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정말로 '최순실 국정농단을 밝히기 위한 청문회'의 성과가 미미하거나 없었을까?
그렇지 않다. 이번 '최순실 청문회'의 성과는 어마어마하다. 청문회의 성과를 부정하거나 폄하하는 것은 그 나름의 의도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5차 청문회를 마쳤다. 오는 26일 '구치소 청문회'를 끝으로 청문회가 끝날 수도 있고 더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청문회에서 거둔 성과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뭐니뭐니해도 국민들이 참여하는 국민들과 함께하는 청문회가 됐다는 것이다. 청문회 전 과정을 생중계한 국회TV를 비롯해 지상파와 종편. 보도PP들이 중계를 하다 보니 엄청난 국민들이 청문회를 지켜봤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도 국민들과 함께하는 청문회였다는 데 가장 큰 의미를 부여했다. 박 의원은 "청문회 기간동안 국민들의 도움으로 '김기춘의 거짓말'을 확인할수 있었고, '최순실의 육성녹음을 통해 위증교사'를 확인할수 있었으며,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과 백승주 의원의 실체를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은 "검찰수사나 특검수사와 달리 국민들이게 국정농단의 진상을 직접보도록 했고, 국민들이 청문회에 참여하고 의견을 내고 자료를 제공하고 하는 건 매우 큰 성과"라고 말했다. 언론을 통해서 보고 듣는 것 보다는 직접 본다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갑수 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대표는 "유례없는 시민공조 청문이었다는 점 역시 큰 소득"이라면서 "주식갤러리(주갤)로 대표되는 시민들이 청문회를 지켜보며 실시간으로 각종 제보를 쏟아내고 청문 위원들은 그걸 재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위증을 밝혀내는 일찍이 구경할 수 없었던 쌍방향커뮤니케이션청문회였다"고 평가했다.
두 번째는 우리사회 파워엘리트로 불리는 정치권력, 경제권력자들의 민낯을 낱낱히 드러내게 했다는 점이다.
검찰총장, 법무부 장관, 3선 국회의원에 이어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김기춘씨의 '모른다', '기억나지 않는다'는 가증스러운 답변 태도와 박근혜 정부 민정수석으로서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던 우병우의 청문회 회피를 위한 도망과 '모른다'고 무능 코스프레를 하는 모습, 특히 국방장관을 지내고 청와대 안보실장으로 있으면서 세월호 참사를 방치하고도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으려 하는 김장수씨, 한 때 '꽂꽂장수'로 불렸지만 실제로는 '무능장수'의 표본이라는 걸 국민들이 알게 됐다.
이화여대 최경숙 총장과 김경숙 학장, 남궁곤 입학처장의 청문회 모습도 대학은 진리의 상아탑이 아니라 권세와 돈을 탐하면서 조금의 잘못도 인정하지 않으려는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재벌총수 특히 이재용 삼성부회장의 '송구하다'며 동문서답만 계속하는 뻔뻔한 태도로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청문회가 아니었다면 끝까지 발뺌하는 그런 모습을 어떻게 국민들이 볼 수 있었을까?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한국의 정치권력이나 경제권력을 가지고 있는 정치엘리트와 경제엘리트들이 한국사회를 얼마나 잘못 운용해 왔는지 한국사회가 얼마나 잘못됐는지 이런 것들을 인식을 공유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세 번째는 특별검사의 수사와 헌재의 탄핵심판에 상당한 힘이 실리게 됐다는 점이다.
장제원 의원은 "청문회에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지는 못했지만 본질적인 의혹을 제기함으로써 검찰이나 특검에서 이걸 수사해야 하겠구나 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역할을 했다"면서 "박영수 특검이 이재용 삼성부회장을 출국금지시킨 것이 성과이고, 이화여대 입시비리 문제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가 이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네 번째는 국민들로 하여금 정치를 대의민주주의에만 맡겨서는 안 되겠구나 하는 각인을 시켜줬다는 점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촛불민심', '광장민심'이라고 하는데 청문회를 보면서 국민들이 느낀 건 '우리가 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해 에너지를 계속 분출해야 한다는 의식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청문회의 정치적인 효과는 대의민주주의에만 맡겨서는 안 되고 주인인 국민이 나서야 하는구나, 국민의 목소리와 에너지를 표출하지 않으면 한국사회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절박감을 느끼게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섯 번째는 청문회의 제도 개선과 함께 국회의 권위를 세워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점이다.
최창렬 교수는 "청문회에서 위증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하는 그런 자들을 그냥 둬서는 안 된다는 국민적 공분을 바탕으로 하는 제도개혁에 대한, 공감대 형성은 주요한 성과"라면서 "위증을 하거나 청문회에 불출석한 증인에 대해서는 국회의 재량이 아니라 반드시 고발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태 위원장은 "역대 청문회에서 동행명령장을 공식적으로 거의 발부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반드시 국회모욕죄로 처벌 받도록 할 방침"이라면서 "앞으로 국조기간동안은 증인들이 불출석할 경우 강제구인을 할 수 있도록 사법경찰권을 부여하도록 하고, 전체 청문회를 증언을 검증해 위증이 발견될 경우 자동으로 고발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아쉬운 대목도 있다. 청문위원들이 다 잘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청문위원들도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고 인정한다.
김성태 위원장은 "증인들이 대거 불출석한 부분이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최순실과 안종범, 정호성, 이재만, 안봉근 등 가장 핵심 증인들이 출석하지 않으면서 맥이 빠진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장제원 의원은 청문회 막판에 터져나온 '위증교사 의혹' 부분이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청문위원들이 최소한 최순실 문제에서 만큼은 깨끗해야 질문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기는 것"이라면서 "그런데 막판에 위증교사 의혹이 불거지고 사진도 나오고, 또 스스로 물러난 간사가 신임지도부로부터 재 임용되는, 그래서 '우병우 청문회'가 '이완영 청문회'로 변질된 건 굉장히 악재였다"고 토로했다.
이용주 의원은 "청와대 현장조사를 관철시키지 못한 점과 대통령을 증언대에 세우지 못한 게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대통령이 조만간 특검수사를 받아야 하고 헌재에도 출석해야 한다. 그런데 국회에 출석하지 못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면서 "언론에서 계속 이 문제를 제기하고 국민적 공분이 인다면 증언대에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