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전달 의혹' 모철민 소환…특검 칼날 김기춘 턱밑까지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전달 의혹을 받고 있는 모철민(58) 주 프랑스 대사를 소환했다.


모 대사는 29일 오후 '문화계 블랙리스트 존재를 알고 있었느냐' 등을 묻는 취재진에게 "수고하십시오"라는 말만 남긴 뒤 곧장 특검실로 향했다.

이날 회색 목도리에 짙은 색 코트차림으로 서울 대치동 특검사무실 주차장에 나타난 모 대사는 건강상의 이유로 오전 10시에 예정된 소환 시간을 오후로 미뤘다. 모 대사는 전날 오후 프랑스에서 귀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모 대사는 대통령비서실 교육문화수석으로 재임하던 지난 2013년에서 2014년 사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지시를 받고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문화체육관광부에 전달한 의혹을 받고 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의 폭로로 그 실체가 드러났다. 여기엔 작가 한강(46)과 고은(83)을 포함해 현 정권에 밉보인 문화·예술인 9473명의 이름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장관은 지난 26일 CBS와의 라디오 인터뷰에서 "퇴임 직전 (문화계)블랙리스트를 직접 봤다"면서 "리스트 (형식) 이전에 구두로, 수시로 김기춘 비서실장의 지시라고 하면서 모철민 수석이나 김소영 비서관을 통해 문체부로 전달됐다"고 폭로한 바 있다.

특검팀은 모 대사를 상대로 정권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들을 정부 지원이나 각종 행사에서 배제할 목적으로 문체부에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보내는 데 관여했는지 등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모 대사는 이날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됐지만 수사상황에 따라 피의자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전날 특검팀은 김상률 전 대통령비서실 교육문화수석을 소환하면서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에 본격적으로 박차를 가했다. 김 전 수석은 14시간의 고강도 조사를 받고 다음날(29일) 새벽 귀가했다.

신동철 전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실 정무비서관도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여 의혹으로 전날 소환돼 다음날 새벽 2시쯤 귀가했다.

앞서 26일엔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련해 김 전 비서실장의 자택과 당시 정무수석이던 조윤선 문체부 장관의 집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조 장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주도 의혹에 대해 계속 부인하는 상태다.

특검의 칼날이 김기춘 전 실장과 조 장관으로까지 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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