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는 자신의 공식 데뷔전이었던 지난 20일 GS칼텍스와 3라운드에서 공격 성공률 38.70%로 14득점을 기록했다. 선수단 합류해 하루 훈련해 나선 경기치고는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다. 이날 경기에서도 도로공사는 GS칼텍스에 0-3으로 완패했다.
5일 뒤 KGC인삼공사를 상대한 헐리는 분명 달라져 있었다. 헐리는 46.37%까지 공격 성공률을 끌어올렸고, 득점은 37점까지 뛰어올랐다. 제 몫을 톡톡히 한 헐리의 활약에 도로공사는 풀 세트 접전 끝에 KGC인삼공사에 3-2로 승리를 거뒀다. 31.6%였던 공격 점유율은 40.6%까지 올라갔다.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은 CBS노컷뉴스와 전화통화에서 “GS칼텍스 경기가 끝나고 ‘이 경기로 나를 평가하지 말아달라. 자신이 있다’고 했다”면서 “경기는 졌지만 내용은 좋게 봤다. 테크닉은 좋은 선수인데 한국 무대에서는 힘과 스피드를 조금 더 키워야 한다. 그래도 첫 경기보다는 두 번째 경기에서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시즌 개막 전 시크라의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데리고 왔던 브라이언과 함께 3라운드 중반까지 소화했던 김종민 감독이지만 헐리의 합류가 조금만 더 빨랐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유럽에서는 테크닉으로 점수를 내는 스타일의 선수였지만 한국에서는 그 정도는 다 수비가 되니까 본인도 깜짝 놀라는 모습이었다”는 김종민 감독은 “GS칼텍스전이 끝나고 팔과 허리를 모두 쓰는 공격을 주문했는데 워낙 배우려는 의지가 강하다. 시즌 중이라 많은 것을 바꿀 수 없지만 조금만 더 빨리 합류했다면 굉장히 많이 좋아질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김종민 감독은 헐리 뿐 아니라 올 시즌 도로공사의 성공을 위해 ‘빠른 적응’을 선결 과제로 꼽았다. 그는 “(헐리가) 성격이 좋아 팀에 적응하는 문제는 없다”면서 “세터와 호흡이 가장 중요하다. 이 부분은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문제지만 아무래도 공을 많이 때려본 경험이 없어 체력 관리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실 헐리는 시즌 중 영입이 발표된 뒤 기량보다 외모로 더 큰 화제를 모았다. 그동안 V-리그 여자부를 거쳐간 여느 선수와 달리 헐리의 두 팔에는 화려한 문신이 가득했고, 경기 중 포효하는 모습에서는 분명한 ‘기’가 느껴졌다. 선수단 합류 후 자기가 먼저 동료들을 불러모아 각 상황에 따른 세리머니를 만들어 알려줬을 정도로 성격도 적극적이다.
하지만 김종민 감독은 “(헐리가 외모 때문에) 노는 언니처럼 보인다는 분들도 있는데 같이 있으면 전혀 그런 모습을 찾을 수 없다. 본인이 뭘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굉장히 프로페셔널한 선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헐리의 V-리그 세 번째 경기는 29일 GS칼텍스와 4라운드 첫 경기다. 헐리는 과연 3라운드의 패배를 설욕하며 도로공사의 ‘하이패스’를 이끌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