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전 장관은 28일 오전 10시쯤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출석해 "국민연금이 찬성하도록 외압을 행사했는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조사실로 향했다.
전날 오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 받던 문 전 장관은 이날 오전 1시 45분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긴급체포됐다. 문 전 장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찬성하도록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두 회사 간 '불합리한' 합병비율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경영권 확보 등 막대한 이익을 얻은 반면 국민연금은 수천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팀은 문 전 장관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삼성합병에 찬성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한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문 전 장관의 자택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압수물과 문 전 장관의 진술을 분석 과정에서도 문 전 장관이 부당한 지시를 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특검팀은 국민연금을 관리감독하는 복지부 국장급 간부들로부터 문 전 장관이 삼성합병에 찬성하라는 지시를 사실상 내렸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특검 조사에서 문 전 장관이 국민연금 의결권전문위원회에 삼성합병 안건을 올리지 말고 기금운용본부 차원에서 독자 결정하라는 취지로 주문했다고 밝혔다.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도 기존 진술을 뒤집고 복지부로부터 합병에 찬성하라는 압력을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문 전 장관을 연결고리 삼아 박 대통령과 삼성그룹을 잇는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다고 보고 조사 강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아울러 문 전 장관이 이같은 지시를 하게 된 배경에 청와대가 있었다고 보고 구속 수감 중인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전날 진술 내용과 기존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
특검팀은 문 전 장관의 조사를 마치는 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검팀은 조만간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 담당 사장 등 삼성그룹 관계자들을 불러 최순실 일가를 지원하게 된 배경이 이같은 정황과 관련돼 있는지 추궁할 계획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소환조사도 불가피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