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난 24일(한국 시각) "소치올림픽에 출전한 러시아 선수 28명을 도핑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단 여기에는 크로스컨트리에 나선 메달리스트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금메달리스트인 아델리나 소트니코바(20)도 도핑 리스트에 있을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한 러시아 언론이 지난 23일 공개한 금지약물 복용 의혹 선수 명단에 소트니코바의 이름도 올라와 있다.
하지만 소트니코바에 대한 의혹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무명의 선수가 올림픽이라는 가장 큰 무대에서 금메달을 따냈기 때문이다. 당초 러시아가 기대한 선수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까지 나서서 독려했던 율리아 리프니츠카야였다. 소트니코바는 전혀 예상 밖 선수였지만 리프니츠카야가 부진하면서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모양새였다.
당시 소트니코바는 쇼트프로그램에서 74.64점으로 1위 김연아(74.92점)에 뒤졌으나 프리스케이팅에서 김연아(144.19점)보다 5점 이상 많은 149.95점을 받아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에는 러시아의 홈 이점을 업은 편파 판정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그러나 러시아의 조직적인 도핑 사실이 밝혀지면서 소트니코바도 금지약물의 힘을 빌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 '재팬 타임스'의 피겨 전문 잭 갤러거 기자도 이미 지난 7월 러시아의 도핑 의혹과 함께 소트니코바의 메달 박탈 가능성을 주목한 바 있다.
소치올림픽 역시 메달 정정 사례가 나올 수 있다. 특히 소트니코바의 도핑 사실이 밝혀진다면 김연아가 금메달 수상자로 바뀐다. 올림픽 이후 소트니코바는 각종 국제대회 출전을 고사하며 의혹을 키우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의혹이 밝혀지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빙상경기연맹 이기인 부회장은 "관련 소식은 접했지만 아직 국제연맹(ISU) 등에서 구체적으로 연락이 온 것은 없다"고 밝혔다.
과연 소트니코바의 이례적인 금메달에 오염된 혈액이 섞였을지, 또 김연아가 올림픽 2연패의 꿈을 뒤늦게나마 이룰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