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는 지난 여름 영진위에서 진행한 제89회 아카데미영화상(이하 아카데미) 외국어영화부문 한국 영화 출품작 심사에서 최종적으로 선정되지 못했다. '아가씨', '부산행' 등 지난 5월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에서 두각을 나타낸 영화들이 후보에 있었지만 영진위는 '밀정'을 선택해 아카데미에 출품했다.
당시 영진위는 심사 총평을 공개하면서 "심사기준과 배점기준에 근거해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높은 '밀정'을 선택하게 됐다. '밀정'은 작품의 미학적 성취도뿐 아니라 감독 및 배우의 인지도, 해외 배급 및 마케팅 능력 부분에서 두루 높은 점수를 얻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결국 '밀정'은 고배를 마셨다. 지난 16일 발표된 외국어영화부문 1차 후보작 9편에 '밀정'은 없었고, 이번에도 아카데미에서는 한국 영화를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처음부터 영진위의 선택은 숱한 비판을 받았다. '밀정'보다는 '아가씨'의 행보가 유력한 수상 후보에 가까웠다는 것이다.
현재 '아가씨'는 칸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 외에도 미국 전역 비평가협회의 상을 휩쓸며 그 작품성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아가씨'라면 수상은 아니더라도 거뜬히 노미네이트까지 올랐으리라는 이야기가 도는 이유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사실 근거가 되는 심사기준이나 배점기준이 명확히 공개된 것은 없다. 왜 '아가씨'가 낙방했는지는 아무도 그 이유를 모르는 셈"이라며 "업계에서는 '아가씨'가 영진위 심사에서 결국 출품작으로 선정되지 못한 이유가 박찬욱 감독이 세월호 사고 등 사회 문제에 가감없이 목소리를 내는 유명 감독이라 그렇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밀정'의 김지운 감독 또한 그렇지만 박찬욱 감독 역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무엇보다 박 감독은 세월호 사고 등 사회 전반적인 문제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소신을 밝혀온 문화예술계 인사다. 세월호 유가족들을 위한 지지 서명을 할 때도 직접 피켓을 들고 사진을 촬영해 올리기도 했다.
영진위는 이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영진위 관계자는 29일 "'아가씨', '부산행' 등이 출품작 후보에 있었기 때문에 심사위원들이 치열한 토론을 했던 것이다. 당시에는 '아가씨'가 해외에서 그렇게 상을 휩쓸고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밀정'은 송강호 배우와 김지운 감독의 인지도, 그리고 미국의 워너브러더스사가 투자와 배급을 맡았기 때문에 더 후보작으로 적절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라며 "블랙리스트나 박찬욱 감독의 개인적인 소신과는 전혀 무관하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