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전 장관은 26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퇴임 직전 블랙리스트를 직접 봤다"고 말했다.
이어 "리스트 (형식) 이전에 구두로, 수시로 김기춘 비서실장의 지시라고 하면서 모철민 수석이나 김소영 비서관을 통해 문체부로 전달됐다"고 말했다.
모철민 전 수석은 박근혜 정부 초기 교육문화수석으로, 현재 주프랑스 대사다. 김소영 당시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은 현재 모 대학 교수로 복귀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현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계 인사 9473명의 이름이 적힌 문서다.
세월호 참사 관련 서명·시국선언 참여 인사나 문재인 대선후보·박원순 서울시장 지지 선언자들의 명단으로 알려졌다.
명단에는 송강호·김혜수씨 등이 이름을 올렸고, 문화계에서는 정부 관련 인선이나 지원 배제 등을 위해 작성됐다는 의심을 하고 있다.
박근혜정부 초기 문체부 장관으로 임명돼 2014년 7월 사직한 유 전 장관은 이 명단을 퇴임 한 달 전쯤 봤다고 밝혔다.
당시 김소영 비서관이 A4 용지에 빼곡히 수백명의 문화예술인 이름을 적어 조현재 문체부 1차관에게 전달하면서 "가서 유진룡 장관에게 전달하고 그걸 문체부에서 적용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그해 6월 신임 정무수석은 조윤선 현 문체부 장관이었다. 전임자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였다.
유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 작성지로 정무수석실 산하 국민소통비서관실을 지목했다. 당시 국민소통비서관은 최근 사표를 제출한 정관주 문체부 1차관이었다.
리스트는 한 번에 작성된 것이 아닌 오랜 시간에 걸쳐 차곡차곡 업데이트 됐다고 한다.
조윤선 장관의 주도 여부에 대해 유 전 장관은 "비서관은 물론 당연히 관련이 있지만 그 위에 수석이 알았다, 몰랐다는 것은 그들끼리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주도자'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한다면 김기춘 비서실장이라고 봐야겠죠. 그 위에 있을까요? 그건 모르겠습니다"라고 유 전 장관은 말했다.
유 전 장관은 청와대에서 구도로 전달된 블랙리스트를 그냥 무시한 뒤로 "김기춘 비서실장과 저희(문체부)가 사실 사이가 안좋았다"고 설명했다.
블랙리스트가 문건 형태로 내려온 뒤에는 조 전 차관을 포함해 문체부 1급들과 회의를 했는데, 당시 블랙리스트 거부 의사를 밝힌 1급들이 속칭 '솎아내기'를 당했다고 했다.
유 전 장관은 "김종 차관이 (1급 솎아내기) 명단을 김기춘 실장한테 넘겼고, 김기춘 실장이 새로 온 김희범 차관한테 '친절하게' 전달했다"고 문체부 고위직 '숙청'에 대해 덧붙였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날 조윤선 장관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런 의혹 등을 확인하기 위해 특검팀은 26일에도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을 사흘째 불러 조사중이다.
조윤선 장관은 블랙리스트 작성 주도 의혹에 대해 부인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