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경찰서 대림3파출소 소속 장민석 경장과 송성재 순경은 어김없이 야간 순찰에 나섰다.
'남들 다 쉬는 날에 근무라니…'라는 푸념을 속으로 삼키며 순찰을 시작한 지 5분여.
파출소 인근 공원에서 예상치 못한 사람 한 명을 발견했다. 널브러진 취객도 아닌, 남몰래 담배를 태우는 청소년도 아닌 휠체어에 앉은 장애인이었다.
외로운 가로등 불빛 아래 가만히 앉아 있는 김 모(61) 씨. 그는 미동도 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두 경찰관은 부르르 떨고 있는 김 씨에게 다가가 말을 건넸다.
"어르신, 어떻게 나오셨어요?"
"..."
"가족과 오신 거에요?"
"..."
"집은 어디세요?"
"…"
장 경장과 송 순경은 김 씨의 체온이 차갑고, 몸을 떠는 정도가 심한 것으로 보아 장시간 밖에서 길을 헤맸음을 알아챘다.
두 경찰관의 도움으로 파출소에 온 김 씨는 여전히 자신의 이름과 나이밖에 말하지 못했다. 이외의 질문에는 모두 횡설수설했다.
가까스로 경찰 내부 정보망을 이용해 집 주소를 알아낸 두 경찰관은 김 씨를 안전하게 데려다줬다. 김 씨의 집은 공원에서 차로 10여분 이상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송 순경은 "지적장애로 김 씨는 최소한의 의사표현을 하는 것조차 힘들어했다"면서 "발견 당시 상태로 보아 5시간 이상 밖에서 길을 헤맨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순찰 조기에 발견해 큰 화를 면할 수 있었다"면서 "크리스마스에 도움이 필요한 분을 제때 잘 도운 것 같아 다행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