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겨질 대선에 테마주도 '들썩'.. 테마주와의 전쟁

"로또 기대심리로 투자하는 성숙하지 못한 투자문화 탓"

대선 일정이 앞당겨지면서 정치 테마주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코스닥시장에서 이달들어 20% 이상 상승한 종목(82개) 중에는 정치 테마주가 많다.

이 가운데서도 반기문테마주가 상위권을 다수 차지하고 있다.

큐로홀딩스, 광림, 지엔코, 보성파워텍 등은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관련된 테마주로 편입된 종목들이다.

최근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빅3에 진입한 이재명 성남시장의 테마주인 한네트, 쏠리드, 그리고 문재인 테마주로 꼽히는 대성파인텍의 상승세도 두드러지고 있다.

이들 테마주는 실적이나 미래가치와는 상관없이 대선주자들과 학연, 지연으로 얽혀 테마주로 편입돼 이상급등현상을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근거없이 이상급등한 테마주에 대해 사실상 전쟁을 벌이고 있다.

예전에 없던 사이버 경보(Alert)를 발동하고 집중관리체계를 구축해 가동 중이다.

사이버 경보 통보서비스는 한국거래소에서 지난 6월 13일부터 실시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인터넷 증권게시판 등에서 각종 테마나 이슈를 포함한 게시글이 급증하면서 주가나 거래량에서 이상징후가 포착되는 경우 이를 해당 기업에게 통보해 스스로 적절하게 대응하게 하는 ‘알리미 서비스’이다.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사이버 매체에서 테마성을 띤 키워드가 있으면서 주가나 거래량이 내부에서 정한 기준을 넘어 이전보다 튀는 종목을 사이버 경보 통보서비스 대상으로 정한다”고 밝혔다.

이 서비스 실시 이후 사이버 경보는 제법 많이 발동됐다.

지난 22일까지 261개 종목에서 사이버 경보가 발동됐다.

이 가운데 62%인 162건이 정치 테마주 관련이었다.


한국거래소의 예방감시활동이 활발함을 보여준다.

문제는 자율적으로 하도록 돼 있는 사이버 경보에 대한 해당 기업의 대응이나 조치 실적이 미미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사이버 경보에 대한 기업의 대응이나 조치는 5%(13건) 미만으로 알려졌다.

거래소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구속력이 없는데다 주가가 급등하면 나쁠 것이 없기 때문에 사이버 경보 통보를 받고도 굳이 적극적으로 대응하려 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소가 사이버 경보 발동에 적극적이라고 해도 해당기업이 사이버 매체에서 떠도는 이슈에 대해 사실을 밝히는 등 필요한 대응을 하는 경우가 5% 미만으로 극히 저조하다면 투자자 보호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힘들게 된다.

거래소는 사이버 경보 통보 서비스 외에도 지난 20일에는 이상급등종목 집중관리체계를 구축해 시행에 들어갔다.

기업의 본질적 가치 변동과 무관하게 풍문, 투기적 수요 등으로 인해 주가가 급등해 향후 투자자의 피해가 우려되는 종목을 조기 탐지해 이 종목에 대해 초기단계부터 신속하게 집중관리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 체계구축 이후 지난 23일에는 반기문 테마주로 분류되는 큐로홀딩스가 처음으로 이상급등종목으로 지정됐다.

큐로홀딩스는 계열사인 지엔코의 대표이사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인척으로 알려져 있다.

올들어 3분기까지 62억7,000만원의 적자를 낸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이달들어 60% 이상 고공행진하는 것은 반기문 효과로 해석되고 있다.

이상급등종목으로 지정되면 고가의 허수성 매수호가를 반복하는 등 불건전 주문을 한 계좌에 대해 매매거래가 중지될 수도 있다는 것을 예고하는 수탁거부예고조치가 내려지게 된다.

일반적으로 불건전 주문 계좌에 대해서는 재발방지를 위해 단계적으로 유선경고-서면경고-수탁거부예고-수탁거부 등 4단계의 예방조치가 내려진다.

이상급등종목으로 지정되면 불건전 주문 계좌에 대해 유선경고와 서면경고가 생략되고 바로 3단계인 수탁거부예고조치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는 허수성 고가매수호가를 반복하는 등 시세상승에 관여한 불건전주문 위탁자에게 해당되는 조치로 투자자들이 테마주로 몰리면서 주가가 이상급등하는 현상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금융당국도 이러한 한계는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급등 테마주에 대해 사이버 경보를 발령하고 집중관리 강화 노력을 하는 것은 투자자보호를 위해 시장관리자로서 책임을 다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엄세용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부장은 “테마주는 내재가치가 뒷받침되지 않아서 주가가 이상급등했다가 원상으로 복귀하거나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방치하면 선량한 투자자가 상투 잡으면서 손해볼 수 있다. 시장 관리자로서 이를 방관하면 시장의 공정성과 신뢰가 상실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계속 모니터링을 하면서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필요이상으로 대응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식투자는 기업의 미래가치에 대한 합리적인 판단에 따라 자기 책임하에서 하는 것이고 잘못된 투자에 대한 책임도 자신이 져야 하는 것이 옳다. 테마주에 대한 금융당국의 대응은 지나친 면이 없지 않아 있다. 테마주가 근거없는 것이기 때문에 투자에 유의하라는 경고는 필요한 것이지만 집중관리체계를 구축하고 규제 강화와 처벌에 나서겠다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본다. 굳이 테마주가 아니더라도 의도적인 주가조작이나 시장교란행위는 그 자체로 처벌하도록 돼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아직 우리 투자문화가 성숙하지 못했다는 자성론도 대두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테마주는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미국에서 트럼프 등 특정후보의 당선가능성이 높아지면 해당 정치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책과 관련된 회사의 주가가 올라간다. 다만 중요한 것은 기업실적개선의 합리적인 이유가 있느냐는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특정 후보와 같은 고향 출신이라거나 인척관계에 있다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투자자들도 이것을 잘 알고 있고 근거없는 테마주에 투자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럼에도 로또를 기대하는 심리로 투자하는 것 같다. 이러한 성숙하지 못한 투자문화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약화되겠지만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고 박스권 장세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계속해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황세운 실장은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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