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법률 미꾸라지'로 불리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전현직 검찰고위관계자들은 '자업자득'이라거나 '참담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오늘 [Why뉴스]에서는 '박영수 특검은 왜 '법률 미꾸라지' 김기춘의 안방을 털었을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그렇다. 헌정사상 처음있는 일이라고 한다. 전직 검찰총장이 검찰에 소환돼 수사를 받고 구속되거나 처벌된 적은 있지만 자택을 압수수색 하는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전직 한 검찰총장은 후배 검사들에게 "검찰총장을 지냈으니 앞으로 '자다가 팬티바람에 끌려가거나 집이 압수수색 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지낸 김기춘씨가 처음으로 자택 압수수색이라는 수모를 당한 것이다. 비록 검찰이 아니고 특별검사가 한 것인지만 검사후배 들이기 때문에 검찰총장을 지낸 50년 공직의 마지막이 자택 압수수색이 됐다는 건 참단하고 망신을 톡톡히 사는 일일 것이다.
= 김기춘씨는 지난 1992년 대선에서 '김기춘 지역감정 조장사건(일부 언론에서 부산초원복집사건이라고 부르기도 함)'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고 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됐지만 교묘하게 법망을 빠져나갔다.
당시 부산 지역 기관장들을 모아 지역 감정을 선동하는 이른바 '우리가 남이가!' 사건을 일으켰지만 검찰수사는 김기춘씨의 부정선거 개입이 아닌 '도청'에만 초점이 맞춰졌고 주요 언론 대부분도 '부정선거'보다는 도청부분을 물고 늘어졌다.
이 사건은 '김기춘 지역감정 조장사건'이라고 부르지 않고 '부산초원복집사건'으로 부르는게 그 증거다. 세월이 지나면 복집 광고인지 복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걸로 오해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김기춘씨는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자 대통령 선거법 제36조 1항이 참정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제청했고, 헌재에서 해당 법률에 대한 위헌 결정이 나면서 공소는 취하되고, '법률 미꾸라지' 김기춘은 처벌을 면하게 된다. 그리고 도청한 사람들은 처벌을 받는다. 완전히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김기춘 지역감정 조장사건(부산 초원복집 사건)은 제14대 대통령선거를 일주일 앞둔 1992년 12월 11일 아침 7시 김기춘 전 법무부장관, 김영환 당시 부산시장, 정경식 당시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 박일용 당시 부산지방경찰청장, 이규삼 당시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부산지부장, 김대균 부산기무부대장, 우명수 당시 부산직할시 교육감, , 박남수 당시 부산상공회의소장 등이 참석해 김영삼(YS) 당시 민자당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를 모의했고 지역감정을 노골적으로 부추겨야 한다는 논의를 했다.
= 첫 번째 이유는 김기춘씨에 대한 기선제압을 위해서다.
그동안 김기춘씨는 검찰총장과 법무부장관, 국회의원 3선,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내면서 검찰에게는 일종의 성역처럼 여겨져왔던게 사실이다. 그래서 검찰이 출국금지를 하면서도 압수수색을 실시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특검마저 김기춘씨의 자택 압수수색조차 하지 않는다면 수사가 제대로 될 수도 없을 것이고 특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에 이른 아침 전격적인 압수수색에 나선 것이다. 특검은 검침봉까지 동원해 압수수색을 벌였으니까 김기춘씨로서는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한 것이다.
김기춘씨의 후배인 검사중 출신 한 변호사는 "박근혜 정부를 망친 주범이 김기춘씨"라면서 "압수수색을 열번인 당해도 싸다"는 평가를 했고 다른 검사장출신 중견 변호사는 "자업자득이고 사필귀정"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두 번째는 특검이 검찰과 달리 수사의지가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측면이다.
김기춘씨의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은 늦어도 너무 늦었다. 검찰이 미적됐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특검은 검찰과 달리 김기춘씨의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함으로서 강력한 수사의지를 드러냈다.
특검팀 관계자는 "법을 잘아는 김 전 실장이 이미 대비를 했겠지만 자택에 들어가 본다는 그 자체가 의미있다"면서 "꼭 뭔가 나올걸 기대했다기 보다는 (김기춘씨의) 집에 한 번 들어가 한 번 훑어 본다는 데 의미가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윤갑근 특별수사팀장이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끝까지 하지 않고 미적되다 아무런 성과도 없이 해체된 것과 비교해보면 특검의 수사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박영수 특검이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혐의를 입증하는 것'과, '김기춘.우병우 두 사람을 사법처리하는 것', 그리고 '삼성에 대한 철저한 수사', 이건 제대로 해야 국민들이 특검수사를 수긍하지 않겠나?"라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 특검수사가 그 세가지에 집중되는 거냐?
= 특검에서 해야할 수사는 차고 넘친다.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특검수사는 70일이라는 시간적 한계가 있다. 그동안 제기된 모든 의혹을 수사할 수는 없을 것이다.
특검팀 관계자도 "굵직한 몇 건만 제대로 수사하면 되지 않겠나?"면서 "언론에서 제기된 의혹들을 다 수사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세월호 7시간에 대해서도 청와대와 핵심 증인들의 비협조로 국정조사에서 제대로 규명하지 못했기 때문에 특검이 밝혀내야 할 것이다.
세 번째는 김기춘씨의 실제 혐의를 찾으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김기춘씨와 관련된 의혹은 차고 넘친다. 그렇지만 직권남용이라는 게 애매한 부분이 많다.
특수수사통 출신 변호사들은 "압수수색이 늦어도 너무 늦었다"면서 "여우같은 김씨가 증거자료를 그냥 뒀겠나?"라고 말했다. 그렇더라도 특검에서는 하나의 단서라도 찾아야 하니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김기춘씨의 자택 압수수색을 실시했을 것이다.
= 구체적인 혐의를 잡았는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특검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해서 발부받았다는 자체가 범죄의 단서를 갖고 있다는 건 맞다.
특별수사에 정통한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압수수색 영장은 수사의 완결이 아니고 불쏘시개"라고 말했다. 불쏘시개가 장작으로 옮겨붙어서 모닥불이 될 수도 있고 불쏘시개만 활활타다가 끝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 그렇게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이규철 특검보는 26일 정례브리핑에서 '김기춘씨와 조윤선 장관에 대해 동시 압수수색을 실시한 건, 두 피의자의 공통 혐의에 대한 수사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게 해석해도 될것 같다"고 답했다.
두 사람의 공통혐의는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김기춘씨가 지시했다는 거냐?
= 그렇게 드러나고 있다. 김기춘씨가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했고 조윤선 장관도 정무수석 때부터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련됐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유 전 장관은 "퇴임 직전 블랙리스트를 직접 봤다"면서 "리스트 (형식) 이전에 구두로, 수시로 김기춘 비서실장의 지시라고 하면서 모철민 수석이나 김소영 비서관을 통해 문체부로 전달됐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김기춘씨가 비서실장으로 오고 난 뒤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허태열 비서실장 시절에는 이런일이 없었다는 것이다.
유 전 장관은 당시 김소영 비서관이 A4 용지에 빼곡히 수백명의 문화예술인 이름을 적어 조현재 문체부 1차관에게 전달하면서 "가서 유진룡 장관에게 전달하고 그걸 문체부에서 적용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김 전 비서관은 조 전 차관이 블랙리스트 작성 출처를 묻자 "정무수석실에서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그해 6월 신임 정무수석은 조윤선 현 문체부 장관이었다. 전임자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였다. 모철민 전 수석은 박근혜 정부 초기 교육문화수석으로, 현재 주프랑스 대사로 재직중이고, 김소영 당시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은 현재 숙명여대 교수로 복귀했다.
▶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이 죄가 되는 거냐?
= 블랙리스트가 만들어졌다는 그 자체가 헌법이고 법률위반이다.
유 전 장관은 "이거는 정말 심각한 헌법상의 위반이고, 피해자들 입장에서는 표현의 자유, 사상의 자유, 행복권 추구의 자유. 그러니까 평등, 자유, 이 모든 자유를 갖다가 아주 명백하게 침해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수 특검팀의 한 관계자도 "블랙리스트는 그 자체로 아무 무거운 죄질에 해당한다"면서 "블랙리스트에 당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고, 고생하고 상처받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어서 상당히 중하다"고 말했다.
또 블랙리스트를 갖고 구체적으로 문화계 인사들은 탄압했다면 그에 관련된 공무원들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일부에서는 '비망록'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업무일지'가 좀 더 정확한 표현일거다. 이 업무일지에 기재된 내용이 중요한 단서가 되는 건 맞다. 특검팀 관계자도 "김 전 수석의 업무일지는 중요한 참고가 되는 건 맞다"고 말했다.
200페이지 분량 '김 전 수석의 업무일지'에는 '長(장)'이라는 표기가 있는데 김 전 실장이 지시한 내용들이다. 김기춘씨는 2014년 11월 불거진 '정윤회 문건' 사건 때 이재만·안봉근·정호성 등 이른바 '문고리 권력 비서관 3인방'의 소환과 통화 내역, 이메일 압수 수색 등을 검찰과 혐의하고, 정윤회 문건 내용이 허위라고 하라는 지시를 했다. 직권남용의 소지가 있는 부분이다.
또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에는 '시신 인양×, 정부 책임, 부담'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고, 민정수석실을 동원해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계 인사들에 대한 고발을 유도하도록 지시하고 법원 관계자들 사찰(査察)을 지시하는 듯한 대목도 등장한다.
김 전 실장은 또 문체부 인사에 개입하거나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전 수석의 업무일지와 다른 증거나 진술이 합쳐져야 김기춘씨에 대한 사법처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해 이 부분에 대한 수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시사했다.
▶ 김기춘씨는 '개인의 생각을 적은 것'이라고 하지 않았나?
= 그건 김기춘씨가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폄하하는 것이라는 게 김기춘씨와 일했던 전직 청와대관계자들의 공통된 말이다.
유 전 장관은 "여러 수석들한테 들은 얘기는 김기춘 실장이 오고 나서 금지시켰던 게 수석회의에서 수석들이 얘기하는 걸 금지시켰습니다. 그냥 받아 적으라는 얘기죠. 특히 대통령이 주재하는 회의에서는 수석들은 말 한마디 했다가는 김기춘 실장한테 끌려가서 치도곤을 당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고. 그러니까 본인 스스로가 수석들의 입을 막아서 절대로 얘기를 못 하게 하고 이 시스템 자체를 마비시켜 놓고선 그 수석회의를 소통의 장이라고 변명을 해요"라고 반박했다.
유 전 장관은 김기춘씨가 청문회에서 "본인의 주관이 담겨 있다"고 한데 대해 "받아쓰기 바쁜데 그런 여력이 있겠습니까? 그리고 아니, 감히 대통령이 하는, 막 떠드는 그 자리에서 수석이 소설을 쓰거나 본인의 주관이나 생각을 거기에 적을 겨를이 있겠습니까?"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