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이 사라진다…동네 상권 덮친 '계란대란'

제빵업체, 계란 확보 전쟁…음식점, 계란 메뉴 제외 고심

한 대형마트의 계란 코너. (사진=황진환 기자)
사상 최악의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로 계란이 '귀하신 몸'이 되면서 계란을 재료로 쓰는 동네 음식점이나 빵집 등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계란값 급등에다 계란 확보마저 비상이 걸리면서 메뉴 변경 등 피해를 줄이고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이달들어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는 계란값을 이미 3차례나 올렸고 이마트도 21일 3차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창고형 할인매장인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지난 8일부터 30알짜리 계란제품에 대해 사재기를 막기 위한 '1인 1판' 구매수량 제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롯데마트도 20일부터 뒤를 잇고 있고 다른 대형마트들도 검토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음식점 등 사업자들이 가격이 저렴한 30알짜리 제품을 사재기하는 움직임을 보여 일반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구매 제한 조치를 시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형마트의 계란 공급량은 평소의 70% 이상을 유지하고 있지만 문제는 앞으로다. AI사태가 장기화된다면 계란 수급 차질은 피할 수 없게 된다.

계란을 재료로 사용하는 제빵‧제과업계는 걱정이 태산이다.

뚜레주르를 운영하는 CJ푸드빌 관계자는 "케이크 대목인 크리스마스까지는 물량이 확보된 상태지만 내년 이후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케이크는 게란 거품을 내서 반죽으로 해야 하는데 냉동란은 거품이 생기지 않아 반드시 신선한 계란을 써야 하는데 계란을 못구하면 큰일이 난다"면서 "거래선에서 계란이 떨어진다면 최악의 경우 카스테라, 케이크 등 계란을 쓰는 제품의 생산을 중단하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 명동의 계란오믈렛 노점. (사진=정재훈 기자)
그래도 자체 공급망을 가진 대형업체들은 양반이다. 개인이 운영하는 동네 빵집들은 계란을 구하기 위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서울 명동 노점에서 계란양배추오믈렛을 팔고 있는 A씨는 "연말까지는 괜찮아 보이는데 내년이 문제"라며 "사태를 지켜봐야겠지만 계란 구하기가 더 어려워진다면 장사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불안하다"고 하소연했다.

음식점이나 술집은 계란 사용을 줄이거나 아예 계란이 재료인 메뉴를 없앨 생각을 하는 곳도 있다.

중구 소공동의 한 굴국밥집은 계란말이를 메뉴에서 지우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정환일(52.남) 사장은 "계란 30알 한판 가격은 오랜 거래처라 1000원 정도만 올렸는데 10판 주문해도 5판 밖에 오지 않는다"며 "계란을 구할 수 없다면 계란말이를 만들지 말아야지 방법이 있느냐"고 되물었다.

백반에 나가는 계란프라이는 꿈도 못꾸게 됐다.

분식집은 라면과 계란이 동반 인상되면서 더욱 울상이다.

소공동에서 라면 가게를 운영하는 지금실(65.여)씨는 "라면에 계란을 안 넣어줄 수도 없고 고민"이라며 "가격을 갑자기 올릴 수도 없고 라면 1그릇당 계란 1개 풀던 것을 2그릇당 1개로 줄일 수밖에 없다. 라면값도 올랐는데 막막하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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