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대한 49가지 편견과 오해, 그리고 진실

신간 '49가지 단서로 예측한 중국의 미래'

노르웨이 국방부의 중국 전문가들이 쓴 <중국의 미래>는 우리가 무심코 받아들이고 있는 중국에 대한 49가지 편견과 오해를 전방위적으로 분석하고 파헤쳤다.

저자들은 중국에 대한 편견의 근원을 서구에서 찾는다. 중국은 예로부터 '서구와 대립되는 세계' 역할을 담당했다. 서구는 자신들의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때에 따라 중국을 상반되게 규정해 왔다. 중국은 가난하거나 부유한 나라, 미신에 빠져 있거나 합리적인 나라, 야만적이거나 문명화된 나라, 수동적이거나 호전적인 나라였다. 지난 수백 년 동안 중국에 대한 인식은 ‘애호’와 ‘혐오’를 분주히 오고 갔다.

저자들은 지금 다시 중국 '혐오'가 미국과 유럽을 지배하고 있다고 말한다.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1위 경제대국이 될 거라는 경제적 위협, 중국이 군사력을 증강한 뒤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패권을 확대할 것이라는 군사적 위협, 중국식 발전 모델이 성공을 거두면서 민주주의·인권 등 서구의 소프트파워는 종언을 고할 거라는 문화적 위협 등 시사각각 모습을 바꾸는 위협론이 우리 눈을 가리고 있어 중국에 관한 잘못된 분석과 전망이 양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경제에 대한 편견들 중에서 가장 큰 편견은 중국 경제가 수출의존형 구조로 되어 있다는 인식이다. 1970년대 이후로 중국 경제는 주목할 만큼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여 왔다. 중국은 1997년과 1998년의 아시아 금융위기, 2000년의 인터넷 버블, 그리고 2008년과 2009년의 금융위기를 꿋꿋이 돌파해 냈다. 2009년 수출은 20퍼센트 감소했지만 경제는 오히려 8퍼센트 성장했다. 이는 중국 경제의 발전 요인에 수출 이외의 다른 동력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수출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꽤 높은 성장세를 유지했던 것은 2009년과 2010년 당국이 국유은행의 자금을 통해 해외투자가 아닌 국내투자에 주력한 덕분이다. 흔히들 중국 경제의 약점으로 수출 의존적 경제구조를 거론하곤 한다. 수출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로 인해 세계의 경기침체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를 통해 중국 경제의 동력이 수출보다는 실물투자라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세계 경제침체가 중국 경제를 붕괴시키리라는 예측은 신뢰성을 잃게 되었다.


불평등과 빈부격차가 사회불안을 야기할 거라는 예측도 사실이 아니다. 전국적인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시장경제에 수반되는 불평등을 받아들일 뿐만 아니라 능력과 근면을 통해 생활수준을 개선할 기회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예전에든 공무원이든, 노동자든, 군인이든 모두 똑같은 돈을 벌었다. 그러니 지난 30년의 시장개혁으로 인한 소득의 불평등을 대체적으로 수용한다는 사실은 별로 놀랍지 않다. 빈부 격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중국인들은 교육을 받고 열심히 일하면 자신 또한 사회계층의 사다리 위쪽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근면이 부를 창출한다는 이들의 신념은 거의 미국인의 철학과 다름없다.

중국 경제에서 출발한 저자들의 시선은 중국 정치, 국민, 외교, 역사, 그리고 이제까지의 논의를 총망라한 중국의 미래로 향한다. 저자들은 중국이 공산주의 체제를 유지한다고 해서 소련처럼 붕괴하는 것은 아니며, 인터넷이 공산당을 무너뜨릴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전망한다. 중국과 미국의 전쟁 가능성도 극히 낮으며, 중국어가 영어를 제치고 공용어가 될 가능성도 없다는 주장을 내놓는다.

저자들은 위안화 주도의 세상이 될 거라는 전망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위안화가 달러화를 위협할 정도가 되려면 중국 정부는 발 빠르게 자본시장을 개방해야 한다. 다른 나라가 위안화를 달러화보다 매력적인 기축통화로 여기려면 투자 목적으로 위안화를 거래하기가 더 용이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또 위안화가 진정한 교역 상품이자 투자 대상이 되어야만 한다. 위안화를 상품으로 자유롭게 교환하고 위안화에 투자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위안화는 투자를 위한 화폐로 자유롭게 사용되지 못한다. 중국 당국이 자본의 해외 유입과 유출에 여전히 제동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를 주도하는 초강대국이 될 거라는 장밋빛 전망에도 찬물을 끼얹는다. 역사학자 니얼 퍼거슨은 "21세기는 중국의 시대가 될 것이다"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경제적 영향력이 정치적 영향력으로 쉽게 바뀌는 것은 아니다. 수십 년 동안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었던 일본은 경제력을 패권으로 바꾸지 못했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소프트파워'가 부족하다. 다시 말해 다른 나라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원하도록' 만드는 힘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중국은 결국 초강대국으로 성장하겠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의 호감을 살 만큼 매력적인 나라는 되지 못할 것이다. 중국의 역사적 귀환은 실로 인상적이다. 그러나 베이징이 중국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지 않는 이상, 21세기가 중국의 시대가 될 가능성은 그저 가능성에 불과하다.

◇ 책 속으로

당내 승진의 경우 위대한 중국혁명 영웅의 후손이라는 배경이 해될 것은 없지만 배경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중국 공산당 내의 승진은 능력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는 당 내에서 지도자들이 심각한 정치적 타격 없이 차츰차츰 윗자리로 올라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권력의 정점에 도달한 지도자들은 국유기업의 관리직에서 성 단위의 당서기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경력을 갖추고 있으며, 이들 중에는 1억 명 이상의 사람들을 책임져 본 경험까지 갖춘 사람들도 있다. 족벌 등용이 전혀 없진 않지만 엘리트 순환체제를 통해 역량 있는 지도자들을 배출하는 체계가 어느 정도 정착되어 있다. -80쪽

중국 본토의 민주주의를 낙관적으로 전망할 이유는 또 있다. 중국 국민은 민주주의 의식은 약할지 모르나 정의에 대한 의식만큼은 매우 강하다. 중국에서 매년 부정부패와 권력남용을 비판하는 시위가ㅡ심지어 농촌 지역에서조차ㅡ빈번히 일어난다는 사실은 이들의 자발적인 민주적 욕망을 반영한다. -115쪽

중국 당국은 인터넷을 위협으로 여긴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검열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지 않는 이상 인터넷은 결코 공산당을 무너뜨리지 못한다. -248쪽

중국은 향후 수십 년간 예산을 증액하고 새로운 역량을 키워도 미국의 경쟁 상대가 되지 못할 것이다. 국내 반란의 위험을 제거하고 대만과의 갈등을 해결하지 않는 한, 세계를 향한 중국 군의 야심은 덩치를 키울 수 없을 것이다. 이 못지않게 중요한 점은 중국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전 세계의 현 상태를 바꾸려는 의지를 지닌 혁명 정권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오늘날 중국의 이익을 가장 잘 보장해 주는 체제는 새로운 체제가 아니라 미국이 보장하는 기존의 국제 정치 및 경제 질서이다. 베이징 당국은 워싱턴과 교전에 돌입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기울일 확률이 상당히 높다. -268쪽

마르테 셰르 갈퉁 , 스티그 스텐슬리 지음 | 오수원 옮김 | 부키 | 352쪽 |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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