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생많았던 딸 편지에 주책없이 눈물만
- "해민아~ 아빠 이해해줘 고맙다"
- YTN 복직, 시민들이 결정해주실 것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노종면(YTN 해직 기자)
영화 얘기를 좀 해 보려고 합니다. 난데없이 무슨 영화 얘기냐 이러실지 모르겠는데요. 이 영화는 다름 아닌 3000일 동안 해직기자로 살아온 세 남자에 관한 다큐멘터리입니다. 2008년 10월 6일 그러니까 이명박 정권의 낙하산 사장에 맞서서 싸우다가 YTN 기자 6명이 해고가 됩니다. 기억하시죠? 그런데 그 중 3명은 지금까지도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한 상태입니다. 그게 무려 3000일이 된 겁니다. 엊그제 시사회를 마친 영화, <7년-그들이 없는 언론>의 주인공 노종면 기자 오늘 연결을 해 볼까요. 노종면 기자, 안녕하세요.
◆ 노종면> 안녕하세요. 노종면입니다.
◇ 김현정> 벌써 3000일 됐어요?
◇ 김현정> 말이 3000일이지 그러면 그때 태어난 애가 있다면 지금 초등학교 3학년 올라가는 거잖아요.
◆ 노종면> 그렇겠네요.
◇ 김현정> 실감이 나십니까, 그 세월이?
◆ 노종면> 글쎄 저도 아이를 키워서 우리 큰아이가 그때 4학년이었는데, 초등학교 4학년이었는데. 올해 고3이고 아이 크는 거 보면 실감을 하게 되죠, 하기 싫어도.
◇ 김현정> 하기 싫어도, 하기 싫어도…. 그 3000일의 시간을 기록한 영화가 개봉이 되는 거에요?
◆ 노종면> 1월 12일에 개봉한다고 들었습니다.
◇ 김현정> 1월 12일에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7년-그들이 없는 언론>. 이게 어떻게 제작이 된 영화입니까?
◆ 노종면> 2014년인 것 같은데 그때 전국언론노조 하고 뉴스타파에서 제작하기로 하고 김진혁 PD께 지금 한예종 교수이신 김진혁 PD께 제작을 의뢰해 제작이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렇게. 해직된 다른 동료들하고 다 같이 시사회장에 가신 거죠?
◆ 노종면> 그제 행사가 있었습니다.
◇ 김현정> 보면서 울컥울컥 하셨겠는데요?
◆ 노종면> 이 영화를 처음 본 건 아니고요. 전주국제영화제, DMZ 국제영화제에서 몇 번 상영이 됐을 때 봤는데 볼 때마다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것 같아요.
◇ 김현정> 3000일이라는 시간을 쭉 돌아보면 언제가 그렇게 제일 힘드셨어요?
◆ 노종면> 제 입으로 언제 힘들다고 얘기하기가 좀 그렇기는 한데 글쎄요. 지난해 한 해는 좀 힘들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지난해? 왜 유독 지난해가?
◆ 노종면> 8년 3개월, 해직된 지 8년 2개월 됐는데 그동안은 모르겠어요. 바쁘기는 했어도 힘들다 이런 생각은 하지 않으려고 했고, 별로 그런 생각이 잘 들지도 않았고 그런데 지난 해는 돌아보면 좀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돌아보면? 왜 지난해가 그렇게. 고비가, 어떤 고비가 온 거였을까요, 심리적으로?
◆ 노종면> 여러 가지가 복합된 것 같은데 저도 생각해 보죠. 왜 지금은 힘들까. 지난해 제가 지난 기자 8년 동안에 유일하게 뭔가를 안 했던 해예요. 2014년 말에 국민TV 뉴스방송 진행하다가 그만두고 지난 한 해 동안은 그저 아주 본격적인 백수아빠로 살았거든요.
◇ 김현정> 본격적인 백수 아빠. 지금 말씀하셨어요. 가족 이야기를 벌써 두 번이나 하셨어요. 사실은 가족들이 그러니까 본인이야 나의 소신에 의해서 어떤 사명에 의해서 정의에 의해서 그만둔 거지만 그걸 바라보는 가족들 심정이라는 건 어땠을까 이런 생각도 드시죠?
◆ 노종면> 들게 하죠. 제가 가늠하기 힘든 부분이지만.
◇ 김현정> 딸이 있어요. 노해민 양.
◆ 노종면> 네. 제 큰아이입니다.
◇ 김현정> 아까 4학년이라고 했는데 이제 수능봤다고 하셨어요.
◆ 노종면> 네.
◇ 김현정> 해민 양이 시사회장에서 아빠를 위한 편지를 하나 써서 낭독을 했는데 제가 지금 그 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편지를 읽고 하도 뭉클해서 우리 청취자들과 좀 나누고 싶어서 가지고 왔는데 잠깐 읽어도 될까요, 노 기자님?
◆ 노종면> 네, 그러시죠.
◆ 노종면> 고마운 일이죠, 저한테는.
◇ 김현정> 그날 시사회장에서 그렇게 우셨다면서요. 이 편지 듣고.
◆ 노종면> 그러게 말이에요. 주책없이 눈물이 나가지고.
◇ 김현정> 그때는 너무 우느라 해민이한테 제대로 말도 못해 주셨는데 오늘 해민 양이 듣고 있을 수도 있어요. 저희가 오늘 방송한다는 얘기를 했거든요. 한 마디 하시겠어요? 내일 모레가 크리스마스이기도 한데요.
◆ 노종면> 미안하고 고맙다는 얘기 말고는…. 다른 얘기 더 뭐 있겠습니까? 잘 커줘서 고맙고…. 또 아빠 이해해줘서 고맙고…. 그리고 여러 일들이 아이 성장하면서 있었는데…. 제가 큰 도움이 못 돼서 늘 미안하죠…. 다른 이야기는 아이한테 직접 하겠습니다.
◇ 김현정> 미안하실 거 없어요. 노종면 기자님. 아이가 아빠가 왜 이런 어려움을 당했는가를 이제는 이해할 나이입니다. 이제 수능 보고 이해할 나이. 분명히 자랑스러운 아빠라는 거 아이가 알 거고 아버지 직업란에 뭘 쓰지. 이거 고민할 필요가 없었는데 저희가 옆에 있었으면 기자, '국민의 기자'라고 당당하게 쓰면 됐을 걸 왜 그랬을까. 해민이한테 그런 얘기도 해주고 싶고 그래요.
영화 예고편에도 인용되는데, 이런 말이 있대요. '언론이 진실을 보도하면 국민들은 빛 속에서 살 거고 언론이 권력의 시녀로 전락하면 국민들은 어둠 속에서 살 것이다'. 이게 김수환 추기경 말씀인데, 그걸 지키려고 그 진실을 지키려고 해고당한 지가 3000일. 다시 돌아간대도 같은 선택을 3000일 전에 하실 수 있을까요?
◇ 김현정> 딸이 지켜보는데, 해민이가 지켜보는데 내가 어떻게 현실 앞에 무릎 꿇을 수 있겠는가. 또다시 정의를 선택하시는 거예요. 3000일을 또 고생하실 수 있는데?
◆ 노종면> 지난 3000일이 전부 고생의 시간은 아니고 그러니까 언론인으로서 자각할 수 있는 계기를 우리 시민들께서 많이 주셨고요. 실제로 그냥 제가 말로만 이러는 게 아니라 이러 저러한 미디어 관련 활동을 하면서 만난 시민들 또 새롭게 알게 된 동료들. 이런 일들을 하면서 2008년 이전의 기자 노종면과 지금의 노종면은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제 스스로 볼 때도.
◇ 김현정> 오히려 성장한 것 같은 느낌을 받으세요, 그 때보다 더?
◆ 노종면> 제가 성장했다고 스스로 얘기하기는 부끄럽지만 좀 달라져 있고요. 그걸 진심으로 고마워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 김현정> 참 지금 많은 분들이 응원문자 보내주시는데 이제 고향 YTN으로 어떻게 복직하셔야죠.
◆ 노종면> 복직하겠다는 생각은 놓쳐본 적이 없어요.
◇ 김현정> 놓쳐본 적이…. 언제쯤이 될까요?
◆ 노종면> 그 예상은 웬만하면 안 하려고 합니다. 그 시간이 올 거라는 믿음은 늘 가지고 있었고 그리고 그 시간은 저희가 결정하는 게 아니라 우리 사회가 결정하고 또 우리 시민들이 결정해 주실 거라고 생각하고 기다리고 있어요.
◇ 김현정> 다시 노종면 앵커가 앵커석에 앉아서 쩌렁쩌렁 뉴스 전하는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노종면> 네, 고맙습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2008년 YTN에서 해직된 3명. 3명의 기자 중 1명. 노종면 해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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