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우가 털어놓는 삼성화재의 ‘무거운 짐’

올 시즌 삼성화재의 주장을 맡은 유광우는 최근 주춤한 팀 성적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까지 떠안았다.(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누가 뭐래도 삼성화재는 지난 2005년 V-리그가 출범한 이래 남자부에서 가장 많은 우승을 차지한 최고 명문이다. 비록 최근 2시즌은 OK저축은행이 우승했고, V-리그 출범 초반에는 현대캐피탈에 챔피언의 영광을 내주기도 했지만 삼성화재는 자타공인 V-리그 남자부에서 가장 빛나는 역사를 가졌다.

하지만 삼성화재는 최근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에 그치고 있다. 스폰서십을 통해 여전히 삼성화재라는 이름은 사용하지만 모기업이 삼성화재에서 제일기획으로 옮겨갔고, 최근 삼성 스포츠단의 다른 종목 팀들과 마찬가지로 주춤한 성적에 그쳤다.

2014~2015시즌에는 챔피언결정전에서 3경기 만에 우승을 내줬고, 2015~2016시즌에는 V-리그 출범 후 처음으로 챔피언결정전에 오르지 못하는 수모도 겪었다. 2016~2017시즌에도 삼성화재는 3라운드까지 치열한 선두 경쟁에 합류하지 못한 채 7개 팀 가운데 5위에 그치며 ‘봄 배구’ 출전이 위태로운 처지였다.

지난 28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캐피탈과 ‘NH농협 2016~2017 V-리그’ 남자부 4라운드 첫 경기. ‘토종 거포’ 박철우가 A형 독감으로 갑작스레 출전 명단에서 빠진 삼성화재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무서운 힘을 선보이며 세트 스코어 3-1 승리를 거뒀다. 전반기를 4연패로 마쳤던 삼성화재는 최대 라이벌을 적지에서 꺾으며 후반기를 가뿐하게 출발했다.


'몰빵배구'라는 차가운 평가도 있지만 유광우에게는 과거의 영광을 잇기 위한, 그래서 반드시 승리하기 위한 분명한 선택일 뿐이다.(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 ‘최강 삼성화재’, 부담이 되어버린 과거의 영광

2007~2008시즌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은 유광우는 지금까지 정규리그 우승 6회, 챔피언결정전 우승 7회의 영광을 맛봤다. 이 모두를 경험한 그에게 최근의 부진은 생각했던 것 이상의 스트레스였다. 많은 배구 관계자는 “유광우의 머리가 상당히 복잡하다”고 입을 모았다. 팀이 예전만 못한 성적을 거두는 가운데 주전 세터이자 주장까지 맡은 유광우가 상당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

현대캐피탈전을 마친 뒤 만난 유광우는 수염도 제대로 깎지 못한 매우 수척한 모습이었다. 웃고는 있지만 분명 지친 듯한 기색이 역력했다. 3라운드 막판 4연패를 당했던 삼성화재의 팀 분위기를 고스란히 그의 모습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이제는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겠다”는 임도헌 감독과 비슷했다.

“더 이상 떨어질 데가 없었다”는 유광우의 표정에서는 안도감마저 느껴졌다. 지난 4연패를 ‘악순환의 연속’이라고 표현한 유광우는 최근 이민욱에 자리를 내주는 시간이 길어졌다. 자칫 기분이 상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누가 들어가도 이긴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그의 답에서는 승리를 향한 간절함을 엿볼 수 있었다.

왜 그렇게 삼성화재는 승리에 목이 말랐던 것일까. 유광우는 “많은 분이 예전의 삼성화재만 생각한다. 삼성화재는 연패하지 않는, 5세트를 가면 무조건 이기는 팀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그러지 못해 (선수단이 겪는) 충격이 더 컸다”면서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 더 중요한 것은 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매우 힘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현대캐피탈전 승리로 임도헌 감독은 물론, 유광우를 비롯한 삼성화재 선수들은 무거웠던 마음의 질을 덜어내는 데 성공했다. 남은 대진도 나쁘지 않다. 비록 3라운드에서는 아쉽게 패했지만 순위가 낮은 KB손해보험(1월1일)과 OK저축은행(1월5일)을 차례로 상대하는 만큼 연승도 기대할 수 있다. 삼성화재는 올 시즌의 ‘역대급 1위 경쟁’에 당당히 합류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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