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과 소방당국은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수색을 벌이고 있지만 현재까지 이 여성은 물론 관련 물품도 전혀 발견되지 않고 있다.
1126m로 높고 험한 운장산의 산세와 눈, 비가 수색을 어렵게 하고 있지만 전북지역 구조 장비의 부재도 화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 두 시간 산행 뒤 닷새간 실종
경남에 사는 김 모(41) 씨가 운장산을 찾은 건 지난 22일 오후.
평소 등산을 즐기는 김 씨는 홀로 승용차를 타고 와 진안군 주천면 대불리 내처사동주차장에 차를 댄 뒤 산행에 나섰다.
이날 오후 3시 41분께 김 씨는 119에 구조 요청을 했다. 신고 위치가 접경지역이어서 최초 신고는 충남소방본부로 접수됐고 이후 전북소방본부가 김 씨와 통화를 했다.
김 씨는 "산에 올라온 지 두 시간쯤 됐는데 길을 잃었다. 정상은 못 갔고 대나무 숲이 있다.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김 씨는 현장출동요원과 통화를 했으며 오후 5시를 넘겨 김 씨의 전화는 꺼졌다.
전북소방본부 관계자는 "김 씨에게 휴대전화의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를 켜라고 했고 김 씨도 그랬다고 했지만 위성 위치 확인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휴대전화의 기지국 위치추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산 속에 있어 오차는 1㎞이상 날 수밖에 없다.
김 씨가 최초로 신고한 시각은 아직 낮이었고, 두 시간 정도 산을 오른 상황이었는데 왜 하산을 하지 못했을까.
무진장(무주·진안·장수)소방서 현장기동단 관계자는 "사고 당일 오전부터 가랑비가 왔고 운장산에 안개가 꼈으며 산 정상에는 발목까지 눈이 쌓인 상태였다"며 "김 씨가 비와 바람을 피하기 위해 외진 곳에 몸을 숨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북소방본부 관계자는 "운장산에 안개가 끼면 한 치 앞을 보기 힘들 정도로 시야 확보가 되지 않는다"며 "김 씨가 산행 경험이 많다고 하지만 크게 당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수색 닷새째인 26일 소방당국과 경찰은 139명의 인력과 구조견 한 마리를 투입하고 드론을 띄우는 등 수색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육군 특전사 제7공수여단 소속 장병 59명이 수색에 동참했다.
그러나 사고 초기 구조 장비 등의 투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전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인명구조견이 투입된 건 수색 사흘째인 24일 오전이다. 전북에는 인명구조견이 없어 대구의 중앙119구조본부에서 구조견 4마리를 지원받아 투입했다. 구조견 투입 전인 23일 전북에는 많은 눈이 내렸다.
또 이날 오후 전북경찰청 소속 헬기가 수색 작업에 투입됐다. 수색 나흘째에는 전남경찰청에서 지원받은 열감지기를 탑재한 헬기가 수색에 나섰다. 전북에는 열감지기 탑재 헬기가 없다.
드론 역시 수색 사흘째인 24일에 투입됐다. 경찰이나 소방이 아닌 드론 동호회가 지원에 나섰다.
전북소방본부 관계자는 "소방의 경우 실종자가 발견돼서 구조 요청이 오면 응급 처치하고 병원에 옮기는 역할을 하다 보니 관련 예산도 분산된 것 같다"며 "구조도 다른 상황도 많다보니 단계적 대응이 이뤄지면서 투입이 지체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헬기와 드론은 조기에 투입하고 싶었지만 기상 여건이 허락치 않아 투입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사흘째 수색에 나서고 있는 한국산악회 전북지부 산악구조대 관계자는 "겨울철에 산악에서 실종될 경우 통상 밤을 넘기면 상당히 위태로울 수 있다고 본다"며 "저체온증에 걸리면 30분 만에도 위험해 지지만 방수가 되고 추위를 견딜 옷을 챙겨 입으면 며칠간 버틸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