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씨는 연탄 200장이 마당에 쌓이는 모습을 보면서 "오늘 날씨가 안 좋았으면 연탄을 받지 못해 큰일 날 뻔 했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지난해에는 10월부터 연탄을 기부받았는데, 올해는 12월이 돼서야 간신히 연탄을 받게 됐다"며 "빨래는 엄두도 못내고, 연탄으로 방안이 차갑지 않게만 하고 있다"고 전했다.
병원에서 식구의 병시중을 들던 김정숙(68·여) 씨도 없는 시간을 쪼개 집으로 돌아와 연탄기부를 받았다.
김 씨는 "가스보일러는 있지만, 내가 기초생활수급자이다보니 가스비를 낼 수 있는 형편이 못된다"며 "올해 연탄기부가 적어 걱정이 많다"고 전했다.
연탄 지원을 받는 가구는 대부분 기초생활수급대상자로, 혼자 사는 노인들이 많다.
◇ "연탄은행이 문을 닫게 도와주세요"
자원봉사자는 한 명도 없었다. 오 목사는 "주중에도 보통 봉사자들이 1~2명은 왔었는데, 올해는 발길이 줄었다"며 "서울과 달리 경기도 소도시들은 일손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탄 지원을 받는 집들은 대부분 깊숙한 골목이나 꼬부랑거리는 언덕 위에 있어, 지게를 통해서만 배달할 수 있다.
젊은 청년들의 봉사가 절실하지만, 올해 동두천을 찾은 청년 봉사자는 두 팀에 머물렀다. 가끔씩 찾아주는 10대 학생들 덕분에 그나마 숨통이 트인다고 한다.
홀로 고군분투하는 오 목사를 위해 주변 군부대에서는 매주 화요일 군 장병들을 지원해주고 있다. 이날은 육군 20사단 장병들이 도울 차례였다.
장병들은 지게에 연탄 10장씩을 쌓아 골목길을 걸어갔다. 전날 내린 눈 때문에 서로 '조심하라'는 걱정이 오갔다.
무게중심을 조금만 뒤로 옮겨도 나자빠질 수 있어 허리를 약간 숙여 천천히 움직여야 했다.
오 목사는 "보통 어르신들이 일 년에 연탄 800장 정도는 사용하시는데, 올해는 많아야 400장 정도밖에 지원할 수 없을 것 같다"며 씁쓸해했다.
이어 "엄혹한 시국이긴 하지만, 추운 겨울에는 정말 어려운 이웃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기부는 돈.시간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라며 "연탄은행의 목표는 '연탄은행이 문을 닫는 것'이다. 그만큼 어려운 이웃들이 없어지길 바라는 마음인데, 여러분들이 동참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떨어진 '사랑의 온도'
기부연구소 비케이 안 소장은 "모금 담당자들은 내년 할당된 기부 실적을 채우면서 '기부 방해 요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데, 올해는 '최순실 사태'를 가장 큰 걸림돌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줄어든 손길은 바로 결과로 나타났다. 올해 연탄은행이 확보한 연탄은 26만장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확보한 37만장보다 11만장(30%) 줄어든 수치다.
광화문에 우뚝 솟은 '사랑의 온도탑'의 현재(28일 기준) 온도 58도(2079억)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1도(187억) 하락했다.
물론 기부 하락세에는 '경제난'이나 '부족한 관심'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발표된 서울연구원의 인포그래픽스 제215호 '서울시민의 기부활동 현황은'에 따르면, 2015년 13세 이상 서울시민 4571명 중 64.6%가 기부를 하지 않는 이유로 '경제적 여유가 없는 것'을 꼽았다. '기부에 대한 관심부족'은 14.8%로 두 번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