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
① 국정농단 사태가 불러온 방송연예가의 봄 ② 문화예술계 뒤흔든 '블랙리스트' 왜 위험할까 ③ '세대교체' 바람 속 웃고 운 아이돌 ④ 잘나가던 한류의 '한한령' 수난시대 ⑤ 표현의 자유 빼앗긴 영화계에도 봄은 오는가 ⑥ 성추문 속출…'권력'에 맞선 '폭로' ⑦ 판타지에 빠진 드라마, 현실과 닮아가는 예능 <계속> |
"내가 쓴 최고의 판타지 드라마"라던 김은숙 작가의 말은 과언이 아니었는데, '태양의 후예'는 확실히 현실과 거리가 있었다.
"미인과 노인, 아이는 보호해야 한다는 게 원칙"이라며 물불 가리지 않고 정의를 위해 뛰어드는 특전사 대위 유시진, 그리고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생명의 존엄성을 중시하며 책임감을 다하는 흉부외과 전문의 강모연. 두 사람은 이상향에 가까운 인물이었다. 이들이 재난 현장에서 빛을 발하고, 운명적인 로맨스를 펼치는 모습은 잠시나마 씁쓸한 현실을 잊게 해줬다.
오갈 곳 없는 소녀 지은탁의 각종 고민거리를 "뚝딱" 해결해주는 전지전능한 불멸의 도깨비 김신의 모습은 카타르시스를 안기며 시청자들을 홀리고 있다.
그런가 하면,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난 드라마들은 답답한 2016년 현재를 살아가는 시청자들을 위로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해 올 초 막을 내린 tvN '응답하라 1988'은 1988년 서울 도봉구 쌍문동을 배경으로 따뜻한 가족 이야기를 그려 호평받았다. 과거로부터 걸려온 간절한 무전 신호를 통해 미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형사들의 고군분투기를 tvN '시그널'도 주목받았다.
이 밖에 동명이인 오해영과 미래를 보는 남자의 로맨스를 다룬 tvN '또 오해영', 웹툰과 현실 세계를 넘나든 MBC 'W', 인어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SBS '푸른 바다의 전설' 등 판타지적 요소가 깔린 작품들이 올 한해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불러내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작품들은 대부분 이름값 높은 스타들을 앞세워 판타지성을 강화했다.
◇ "있는 그대로" 현실 닮아가는 예능
올해 방송사들은 다양한 파일럿 예능을 선보였지만,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었다고 평가할 만한 프로그램은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해에 이어 '쿡방' '먹방'을 소재로 한 신규 예능이 쏟아져 나왔는데, 비슷비슷한 포맷에 시청자들은 식상함을 느꼈다. MBC '무한도전' '라디오 스타', KBS2 '해피선데이-1박 2일' 등 기존 인기 프로그램은 명맥을 이어가는 데 만족해야 했다.
제자리걸음을 걸은 예능 사이에서 화제몰이에 성공한 건 Mnet이 선보인 서바이벌 형식의 음악 예능 '프로듀스101'이다.
특히 "출발점이 똑같은 세상은 없다"고 외치며 방송을 시작한 '프로듀스101' 속 불공정한 구조는 묘하게 현실과 겹쳐 이목을 끌었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정글 속에서 치열한 생존 게임을 펼치는 소녀들의 모습은 현 시대 청년들을 떠올리게 했다. 그들이 끝내 시련을 이겨내고 꿈을 이뤄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시청자들은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꼈다.
'미운 우리 새끼'는 단순히 혼자 사는 연예인들의 일상을 담는 데 그치지 않고, 1인 가구가 늘면서 생겨난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을 다루며 공감을 이끌어냈다.
2013년 첫 등장한 비슷한 포맷의 MBC '나 혼자 산다'는 '롱런'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고정 멤버를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연예인들의 현실적인 일상을 보여주며 공감력을 높였다.
반면,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으로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비판을 받은 육아 예능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SBS '오 마이 베이비'는 종영을 피하지 못했고, KBS2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인기는 예전만 못하다.
한편, '국정농단' 사태를 다룬 시사 교양 프로그램 SBS '그것이 알고 싶다', JTBC '썰전' 등이 주춤세를 보인 예능 프로그램들보다 더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