라구요. 안되겠다. 이것은 심하다."
◇ 김현정> 이 분 나중에 의인상까지 받았죠. 그런데 올해 우리가 이렇게 무겁고 암울한 인터뷰만 한 건 아니죠?
◆ 권민철> 물론이다. 사이다 인터뷰도 많았다. 여섯 번째 범주다. 올해 우리사회 곳곳에 채증이 너무나 극심해서 사이다처럼 청량감 주는 사람들이 또 주목을 끌었지. 대표적인 게 바로 이재명 성남 시장입니다.
"지금 이미 드러난 것만 해도 최하 징역 10년 이상의 중형이 예상되는 중범죄를 저질렀거든요, 대통령 본인이. 그것도 주범으로. 그런데 이들한테는 기억이 있죠, 과거의 기억이. 예를 들면 사형 당해 마땅했던 전두환도 살아났습니다. 그 전에 예를 들면 군사 쿠데타한 사람들도 지금은 애국자로 변신하고 있는 상황이죠. 친일했던 부역했던 나라 팔아먹었던 사람은 지금 민족의 우상으로 만들고 있는 중입니다. 짧게 보면 위험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된다 이런 확신이 있어요. 시간을 버는 중입니다."
◇ 김현정> 최순실 사건 초반에 국정농단에 거침없이 말을 쏟아낸 분. 사이다 정치인 이재명 시장 목소리죠. 다른 사람도 있나요?
◆ 권민철> 이 분도 들으시면 바로 아실 겁니다.
"우선 박근혜라는 사람은 청와대에서 자라났잖아요. 그리고 자라난 시절이 보통 시절이 아니라 완전히 우리나라에서 거의 절대권력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거의 단군 이래 가장 막강한 세력이었다고도 말할 수 있는 그 군사독재 시절에 철옹성 같은 그런 어떤 황궁 속에 갇힌 한 공주였어요. 그러면 이 사람은 정상적인 성장이 불가능합니다."
◇ 김현정> 거침없는 인터뷰 도올 선생이네?
◆ 권민철> 맞습니다. 마치 박 대통령의 머리속에 들어가 본 적이 있는 거처럼 통찰력 있게 최순실 게이트 발생원인을 꿰뚫어서 찬사를 받은 인터뷰였죠.
◇ 김현정> 권 기자, 좀 따뜻한 인터뷰 골라 오신 거는 없나요?
◆ 권민철> 감동 인터뷰도 많았습니다. 일곱 번째 범주인데요. 이 분 목소리 듣고 힐링됐다는 분 많았습니다.
"'따뜻한 아랫목에 앉아 엉덩이 밑으로 두 손 넣고 엉덩이를 들었다 놨다 되작거리다 보면 손도 마음도 따뜻해진다. 그러면 나는 꽝꽝 언 들을 헤매다 들어온 네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싼다.'"
◇ 김현정> 김용택 시인이 자신의 시를 낭송해 줬던 그 부분. 이 시 제목이 뭐였더라?
◆ 권민철> '울고 들어온 너에게'. 황폐해진 사회, 힘들고 지친 우리네 삶을 위로해 주려고 지었다는 시였죠.
◇ 김현정> 권 기자, 그런데 올해 뉴스쇼에서 훅뉴스 하느라 고생 많았는데, 훅뉴스 가운데서 가장 기억에 남는 훅뉴스 하나 꼽으라면 뭐예요?
◆ 권민철> 올해 9월 2일 훅뉴스입니다. 그 당시 주인공 목소리 다시 가져와 봤습니다.
관계자: 그 뒤에 막강한 사람이 있어요.
기자: 그 막강한 사람이 3인방과 가깝다?
관계자: 그렇죠. 퇴임 후에 그 재단을 발판으로 해서 활동 할 수 있도록 자금 조성을 하는 거 아닌가, 제가 볼 때는 이 재단은 박근혜 대통령을 퇴임 후에 엄청나게 곤란하게 할 소지가 있는 거 같아요.
◇ 김현정> 이 훅뉴스 군요. 9월 2일이니까 최순실 게이트 터지기 전에 나간 겁니다. 퇴임 후에 엄청나게 곤란하게 할거라고 했는데, 퇴임 전에 문제가 드러난거예요.
◆ 권민철> 이분이 방금 말한 '그 뒤에 막강한 사람'이 바로 최순실입니다. 당시는 이분이 실명을 밝히지 않아서, 저 역시 최순실을 거명하지 못했는데, 저희 보도 18일 뒤에 한겨레가 '최순실'이라는 실명을 밝히면서 이 문제가 게이트로 비화됐죠. 한겨레에 특종을 빼앗기긴 했어도 남들보다 빨리 냄새 맡고 호루라기를 불었다고 자평하고 싶습니다.
◇ 김현정> 귀중한 인터뷰가 훅뉴스에서 많이 나왔습니다. 바로 그 부분이 아닌가 합니다. 언론 존재의 이유, 누구보다 예리하게 사건을 보고 먼저 종을 울리고, 그 다음 종이 울리도록 발판을 먼저 깔아주는 역할 비상 사이렌 켜는 역할, 올 한해 권 기자 고생하셨구요, 내년에도 권 기자나 저나 더 분발해야할 거 같아요.
◆ 권민철> 내년에도 염치없는 사람들 고발하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들을 들춰내는데 저도 게으름 피지 않겠습니다. 청취자 여러분들 제보 또한 기대하겠습니다.
◇ 김현정> 올해 마지막 훅뉴스는 이렇게 정리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