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룡 "블랙리스트, 수시로 김기춘 지시라고 내려왔다"

유진룡 전 장관 인터뷰 ① "블랙리스트 강제한 김기춘, 뒤로 숨지 말라"

- 리스트 형태로 처음 내려온 건 2014년 6월
- 노태우 정부 때 없었던 블랙리스트, 30여 년 만에 부활
- 리스트,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오랜 기간 걸쳐 보강, 확대돼
- "대통령 뜻인지 호가호위를 한 김기춘 비서실장의 장난인지"
- 문체부 '학살' : 김종이 명단을 김기춘에게, 김기춘이 김희범에게 전달
- 블랙리스트, 공적인 권력을 사유화해서 차별하는 범죄행위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는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의 특집 인터뷰를 4회에 걸쳐 싣습니다. 유진룡 전 장관은 2013년 3월부터 2014년 7월까지, 박근혜 정부 전반기에 문화체육관광 정책을 총괄했으며, 임기 중과 그 이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인사 전횡' 등 최근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정국의 주요 현안에 대해 의미 있는 증언을 해 주고 있습니다. -시사자키 제작팀)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19:50)
■ 방송일 : 2016년 12월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유진룡 전 문체부장관


◇ 정관용> 유진룡 전 문체부장관, 스튜디오에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유진룡> 네, 안녕하세요.

◇ 정관용> 장관 퇴임 후에 방송 인터뷰는 처음이시죠?

◆ 유진룡> 네, 처음입니다.

◇ 정관용> 나와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는데 박근혜 정부 출범하면서 초대 문체부장관을 맡으셨잖아요?

◆ 유진룡> 네.

◇ 정관용> 그만두신 게 2014년 언제죠?

◆ 유진룡> 7월 16일입니다.

◇ 정관용> 7월 16일. 재직 기간 중에 말이죠, 지금 문제가 되고 논란이 되는 블랙리스트라고 하는 걸 장관께서는 보셨어요?

◆ 유진룡> 네, 봤습니다.

◇ 정관용> 언제 보셨습니까?

◆ 유진룡> 리스트를 본 거는 2014년 6월경으로 기억을 하고요.

◇ 정관용> 퇴임 직전이네요?

◆ 유진룡> 퇴임 직전이었습니다. 그리고 리스트 이전의 형태로는 구두로, 수시로 김기춘 비서실장의 지시라고 하면서 모철민 수석이나 김소영 비서관을 통해서 문체부로 전달이 됐었습니다.

◇ 정관용> 리스트가 2014년 6월인데 그 이전과 이후가 나뉘는군요? 이전이라면 어떤 겁니까?

◆ 유진룡> 이전을 설명 드리려면 얘기가 길어지겠지만 제가 처음 취임하던 배경도 잠깐 설명을 드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 정관용> 말씀하세요.

◆ 유진룡> 저는 정치활동을 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문체부를 비롯한 어떤 내각에도 제가 입각을 할 거라는 기대를 전혀 안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 당시 박근혜 당선인께서 전화를 하셔서.

◇ 정관용> 당선인 신분으로?

◆ 유진룡> 네. 문체부장관 자리를 제안을 하시길래 제가 너무 뜻밖이라서 생각을 하고 답변을 드리겠노라고 그랬더니 저한테 대뜸 말씀하셨던 게 그리고 약속하셨던 게, 젊은 사람들 중에서, 특히 문화예술인들 중에서 자신을 지원한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느냐?

그래서 "아마 거의 없지 않겠습니까?" 그랬더니 본인은 그런 사람들을 다 안고 갈 생각을 갖고 있다…

◇ 정관용> 포용하고 가겠다?

◆ 유진룡> 네. 그러니까 그 역할을 할 사람을 찾다 보니까 많은 사람이 당신을 추천을 하더라, 당신이 와서 해야 될 가장 중요한 일은 그런 사람들을 안고 가주는 일이다라고 얘기를 했기 때문에 저는 그게 굉장히 보람 있는 일이 될 거라고 생각을 하고…

◇ 정관용> 박근혜 정부 탄생에 반대한 문화예술계를 끌어안고 가자?

◆ 유진룡> 그렇죠.

◇ 정관용> 그거 좋네요.

◆ 유진룡> 정말 저는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없었던 정말 획기적인 일을 하는 거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그 일을 하기 위해서 저는 문체부장관직을 맡았습니다.

◇ 정관용> 장관을 맡으셨고. 그런데요?

◆ 유진룡> 그런데 허태열 비서실장이 계실 때까지는 그러한 약속이 전혀 문제가 없이 저는 지켜졌다고 생각을 하고요.

◇ 정관용> 초대 비서실장이 허태열 비서실장이었죠?

◆ 유진룡> 네. 그다음에 김기춘 실장으로 2013년 8월에 바뀐 이후에는 김기춘 실장으로부터 수시로 대통령이 약속했던 것과는 반대되는, 가령 CJ에 대한 제재라든지 등등…

◇ 정관용> CJ에 대한 제재?

◆ 유진룡> 그러니까 CJ 엔터테인먼트에서 만드는 그 영화에 대해서.

◇ 정관용> 아, 변호인?

◆ 유진룡> 변호인을 비롯해서 많은 그런 영화들. 그런 걸 만드는 회사를 왜 제재를 안 하느냐?

◇ 정관용> 그걸 문체부가 어떻게 제재를 해요? 기업을.

◆ 유진룡> 저희가 투자펀드나 이런 경우에 투자펀드를 갖다가 그런 영화에다가 투자를 해 주느냐.

◇ 정관용> 문체부가 운영하는 투자 펀드도 변호인에 투자했습니까?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 유진룡> 네, 그랬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그 타이틀 롤에 문화체육관광부가 계속 붙어서 올라가는 바람에 저희가 굉장히 곤혹을 치른 적이 있었죠. 김기춘 실장한테 수시로 '쯧쯧' 혀를 차고 굉장히 걱정하는 표정을…

◇ 정관용> 그러니까 그런 영화에 왜 문체부가 운영하는 펀드가 투자를 하느냐?

◆ 유진룡> 그렇죠.

◇ 정관용> 심지어는 거기에 많이 투자한 CJ에 대해서는 제재까지 해라?

◆ 유진룡> 네.

◇ 정관용> 그런 지시들을 했단 말이죠?

◆ 유진룡> 그렇죠. 그리고 그 외에 순수 문화예술 쪽에서도 반정부적인, 그러니까 그들이 생각하기에 반정부적인 행동을 하는 그런 사람들이나 단체에 대해서는 왜 지원을 하느냐? 왜 제재를 하지 않느냐라는 요구를 김기춘 실장이 직접 또는 모철민 수석 또는…

◇ 정관용> 모철민 교육문화수석, 그 당시에?

◆ 유진룡> 모철민 교육문화수석. 또는 김소영 문화체육비서관을 통해서 다각도로 문체부에 구두로 전달을 했었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허태열 비서실장 재직 시까지는 전혀 그런 일 없었어요?

◆ 유진룡> 그때까지는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 정관용> 2013년 8월 김기춘 실장 취임 이후에 수시로 구두로 그런 지시들이 내려왔다?

◆ 유진룡> 네.

◇ 정관용> 그러다가 문서가 온 게 2014년 6월?

◆ 유진룡> 2014년 6월입니다.

◇ 정관용> 어떤 문서였습니까?

◆ 유진룡> 굉장히 허접스럽게 A4용지에다 몇 백 명 정도? 그 정도를 이름을 적어 온.

◇ 정관용> 몇 백 명?

◆ 유진룡> 저희가 숫자를 잘 안 세어봤습니다.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했기 때문에. 별로 그렇게 그거를 중시할 생각도 없었고.

◇ 정관용> 그러니까 어쨌든 문화예술인들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는 문서가 왔단 말이죠?

◆ 유진룡> 그렇죠. 그거를 김소영 비서관이.

◇ 정관용> 문화체육비서관.

◆ 유진룡> 당시에 저희 당시 조현재 차관한테 전달을 했습니다. 가서 저한테 전달을 하고 그거를 문체부에서 적용을 해라.

◇ 정관용> 즉, 이 명단에 있는 사람들은 지원을 하지 마라?

◆ 유진룡> 그렇죠. 그런데 그 당시 그걸 받아오면서 조현재 차관이 김소영 문체비서관한테 당신네들이 만든 거냐? 그랬더니 김소영 비서관이 자기네들이 아니고 정무에서 만든 거다. 정무수석비서실에서 만든 것이다라는 변명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 변명은 이때만이 아니라 그 후에 수시로 김소영 비서관이 저희 후임 차관들한테 또는 다른 사람들한테, 국장들한테 전달할 때마다 궁금해서 물어보면 항상 똑같은 변명을 했고 그렇기 때문에 문체부 내에서는 이거는 모철민 교육문화수석과 김소영 비서관은 전달자에 불과하고 이것을 만들고 적용시키는 책임은 정무수석비서실에서 지고 있는 모양이다라고.

◇ 정관용> 그 당시 정무수석이 누구죠?

◆ 유진룡> 당시에는 정무수석이 그때 6월 12일에 조윤선 수석으로 바뀌었고요. 그 전에는 아마 이정현 수석이 있다가 나갔든가 아마 그랬던 것 같습니다.

◇ 정관용> 2014년?

◆ 유진룡> 2014년입니다.

◇ 정관용> 이정현 수석, 조윤선 수석 이렇게 되네요.

◆ 유진룡> 네 그리고 비서관들이 당시에 처음에 신동철 비서관이었고 그다음에 정관주 비서관으로 바뀌었고. 정관주 비서관이 2014년 9월인가 10월인가로 아마 알고 있습니다만.

◇ 정관용> 그럼 그게 그러니까 정무수석실 산하에 어떤 비서관실입니까?

◆ 유진룡> 이름이 국민소통비서관실입니다.

◇ 정관용> 국민소통비서관실에서 문화예술계의 인사들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

◆ 유진룡> 그런 걸로 저희는 알고 있습니다. 국민과 소통을 잘하기 위해서 물론 그랬겠죠.

◇ 정관용> (웃음) 그 당시, 그러니까 2014년 6월경에 최초로 본 블랙리스트 문서는 몇 백 명이라고 그러셨는데.

◆ 유진룡> 네.

◇ 정관용> 어쨌든 그 시점을 즈음해서 조윤선 정무수석이 있었고 조금 지나서.

◆ 유진룡> 그렇죠. 조윤선 정무수석이 당시에 취임을 했죠, 정무수석으로.

◇ 정관용> 그리고 조금 지나서 정관주 비서관이 국민소통비서관이 됐고.

◆ 유진룡> 네. 그 후로 명단이 아주 무차별하게 확대가 됩니다. 그래서 어느 신문에서 나왔던 것처럼 몇 천 명, 거의 1만 명 가까운 수준으로까지 거론이 되기도 하고.

◇ 정관용> 9천 몇 백 명이 나온 게 있죠. 세월호 때 성명 낸 사람, 문재인 지지선언, 박원순 지지선언, 그 명단을 전부 취합한 그겁니까?

◆ 유진룡> 그것도 그렇죠. 그것도 블랙리스트의 일부라고. 그러니까 정본이라는 거를 누구도 확실하게 본 적이 없는 게, 정본을 정무에서 관리했다고 저희는 보고 있는 거죠.

◇ 정관용> 정무수석실에서?

◆ 유진룡> 네, 정무수석실에서. 처음에는 명단을 산발적으로 내려보내다가 문체부에서, 문체부에 양심 있는 공무원들이 말을 잘 안 듣는 상황이 생깁니다.

다 빼라고 그러는데 몰래 이렇게 살려주기도 하고 아니면 정말 이건 중요한데 빼라고 그런 건 항의를 하고 뭐해서 다시 살리기도 하고 하니까, 그다음부터는 적용할 대상이 되는 명단을 자기네들한테 올리게 만듭니다.

◇ 정관용> 문체부에서 만들어서 올려라?

◆ 유진룡> 아니오. 그러니까 문체부에서 가령 지원 대상 리스트에 지원 대상자들이 있으면 지원 대상자들 자체를 갖다 통째로 다 자기네들한테 올리면 자기네들이 거기서 선별해서 이거는 되고 이거는 안 되고 그거를.

◇ 정관용> 그때부터는 뺀다는 거죠?

◆ 유진룡> 그렇죠. 자기네들이 갖고 있던 그게 있겠죠. 지금은 다 자기네들이 물론 파기했을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만. 어떻든 당시에 많은 사람들이 그 리스트의 실체를 인식했고 또 리스트의 형태를 어떻든 봤고 그렇기 때문에 리스트가 없었다라고 얘기를 하는 거는 그거는 말이 안 되는 얘기죠.

◇ 정관용> 그러니까 이 리스트가 한 번에 그냥 9천 몇 백 명이 한꺼번에 온 게 아니라 차곡차곡 수시로 왔군요?

◆ 유진룡> 네, 굉장히 정성을 많이 들여서 그 사람들이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서 그거를 확대하고 만드는 노력을 했습니다.

지난 10월 18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 진상규명 예술행동 및 기자회견'에 참석한 예술가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 정관용> 그러니까 유진룡 장관이 장관 재직 시절까지는 수백 명에 불과한 리스트가 처음 왔었고?

◆ 유진룡> 그렇죠.

◇ 정관용> 그렇죠? 유진룡 전 장관은 직접 이 수천 명 단위가 되는 리스트를 보시지는 못한 거네요.

◆ 유진룡> 저는 직접 보지는 못했습니다.

◇ 정관용> 퇴임 이후에 그런 게 수시로 계속 왔다는.

◆ 유진룡> 그렇죠. 왔다는 얘기를.

◇ 정관용> 전해 들으신 거고.

◆ 유진룡> 들으면서 당시에 여러 문체부 후배들이 와서 정말 양심의 가책을 얘기를 하고 답답함을 하소연하는 그런 일들이 있었습니다.

◇ 정관용> 그런 퇴임 이후에 확대되는 리스트들을 만든 것도 청와대 정무수석시절 산하 국민소통비서관실이다?

◆ 유진룡> 문체부 내에서는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걸 담당했던 사람들은 모두들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전달자는 교육문화수석실이지만 누가 만들었느냐 물어보면 항상 그렇게 답을 하더라?

◆ 유진룡> 네.

◇ 정관용> 그럼 당시 정무수석이 조윤선 수석 현재 문체부장관이고.

◆ 유진룡> 네.

◇ 정관용> 당시 국민소통비서관 정관주 비서관이 현재 문체부1차관이고? 그렇죠?
(※정관주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은 최근 사표를 제출, 수리된 것으로 12월 26일 알려졌다)

◆ 유진룡>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그 리스트와 직접 관련된 분들이 직접 답답해서인지 아무튼 직접 관리를 하기 위해서 직접 장차관으로 와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그런 상황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정관용> 그럼 이 대목에서 그 리스트를 주도한 사람은 누구라고 생각하세요?

◆ 유진룡> 주도한 사람은 지금 감춰져 있으니까 정확하게 누구를 지명하긴 힘들죠. 그런데 정말 요새 유행하듯이 합리적 의심을 한다면, 김기춘 비서실장이라고 봐야겠죠. 그리고 그 위가 있을까요? 그건 모르겠습니다만.

◇ 정관용> 대통령이 지시를 안 했다?

◆ 유진룡> 그거는 모르겠습니다, 그거는. 이런 적이 있었어요. 김기춘 비서실장이 와서 무차별하게 그런 지시를 했는데 저한테 지시를 한 거는 저는 물론 무시를 해버렸고, 즉시. 그러니까 그거를 모철민 수석이나 김소영 비서관을 통해서 저희 실국장들한테 수시로 압박을 하고.

◇ 정관용> 누구 지원 빼라?

◆ 유진룡> 그렇죠. 프로그램을 왜 넣느냐 등등 계속 압박을 하고 그러니까 그 사람들의 지시로 인한 스트레스가 저희 실국장들, 국과장들 사이에 굉장히 심했습니다. 그게 연말까지 계속돼서 제가 이건 이 상황이 계속 되면 안되겠다라고 생각을 했고 저는 대통령한테 분명히 그러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서 시작을 했기 때문에.

◇ 정관용> 반대파를 허용하겠다고 했죠.

◆ 유진룡> 그렇습니다. 그래서 김기춘 실장 몰래, 김기춘 실장께는 다른 거 보고하겠다고 위장을 하고 대통령 면담신청을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대통령을 만났던 게 2014년 1월달입니다.

1월 말이었는데요. 1월 29일로 제 메모에 되어있네요. 대통령을 뵀습니다. 봬서 다른 건 형식적으로 간단하게 보고를 하고 제가 대통령께 제가 오늘 뵙고자 했던 거는 이것 때문에 뵙고자 했던 게 아니라 본건이 따로 있다. 그러면서 설명을 드렸어요.

◇ 정관용> 김기춘 실장 본 후 이런 일이 있다?

◆ 유진룡> 예.

◇ 정관용> 대통령이 나한테 말하는 거랑 다르다?

◆ 유진룡> 그렇습니다. 이런 식으로 하실 거면 제가 이 자리에 있을 필요가 없고 저는 원래 약속했던 것처럼 그렇게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원래 그렇게 해야지 되는 것이고 저는 그렇게 할 수 있는 자신이 있고. 그러니까 계속 맡겨주셔야지. 그거를 계속.

◇ 정관용> 그랬더니?

◆ 유진룡> 그랬더니 대통령께서 원래대로 하시라고 그렇게 다시 약속을 하셨어요. 그래서 제가 대통령 면담을 마치고 나오면서 모철민 수석한테 당신도 분명히 대통령 앞에서 약속하시는 걸 듣지 않았느냐?

◇ 정관용> 모철민 수석이 배석을 했군요.

◆ 유진룡> 그렇습니다. 그 자리에 셋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모철민 수석보고 대통령 약속을 지금 당신도 들었으니까 앞으로 김기춘 실장이 어떤 지시를 하더라도 나는 따를 생각이 없다. 당신은 앞으로 김기춘 실장이 어떤 지시를 하더라도 그거를 우리 실국장들한테 얘기를 해서 우리 실국장들 못살게 굴지 마라.

◇ 정관용> 전달도 하지 마라?

◆ 유진룡> 네. 그렇게 얘기를 했습니다. 그래서 두세 달 소강상태가 있었어요. 그게 세월호 참사가 있기 전까지 그 한 두세 달 정도. 그때는 아주 평화로운 시기가 있었죠.

그런데 세월호 참사가 나고 나서 어쩌고저쩌고 슬슬 구두로 시비를 걸기 시작하더니 6월 달 들어서는 정식으로 문서가 오게 된 겁니다. 그러니까 문서라기보다는 서류 형태로 온 거죠.

◇ 정관용> 알겠습니다. 전달한 것은 교육문화수석실.

◆ 유진룡> 네.

◇ 정관용> 모철민 당시 수석. 지금 프랑스 대사죠. 김소영 당시 비서관. 현재.

◆ 유진룡> 현재 숙명여대 교수로 돌아갔습니다.

◇ 정관용> 그리고 작성했다고 하는 것은 정무수석실.

◆ 유진룡> 서류 형태는 정무수석실로 알고 있고요.

◇ 정관용> 정무수석실에서 왔다고 문체부는 다 알고 있다. 거기에 관여된 사람들은 처음에는 신동철 비서관 그다음에 정관주 비서관 그 위에서 조윤선 수석 그전에는 이정현 수석 그 위에 김기춘 실장. 과연 그게 대통령의 지시인지는 불투명하다.

◆ 유진룡> 저는 지금도 굉장히 궁금한 게 대통령이 제가 다시 2014년 1월 말에 뵙고서 여쭤봤을 때 분명히 그대로 하라고 그랬거든요. 처음에 제가 들어올 때 그 약속을 했고 그 다음에 제가 맨 마지막에 면직되고 나갈 때, 면직되기 바로 며칠 전에 대통령하고 단 둘이 다시 뵐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다시 그 얘기를 했습니다. 이러시면 안 됩니다. 처음에 약속했던 것처럼 하셔야지 앞으로 국가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반대하는 사람들을 계속 쳐내면 나중에는 한 줌도 안 되는 같은 편 가지고 어떤 일을 하시겠습니까?

그랬더니 거기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씀도 안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지금도 이게 정말 대통령 뜻인지 아니면 호가호위를 한 김기춘 비서실장의 장난인지 그거는 역사의 정의를 위해서도 저는 특검에서 가려줘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재임 중 거의 퇴임 직전에 수백 명 리스트를 받고 어떻게 처리하셨어요?

◆ 유진룡> 그냥 무시하기로 했는데요. 그 전에 구두로 저희가 받았을 때는 그냥 쉽게 무시를 했습니다.

◇ 정관용> 그렇게 무시해도 돼요? 비서실장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유진룡> 무시하면 불쾌해하죠. 불쾌해하니까 여러 가지로 김기춘 실장하고 저희 하고는 사이가 안 좋았습니다, 사실은.

◇ 정관용> 하긴 비서실장이라고는 하지만 직접적인 지시, 이런 게 아니라 협조 부탁일 테니까 무시할 수 있는 거군요.

◆ 유진룡> 그렇죠, 법적으로 따지면 그 사람이 문체부나 어떤 내각에도 지시할 수 있는 권한은 없죠. 저희는 그거를 따지기에 앞서서 그 사람이 그런 얘기를 한다는 게 가당치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전혀 응하지를 않았었고.

그런데 2014년 6월에 이 문서, 서류 형태로 이걸 보내왔을 때는 저희들이 의논을 해서 이거 그래도 구두가 아니고 서류로 보내왔는데 우리가 조금 성의는 보여줘야 되지 않겠느냐?

◇ 정관용> 어떻게요?

◆ 유진룡> 그래서 1급들, 관련된 1급들하고 조현재 차관하고 같이 모여서 회의를 했습니다.

어떻게 할까 했더니 이구동성으로 이건 말이 안 된다. 이런 거를 시킨다는 건 말이 안 되고 이걸 우리 부가 적용한다는 건 말이 안 되기 때문에 하지 말자. 다만 모양 갖추기를 해서 거절을 하자. 번번이 이런 걸 요구하면 관련된 1급들이 회의를 해서 번번이 거절하는 그런 수고를 좀 하고 모양을 갖추자라고 얘기를 했죠. 그리고 그 1급들이 제가 나간 다음에 딱 골라져서 잘린 겁니다.

◇ 정관용> 소위 1급 솎아내기가 그 연장선상입니까?

◆ 유진룡> 네. 그렇게 했던 사람들이 저희가 알기로는 김종 차관이 그 명단을 김기춘 실장한테 넘겼고 김기춘 실장이 새로 온 김희범 차관한테 '친절하게' 전달을 해서.

◇ 정관용> 이 사람들 잘라라?

◆ 유진룡> 네, 정리하도록 그렇게 한 걸로 저희는 다 알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적어도 유진룡 장관이 퇴임할 때까지는 리스트까지 왔지만 그게 현장에까지 바로 지원 정책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군요?

◆ 유진룡> 제가 있을 때 그리고 등등. 저희들이 있을 때는 단언컨대 현장에서 그 리스트가 적용된 적은.

◇ 정관용> 그럼 퇴임하신 이후에 리스트는 무차별로 확대되어 갔고 현장에서도 실제 그렇게 집행이 됐나요?

◆ 유진룡> 현장에서도 100% 다 집행된 건 아니었고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이 리스트의 적용을 저지하기 위해서 사실 굉장히 많은 문체부 공무원들이 고생을 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빠진 사례들이 상당히 있어요.

가령 예를 들면 제가 정확한 기억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가령 창작과 비평 같은 경우에 빼라 그랬는데 아니, 가장 대표적인 문학출판사인데 창작과 비평을 빼면 이건 도대체 이 사업을 한다는 게 이게 변명할 수 있는 여지가 없지 않느냐? 그래서 겨우 설득을 해서 넣었는데 나중에 아무튼 창비를 빼지 않았다는 것 때문에 관련자들이 굉장히 혼이 났었다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고요.

◇ 정관용> 얼마 전에 현재 조윤선 문체부장관이 '나는 리스트에 관여한 바도 없고 모른다고 말하면 동시에 나중에 보도된 리스트를 보니 그 리스트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지원받은 데들이 여럿 있더라, 그런 걸로 봐서 리스트는 실체가 없는 거 아니냐?' 이런 말을 했거든요.

◆ 유진룡> 그러니까 그게 그 얘기입니다. 지금 가령 창비라든가. 이윤택 선생 같은 경우도 아마 뭔가 있는데 거기서 당연히 뺐어야 되는데.

◇ 정관용> 연극 연출가 이윤택 씨?

◆ 유진룡> 이 양반은 대표적인.

◇ 정관용> 연극인이죠.

◆ 유진룡> 연극인인데 이 사람을 뺀다는 게 말이 되느냐? 그리고 항의를 하고 호소를 하고 그래갖고 그런 경우가 일부가 있었어요. 그런데 그러고 나서 그거를 한 담당 국장, 과장들은 다 좌천이 됐습니다, 거의.

◇ 정관용> 좌천까지?

◆ 유진룡> 네. 그런데 아니, 뭐 이런 거예요. 예를 들면 쉰들러가 홀로코스트 과정에 있는 사람들을 많이 건져냅니다. 살려주는데, 쉰들러에 의해서 살아난 사람이 있다고 해서, 홀로코스트가 없었다고 주장한다는 거는…

◇ 정관용> 알겠습니다. 그뿐 아니라 이 리스트에 저항하면 그냥 잘리는 거네요. 1급들도 잘리고 방금 말씀하신 국과장들도 좌천되고 그런 식이네요.

◆ 유진룡> 그렇죠. 그게 제가 생각하기에는 김기춘 실장의 엄정한 규칙 적용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 정관용> 유진룡 장관이 문화부 공무원 시작하신 게 몇 년도죠?

◆ 유진룡> 제가 79년에 공무원 생활을 시작을 했고요. 군대에 다녀와서 다시 복직을 한 게 83년부터 복직을 했습니다.

◇ 정관용> 그때 군사독재 정권 시국이네요.

◆ 유진룡> 네.

◇ 정관용> 그때도 이런 리스트 있었어요?

◆ 유진룡> 그때 참 공교롭게도 제가 군대 갔다 와서 복직을 했을 때 그때 지금 이 담당하고 있는 거와 같은 예술진흥과라는 데의 담당사무관으로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 저한테 맡겨진 업무가 그때 안기부에서 만든 민중예술인 명단이라든가 배제자들 명단을 관리를 하는 거였습니다.


◇ 정관용> 그랬어요?

◆ 유진룡> 굉장히 갈등이 많았고요. 그 당시에 제가 주로 했던 거는 몰래몰래 그 사람들을 빼서 지원을 해주고 하는 그런 역할을 하면서 세상에 말도 안 되는 이런 짓을 하는, 이런 리스트가 유신정권과 전두환 정권까지 있었고. 그 후에는…

◇ 정관용> 노태우 정부 때부터는 없어요?

◆ 유진룡> 그때부터는 제 기억으로는 없어졌다고 생각해요.

◇ 정관용> 리스트는 정말 없었습니까?

◆ 유진룡> 리스트로 관리한 적은 없었습니다.

◇ 정관용> 구두 개입이나 이런 건 계속 그래도 있었겠죠?

◆ 유진룡> 구두 개입은 제 생각에는 정치하는 사람들은 네 편, 내 편 가르고 내 편한테 떡 하나 더 주고 싶어하는 거는 정치하는 사람들은 가장 기본적인 속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그 사람들의 그런 속성, 그 비열한 속성까지도 물론 비난받아야 마땅하지만 그거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거든요. 그런데 이 리스트는 저는 차원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이거는 조직적으로 만들어서 관리를 함으로써 이거는 공적인 권력을 완전히 사유화해서 강제하고 차별을 한다는 그런 거거든요. 이건 범죄행위입니다.

◇ 정관용> 리스트라는 것이 만들어졌다는 거 자체 그리고 전달됐다는 거 자체가 그거에 의해서 지원이 됐느냐 안 됐느냐를 논하기 전에 만들고 전달됐다는 거 자체가 헌법과 법률 위반 아닌가요?

◆ 유진룡> 그렇습니다. 저는 이거는 정말 심각한 헌법상의 위반이고요. 이게 피해자들 입장에서는 표현의 자유, 사상의 자유, 행복권 추구의 자유. 그러니까 평등, 자유, 이 모든 자유를 갖다가 아주 명백하게 침해한 거거든요.

◇ 정관용> 그렇죠.

◆ 유진룡> 이런 면에서 이건 제도적인 범죄기 때문에 저는 이거는 앞으로는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 정관용> 알겠습니다. 김영한 전 수석의 비망록, 업무수첩에 봐도 김기춘 전 실장이 문화예술 관련해서, 영화인 관련해서 지시한 얘기들이 깨알같이 많이 적혀 있지 않습니까? 그렇게 보면 확실히 정무수석실 단독은 아닐 것 같고 김기춘 실장까지는 간다고 봐야 되겠네요?

◆ 유진룡> 저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그게 과연 대통령의 뜻인지는 정말 밝혀봐야 된다?

◆ 유진룡> 저도 궁금합니다.

◇ 정관용> 지금까지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었습니다.

이 인터뷰 녹음이 끝난 후 유진룡 전 장관은 김기춘 전 실장에게 할 말이 있는데 미처 못했다고 제게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김기춘 실장, 블랙리스트를 강제할 때 그렇게 자신만만했으면, 지금 부인하며 뒤로 숨지 말고 자신이 한 일의 목적과 수단이 정정당당했노라고, 앞장서서 주장해야 마땅한 자세가 아니냐?" 라는 말입니다. 저희는 김기춘 전 실장의 답변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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