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적폐 청산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촛불이 성탄 전야를 맞아 또다시 붉게 타올랐다.
시민들은 가족, 연인, 친구와 광장을 찾아 개사한 캐럴송을 부르며 '하야 크리스마스'를 함께 맞이했다.
◇ '노·가·바 축제'…각양각색 하야 캐럴송
성탄절을 하루 앞둔 24일.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9차 범국민 촛불 집회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개최됐다.
영하로 떨어진 날씨였지만 주최 측 추산 60만명, 전국 합계 70만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섰다.
성탄 전야제 축제로 진행된 만큼 각양각색의 다양한 행사가 열리면서 축제의 농도는 더 짙어졌다.
이날 촛불 문화제의 압권은 시민들의 '캐럴 노가바(노래 가사 바꿔 부르기)'가 진행된 '하야 크리스마스 콘서트'였다.
조금희(9·여) 양과 조은희( 7·여) 양은 첫번째로 무대에 올라 캐럴송 '징글벨'을 개사한 노래를 선보였다.
가삿말은 "촛불 사이로 피켓을 들고 달리는 기분 상쾌도 하다~ 촛불 이겨서 하야한다면 흥겨워서 소리 높여 노래 부를래"로 바뀌었다.
삼성 반도체 노동자들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는 노래 '크리스마스에는 축복을'을 개사해 "크리스마스에는 퇴진을, 크리스마스에는 구속을"이라고 노래했다.
대학생들로 이뤄진 단체 '대학생레드카드행진단'은 무대에 올라 머라이어캐리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를 "All I Want For Christmas 탄핵"으로 바꿔 불렀다.
단체 '날라리 MC당'은 터보의 White Christmas를, 예술 행동단 '맞짱'은 3분 30초 길이의 '캐럴 메들리'를 개사해 불렀다.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춤을 추며 개사 곡을 함께 따라 불렀다.
◇ 재판관된 시민들, 뿅망치 들고 "탄핵 인용 탕,탕,탕"
콘서트 전 오후 6시쯤에는 시민들은 지난 8차 촛불집회와 마찬가지로 청와대·삼청동 총리공관·헌법재판소 앞 등 3가지 방향으로 행진했다.
시민들은 각각의 장소를 찾아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김기춘·우병우 등 부역자들의 구속을 외쳤다.
416 가족협의회가 함께 한 헌법재판소 앞에서는 뿅망치 퍼포먼스가 벌어졌다.
사회자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사유를 말하면 시민들은 재판관의 의사봉 대신 뿅망치를 두드리며 탄핵안을 인용했다.
"국가 기밀 누설·세월호 참사 희생자 구조 실패· 대기업의 돈을 받고 특혜 제공· 공약을 어긴 죄·집회 결사의 자유를 탄압한 죄"
시민들이 외친 박근혜 대통령의 5가지 탄핵 사유였다.
유경근 4.16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하야 크리스마스. 탄핵 크리스마스. 구속 크리스마스"라며 시민들에게 인사를 건넨 뒤 "박근혜 무리와 국민의 생명을 자신 이익보다 못하게 여기는 저들보다 1분만 더 버티면 이긴다"고 말했다.
◇ "내년 크리스마스 즐기기 위해 나왔어요"
대학 친구와 함께 헌법재판소까지 행진한 대학생 박모(24·여) 씨는 "내년 크리스마스는 편안히 친구들과 즐기고 싶어서 오늘 거리로 나왔다"고 말했다.
박 씨는 "청문회를 보니 사람들이 잘못을 했는데도 뻔뻔하게 나오는데, 세상이 바뀌어서 그들이 잘못을 아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아내와 함께 광장을 찾은 맹모(55) 씨는 "한 명이라도 더 촛불을 보태기 위해 광장을 찾았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즉각 퇴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들은 "박 대통령이 퇴진할 때까지 촛불은 계속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수원에서 온 직장인 고경석(27) 씨는 "청문회에서도 (관련자들이) 모른다고만 하고, 탄핵안이 가결됐다고 해서 가만히 있으면 그렇게 끝날 것 같아서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올해 대학에 합격한 A 씨(19·여) 씨는 "시민들이 광장으로 나오지 않으면 박근혜 정부가 '아 이제 괜찮구나' 생각하고 활개 칠 수도 있다"며 "싸움은 이제 시작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