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
① 폐지 줍는 어르신들이 '위험'합니다…김 할머니 이야기 ② 시간당 500원…어르신들은 왜 '폐지'를 줍는가 ③'단디바'는 어떻게 세상에 나왔을까 ④ 어르신, 이제 '단디' 매세요 |
단디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계속 들은 말. '도대체 왜?' 처음 단디바 프로젝트를 시작했던 사람들의 시각도 다르지 않았다.
'도대체 왜?'
이 질문과 함께 폐지 어르신들의 일상을 좇기 시작했다. 그곳에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현실의 문제가 숨어 있었다. 폐지를 줍는 어르신 대부분은 취약계층. 고령에 몸마저 불편한 어르신을 고용하는 일터는 없다. 70대 노인에게 좋은 일자리는 꿈같은 이야기다.
그렇다고 당장 모든 어르신들이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적절한 지원을 받기도 마땅치 않다. 사실 사회는 이 모든 것을 개인의 책임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 어르신이 선택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돈이 얼마 되지 않더라도. 폐지 수거는 이들에게 '생명'이다.
대다수 지자체는 폐지 수거 어르신을 위해 형광 안전조끼를 지급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어르신용 교통카드를 발급할 때 교통안전 교육도 하고 있다. 그런데도 60대 이상 교통사고 사망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안전조끼는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옷 위에 걸쳐 입기 어렵다. 수레 위에 짐이 쌓이면 조끼를 입었다 해도 눈에 띄지 않는다. 안전보다 생계가 우선인 어르신들에게 지금 같은 안전교육은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피해는 운전자에게도 돌아왔다.
운전자도 피해를 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운전하다가 어르신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인명 사고가 나면 죄책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운전자의 과실이 없더라도 생계가 어려운 어르신들에게 배상 받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 문제를 복지의 책임으로만 돌려 외면해도 되는 걸까.
어떻게 하면 모두의 안전을 현실적으로 지킬 수 있을까? '단디바'는 이런 고민에서 시작됐다.
도로교통공단 연구원, 커피숍 사장, 안전용품 제작사 사장. 세 사람이 취약계층 교통사고 사망률을 줄이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목적은 오로지 하나. 폐지 줍는 어르신의 교통사고 줄이기였다. 곧이어 대구시청, 대구경찰청도 합류했다. '브레인스토밍'만 수십차례. 현장조사와 시행착오까지 거친 끝에 안전한 밧줄 '단디바'가 탄생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어르신들에게 단디바를 제공할 예산이 없다는 것. 재능기부로 개발까지는 성공했지만 대량 생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찾은 곳이 대구은행이었다. 어르신들에게 단디바를 무료로 나눠줄 수 있도록 후원을 부탁했다. 관공서는 적극적인 행정 지원을 약속했다. 기업도 흔쾌히 후원에 동참했다.
이렇게 여러 곳의 도움으로 단디바 1차 물량이 제작됐고, 대구 시내에서 재활용품을 줍는 어르신들에게 전달됐다. 폐지 줍는 어르신들의 반응은 좋았다. 무엇보다 튼튼한 밧줄을 마음에 들어 했다. 경찰관과 자원봉사자들은 손수 어르신들 수레에 단디바를 감아 주며 안전을 당부했다. 평소 안전에 유의하란 이야기를 무심하게 듣던 어르신들도 단디바를 받자 고맙다는 말과 함께 미소로 화답했다. 어르신들이 기존에 가지고 다니던 밧줄은 모두 수거했다. 단디바 이용을 장려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단디바는 어르신들의 생명을 꼭 붙잡기 시작했다.
재활용품을 수거하는 어르신들은 대구에만 있는 게 아니다.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겠지만 주변에 있다. 당장의 법과 제도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 하지만 언젠가는 개선돼야 할 문제. 그 사이에 단디바가 외면받는 그분들의 안전을 조금이나마 지켜줄 것이다. 이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그 날까지, 어둠 속에서 손수레를 끄는 어르신들 등 뒤의 환히 빛나는 단디바를 꿈꿔본다.
어르신, 이제 '단디' 매세요. 저희가 지켜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