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영재단은 박근혜 대통령이 이사장이었던 80년대에도 '최태민-최순실'의 운영 개입 및 전횡 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지만, 교육청은 이를 특별히 문제 삼지 않았다.
하지만 동생인 박근령 씨가 이사장이 된 90년부터는 교육청의 특별 감사가 빈번하게 이뤄진다. 때문에 박근령 씨가 이사장일 때 재단에서 일했던 직원들은 근령 씨의 이사장직을 박탈하기 위해 교육청이 '기획 감사'를 했다고 주장한다.
◇ 근령 씨 이사장직 박탈시킨 '예식장 임대사업'…지금도 그대로
근령 씨가 이사장직을 박탈당한 주된 이유는 육영재단 내 예식장 임대 수익사업이 문제가 되면서다. 공익법인이 임대 수익 사업을 하려면 교육청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박근령 전 이사장은 승인 없이 이를 진행했다.
박 전 이사장은 최태민씨가 육영재단에 개입하면서 재정 형편이 급격히 나빠져 임대 수익사업을 할수 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장은 1987년 최태민 경영 개입으로 분규가 일어난 이후 언니인 박근혜 대통령 후임으로 1990년 이사장이 됐다.
하지만 '임대사업' 및 인사 전횡 등에 대한 문제제기성 민원이 들어오자 94년 성동교육청은 특별감사를 진행, 미승인 수익사업 운영을 포함해 6건을 지적하고 시정조치를 내린다. 민원을 누가 제기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재단 측은 이를 시정하지 않았고, 성동교육청은 2001년에도 미승인 임대사업 등 재단운영 문제점 6가지를 재차 지적했다. 이어 교육청은 "지적사항을 바로잡지 않고 감사 등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결국 근령 씨를 이사장직에서 해임한다.
박근령 전 이사장 측 직원들은 임대사업을 제외한 5가지에 대해서는 시정조치했거나 불가피한 사항이었으며, 성동교육청이 무리하게 이사장직을 빼앗았다고 반발했다. "근령 씨를 이사장직에서 취소처분한 결정적인 이유는 '예식장 임대사업'인데 현재도 육영재단에서는 예식장 임대사업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이중잣대를 들이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예식장 임대 사업은 이사장직을 박탈하는 주요 이유가 아니었다. 당시 재단은 교육청의 관리·감독 기능을 부인하며, 지적사항에 대해 시정 조치를 계속 거부했다. 현재도 불법인 것은 맞지만, 박근령 전 이사장 때와는 사정이 다르다"고 밝혔다.
하지만 94년과 2001년의 지적사항은 임대사업 등으로 대동소이한데, 왜 94년에 이사장직을 박탈하지 않았는지를 묻자 "오래된 일이라, 현재로서는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답했다. 성동교육청 측 역시 2011년에 서울시교육청으로 자료를 모두 이관했고, 당시 담당자가 이제는 없어 확인할 수 없다고 전했다.
◇ 박근혜 이사장 때는 왜 '최태민-최순실' 감사 없었나
육영재단은 박근혜 대통령이 이사장으로 있던 87년에 직원 140여 명 구조조정 사태가 일어나면서 '최태민-최순실의 재단 운영 개입 및 전횡'에 대한 문제제기와 농성 소요가 있었다. 89년에는 박근령-박지만 남매가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최태민으로부터 언니를 구해달라'는 탄원서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2007년 진행된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검증청문회에서 '최태민 일가의 재단 운영 개입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감독기관인 교육청에서 매년 감사를 해서 (보고서를) 가지고 오는데, 제가 운영을 할 동안에 비리가 있었다던지 전횡을 했다던지 이런 게 하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 관계자에 따르면 "육영재단에 대한 (매년 진행하는) 정기감사는 없다"고 했다. 그는 "교육청 차원에서 문제를 인지하거나, 민원이 들어오는 경우 감사를 진행하곤 한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이사장 때 육영재단의 재정장부를 보면 임대료 수익만 해도 매년 20억이 넘고 부지만 값으로 매겨도 2조에 가까운데, 그 수익금이 어디론가 새어나가고 있다는 의혹이 있다.
이 돈이 최태민 일가에게 갔을 거라는 주장도 있다. 2007년 육영재단 분규 사태에 깊숙이 개입했던 B씨는 최근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육영재단 감사실장이었던 신동욱 총재는 월 550만 원을 가져갔다. 최순실과 최태민 목사가 있을 때는 정윤회 부부가 3000만 원씩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결국 최태민 일가가 재단 운영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된 것임에도, 당시 감독기관인 성동교육청에서는 특별한 감사나 시정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1989년경 육영재단 분규가 일었을 때 조사를 했던 것으로는 알지만, 그 이전은 모르겠다. 당시 감사 여부는 오래된 사안이라 현재로서는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87년과 89년 최태민 일가의 재단 운영 개입 및 전횡에 대해 문제제기가 나왔을 당시 감사가 이뤄졌다면 확인 및 조치가 가능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숱하게 반복되는 의혹에도 교육청은 박근혜 이사장 때는 감사를 육영재단 자체에 맡기고 수수방관했다. 이는 박근령 이사장 재직 기간 때 꼬치꼬치 감사한 것과는 대조된다.
◇ 2007년 폭력사태 주동자들 육영재단 임시이사로 합류
박근령 씨의 재단 이사장직이 취소되면서, 2008년 동생인 박지만 EG회장과 측근들이 임시이사로 들어온다. 이 과정에서 성동교육청과 박지만 회장 측의 사전 교감이 있었다는 의혹도 있다. 박지만 회장이 법원에 의해 임시이사가 확정되고 나서 교육청을 찾은 일이 있었다.
임시이사진의 면면을 보면 교육청의 감사가 재단 운영권을 박지만 회장에게로 가져가는 데 결과적으로 유리하게 적용된 것은 분명하다.
2007년 육영재단 폭력사태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박근혜 대통령의 5촌 조카인 고 박용철 씨와 박지만 회장의 비서실장인 정용희 씨가 육영재단에 입성한다. 박 씨는 어린이회관 관장, 정 씨는 임시이사를 맡는다. 폭력 사태를 주도한 박 씨와 정 씨를 포함한 6명은 공동 감금, 공동 상해 등의 혐의로 유죄를 선고 받았다.
현재 이사장직을 맡고 있는 조수연 씨는 박지만 회장과 군생활을 함께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2기 임시이사진으로 들어온 백기승 씨(현 한국인터넷진흥원장)는 박근혜 대통령과 깊은 인연을 맺었던 인물이다. 그는 2007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 경선을 앞두고 당시 박 후보 캠프에서 공보기획단장으로 일했고, 박근혜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 대통령 국민소통비서관과 뉴미디어비서관 등을 역임했다.
이같은 정황을 살폈을 때 결국 박근령 씨의 이사장직을 취소하기 위해 박지만 회장 측 관계자들은 폭력사태를 일으키고, 동시에 교육청에서는 감사를 진행하는 등 투 트랙으로 박근령 몰아내기가 진행됐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B씨는 "성동교육청을 움직인 배경에는 박지만 씨와 정용희 씨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