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로 "여러 논란에 대한 제 생각을 전합니다"

(사진=다큐 '세월엑스' 영상 갈무리)
다큐멘터리 '세월엑스'로 세월호 침몰 원인 규명에 다시 불을 댕긴 네티즌 수사대 자로가, 다큐 공개 이후 불거지고 있는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자로는 29일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다큐 SEWOLX(세월엑스)와 관련된 여러 이야기에 대한 저의 생각을 전합니다"라며 자신의 입장을 담은 글을 올렸다.

이 글은 여섯 부분으로 나뉜다. △잠수함 논란에 대해 △다큐에 제시된 과학적 분석 내용에 대해 △다큐를 재가공하는 것에 대해 △'김어준의 파파이스'에 대해 △세월엑스는 정답이 아닙니다 △세월엑스는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그는 "피땀 흘려 준비한 이 다큐가 '잠수함이냐 아니냐' 논쟁으로만 퍼져나가는 것이 안타깝습니다"라고 강조했다.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힌 해군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 아닙니까? 개인적인 생각도 말하지 못하는 그런 나라였습니까? 다큐를 끝까지 보시기는 한 겁니까? 세월호 사고 당시 해군은 정말 최선을 다했습니까? 세월호 진실을 밝히기 위해 제대로 협조했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꼬집었다.

'여러 논란에 대한 저의 생각을 전합니다' 전문
1. 잠수함 논란에 대해

피땀 흘려 준비한 이 다큐가 "잠수함이냐 아니냐" 논쟁으로만 퍼져나가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분명히 말씀드립니다만, 저는 아직 단 한 번도 괴물체가 잠수함이라고 단정한 적 없습니다.

제 다큐에서도, 언론 인터뷰에서도 "잠수함이 맞다"고 표현한 적 전혀 없습니다.

정체 모를 괴물체가 컨테이너가 아니라면, 사고 직후 갑자기 나타났다가 약 10분 후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는 물체는 "제 상식으로는 잠수함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판단했을 뿐입니다.

다큐 전체에서 잠수함에 대한 가능성을 언급한 부분은 극히 일부입니다.

개인적인 추정과 견해를 분명히 반복해서 수차례 밝힌 후 조심스레 제 마음을 표현했음에도, 해군에서는 저를 법적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 아닙니까? 개인적인 생각도 말하지 못하는 그런 나라였습니까? 다큐를 끝까지 보시기는 한 겁니까? 세월호 사고 당시 해군은 정말 최선을 다했습니까? 세월호 진실을 밝히기 위해 제대로 협조했다고 생각하십니까?

2. 다큐에 제시된 과학적 분석 내용에 대해

이 다큐에 제시된 대부분의 과학적 분석은 제가 직접 한 것이 아니라 이화여대 나노과학부 김관묵 교수님의 열정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입니다. 저는 그 결과물을 여러분이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낸 것뿐입니다.

이분은 이 다큐에서 단순히 "자문" 정도의 역할을 하신 것이 절대 아니라, 다큐 처음부터 끝까지 실질적인 핵심 브레인이셨다는 걸 알아주시기 바립니다. 제가 이 다큐에 쏟은 열정은 김관묵 교수님의 열정과 치밀함에 비하면 정말이지 새발의 피도 안 됩니다.

지금까지 쌓아놓은 과학적 업적이 엄청나신 분께서, 도대체 뭐가 아쉬워서 자신의 신분을 공개하면서까지 이런 위험한 일에 뛰어드셨는지 그 진심을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김관묵 교수님의 분석에 대해 얼마든지 반론이 제기될 수 있고, 여러 전문가의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토론의 장이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다큐를 제대로 보지도 않고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처럼 쉽게 말하는 것은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 다큐 제대로 안 봤다는 게 티가 다 납니다.

일반 시민들이야 그럴 수 있다 치더라도, 언론이나 방송은 그러시면 안 됩니다. "전원구조" 오보를 양산하던 때와 도대체 뭐가 달라졌는지 한숨만 나옵니다.

3. 다큐를 재가공하는 것에 대해

지금 저의 다큐를 영어, 일어, 중국어 등 여러 언어로 번역하여 해외에도 알리시겠다는 분들이 정말 많고, 이미 그 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큐의 내용을 인용해 여기저기서 2차 생산물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 다큐는 저의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굳이 제 허락 안 맡으셔도 되고, 만든 후 따로 알려주시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자유롭게 편하게 쓰셔도 됩니다.

저는 그저 감사할 뿐이고, 더 도와드리지 못해서 죄송할 뿐입니다.

4. '김어준의 파파이스'에 대해

다큐에서도 수차례 밝혔지만 저는 그들을 존중합니다. 대부분 언론이 세월호 참사에 대해 등을 돌렸을 때 홀로 고군분투했던 그들의 열정과 노고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들과 제가 다른 길을 가는 것 같지만, 사실 알고 보면 같은 길을 가는 겁니다. 세월호는 절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쓰러지기 힘들다는 것, 정부의 발표는 미심쩍은 부분이 너무도 많다는 것, 진짜 침몰 원인을 찾고 있다는 것….


저도 그들의 여러 주장이 사실이라고 강하게 믿고 있었습니다. 이는 저의 블로그나 SNS를 보시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그들의 주장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다다른 결론은 "그들의 가설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무척 당혹스러웠습니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습니다.

제가 찾아낸 내용을 공개하자니 제가 지지하는 그들에게 타격이 있을 것은 불 보듯 뻔했고, 이를 저만 알고 있자니 사람들은 사실이 아닌 것을 진실로 믿어버릴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 자신의 양심을 속일 수 없었습니다. 그 누구의 편도 들지 않고 오직 진실의 편에서 모든 것을 바라보겠다는 저의 다짐을 지키고 싶었습니다.

이 다큐가 "세월엑스 vs 파파이스" 구도로 변질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진심으로 그들이 준비하고 있는 영화 "인텐션"에 엄청난 반전이 숨어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5. 세월엑스는 정답이 아닙니다

저는 이 다큐에서 정답을 말한 것이 아니라 "질문을 던진 것"입니다.

지금까지 이루어진 세월호 진상규명 작업이 제대로 진행됐는지, 정말 더는 밝혀질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지,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질문을 던진 것입니다.

그리고 저의 질문에 답을 해줄 "강력한 세월호 특조위"를 만들기 위해 작은 힘을 보태고 싶었습니다.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세월엑스는 전적으로 개인적인 견해일 뿐이며, 오류나 오타 등 여러 부족함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분야 전문가도 아닌 그저 평범한 시민이니까요. 100% 완벽한 사람은 없습니다.

그래서 언제든 열린 마음으로 다른 의견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저는 그저 진실이 궁금할 뿐입니다.

이 다큐가 여러분에게 또 하나의 편견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절대 100% 무조건 믿지 마시고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해주세요.

그리고 부족한 부분은 가감 없이 지적해주세요. 오히려 제가 진심으로 바라는 바입니다.

다만 워낙 많은 메시지가 폭주하고 있어서 일일이 확인하고 답변드리기는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저 역시도 제 다큐에서 논리적으로 허술한 점을 찾아서 깨부술 각오로 후속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6. 세월엑스는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여러분은 "8시간 49분"이 길다고 느껴지실 테지만, 여기에 아직 담지 못한 내용은 이보다 훨씬 깁니다.

저는 아직도 공부하고 있고, 김관묵 교수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평생 갚아도 갚지 못할 마음의 빚이 남아 있습니다. 어제나 오늘이나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저는 오늘도 그날의 진실을 찾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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