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전야에 타오른 '촛불'…"그래도 메리 크리스마스~"

산타 복장 청년 300여 명 선물꾸러미 참석 어린이들에 선물

박근혜 퇴진촉구 9차 촛불집회를 앞둔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정권 퇴진 청년행동 소속 회원들이 산타복장으로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성탄절 전야에 맞게 '9차 촛불집회'도 성탄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은 24일 오후 5시 20분쯤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9차 촛불집회를 개최해, 25만명(집회측 추산·오후 5시 기준)이 운집했다.

주최 측은 "대한민국 국민은 위대한 역사를 써 내려 가고 있다"면서 "국회에서 탄핵안을 가결시키고, 박근혜를 피의자로 입건시킨 게 국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권의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며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 부역자를 구속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헌법재판소도 매주 집중심리해 조속히 판결을 내려야 한다"며 "오래 걸릴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오후 6시에는 소등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일제히 꺼진 불은 3분 후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는 노래와 함께 켜지며 장관을 연출했다.

집회가 끝난 뒤 시민들은 청와대와 헌법재판소, 총리 공관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집회는 성탄절 전야답게 성탄 분위기가 한껏 고조됐다.

주최 측은 오후부터 산타클로스 모자를 쓰고 거리에 나와 시민들에게 초와 피켓을 나눠줬다. 초를 감싸는 종이컵마저 산타클로스 캐릭터로 꾸며졌다.

오후 3시부터는 산타 복장을 한 청년들 300여명이 '메리 크리스마스~'란 인사와 함께 직접 포장한 선물꾸러미를 어린이들에게 나눠줬다. 선물꾸러미에는 산타 모자와 동화책, 탄핵 스티커, 노란리본 그리고 직접 작성한 크리스마스 카드가 들어있다.


두 아이와 함께 나온 강민경(43.여) 씨는 "크리스마스에 아이들과 뜻깊은 장소를 가고 싶어 나오게 됐다"며 "이런 선물을 청년들한테 받으니까 기성세대로서 미안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목적(박근혜 대통령 퇴진)은 있지만, 다같이 침울해하지 않고 힘을 낼 수 있는 분위기여서 좋다"고 말했다.

(사진=황진환 기자)
'청년 산타' 역할에 나선 고경석(27) 씨는 "아직 대통령이 물러난 것도 아니고, 청문회에서는 계속 모른다고만 하니까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계속해서 의견을 표출해야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에게 선물까지 주는 기회가 있다고 해 기쁜 마음으로 참석하게 됐다"고 전했다.

청년 산타들은 촛불집회가 끝난 뒤 청와대 인근까지 행진해 박 대통령에게 수갑을 선물하는 퍼포먼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남편의 손을 꼭 붙잡고 나온 이인숙(61) 씨도 성탄 분위기를 즐기며 "오늘은 다른 집회 때와 달리 축제 분위기가 물씬 난다. 산타들도 돌아다니고 크리스마스 노래도 나오니 신나고 좋다"고 말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박근혜는 물러나라'는 구호를 외치면서도 서로 "그래도 메리크리스마스~"라며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행진이 끝나면 마무리 집회와 '하야크리스마스 콘서트'가 다시 광화문 광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본 집회에 앞서 다양한 무대들이 준비돼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의 흥을 돋웠다.

오후 1시 30분부터 방송인 김제동 씨가 '토크 콘서트'를 진행했고, 이어서 '적폐청산 콘서트'와 '물러나 SHOW'가 열렸다.

콘서트에는 마야와 이한철, 자전거탄풍경 등 유명 가수들이 공연을 펼쳐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한편 이날 오후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박근혜를사랑하는모임' 등 보수단체의 집회도 열렸다.

다행히 두 촛불집회 참석자들과 보수집회 참석자들 간 큰 충돌은 없었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184개 부대(1만4700명)를 집회 주변에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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