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특혜·블랙리스트' 수사 박차…문형표·정관주 소환

조사 상황 따라 피의자 변경 가능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작년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찬성하도록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 소환된 문형표 국민연금 이사장(전 보건복지부장관)이 27일 오전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황진환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 혐의 규명과 문화체육계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검팀은 27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삼성 측에 특혜를 준 의혹과 관련해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강도높게 조사하고 있다.

문 전 장관은 조사 상황에 따라 피의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이날 오전 9시 30분쯤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도착한 문 전 장관은 쏟아지는 질문에 "특검에 가서 말씀드리겠다"고만 답했다.

다만 '합병에 찬성한 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직으로 옮겼다는 얘기가 있다'고 하자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최순실씨로부터 지시를 받았는지' 등 나머지 질문에는 일절 답하지 않고 특검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조사실로 향했다.

문 전 장관은 지난해 7월 청와대 지시를 받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에 찬성표를 던지도록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국민연금은 당시 시장의 예상을 깨고 삼성합병 문제를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의결권 전문위원회에 넘기지 않고 자체 투자위원회를 열고 독자 처리했다.

이 직전에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이례적으로 면담했고, 투자위원 3명을 표결 직전 직권으로 교체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검팀은 당시 국민연금을 감독하는 보건복지부 간부급 공무원들로부터 문 전 장관의 지시가 있었던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전 장관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지시로 합병 찬성 지시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나, 그는 지난달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한 바 있다.

특검팀은 문 전 장관을 상대로 삼성 합병 지시를 한 것이 사실인지, 안 전 수석의 개입이 있었는지 등을 강도 높게 조사 중이다.

특검팀은 이날 구속수감 중인 안 전 수석도 불러 조사할 계획이었지만, 그는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특검팀은 이날 오후 2시 홍 전 본부장을 재소환해 삼성 합병 지시 의혹을 집중 캐물을 계획이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정관주 전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이 27일 오전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황진환 기자
한편, 특검팀은 문 전 장관과 비슷한 시각 정관주 전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도 불러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서도 집중 캐묻고 있다.

정 전 차관은 이날 오전 9시 57분쯤 특검 사무실 도착해 '블랙리스트 작성은 누구의 지시였는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조사실로 향했다.

정 전 차관은 지난 2014년 말부터 올 초까지 청와대 정무수석실 국민소통비서관으로 근무하며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정무수석은 조윤선 문체부 장관이었다.

특검팀은 정 전 차관을 상대로 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의혹을 받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 조 장관의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여부 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이들을 상대로 강도 높게 조사한 뒤 재소환 혹은 신병처리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