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 '언론장악'이 왜 '특검' 수사 대상일까
언론단체들은 지난달 21일 박근혜 대통령, 김기춘 전 비서실장, 김성우 전 홍보수석,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는데, 이를 검찰이 아닌 특검이 수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때 근거로 든 법령은 '특검법' 제2조 제2호와 제15호다. 제2호는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 등이 대한민국 정부 상징 개편 등 정부의 주요 정책결정과 사업에 개입하고, 정부부처·공공기관 및 공기업·사기업의 인사에 불법적인 방법으로 개입하는 등 일련의 관련 의혹 사건"을 특검의 수사대상으로 밝히고 있다. 제15호는 "제1호부터 제14호까지의 사건 수사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도 그 수사대상이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시 언론단체들은 △세계일보 조한규 전 사장 부당 해임을 통한 정당한 인사권 행사 방해 △KBS 사장 인사권 행사 과정 관여 및 KBS이사회의 사장 추천권 행사 등 정당한 권리행사 방해 △KBS 방송편성 부당 개입 △세계일보 '정윤회 문건' 보도 이후 이뤄진 통일교재단 계열사 세무조사 및 세계일보 기자 미행 등 '부당행사' 4가지 혐의 및 의혹으로 이들을 고발했다.
언론단체들은 이번 고발 사건을 "최순실 등이 박근혜 및 청와대 권력에 편승하여 행한 국정농단과 인사개입사건으로서 특별검사의 수사대상이 되는 위 특검법 제2조 제2호의 사건과 마찬가지로 박근혜가 직접 지시하거나, 박근혜 및 청와대 권력에 편승한 청와대 관계인인 김기춘·김성우와 그 지시를 받는 방통위원장 최성준이 공공기관 및 사기업 인사에 불법적으로 개입해 온 일련의 사건에 대한 것"이라고 규정했고, 따라서 '특검법' 제2조 제2호 및 제15호에 의해 특검 수사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정윤회 아들 MBC 캐스팅 특혜 의혹 사건 수사 의뢰 이유는?
언론단체들은 "정윤회는 최순실과 이혼하기 전에는 '특검법' 제1조 제1호의 '최순실의 친척'에 해당했다. 최순실과 이혼 후인 현재는 제1조 제1호의 '최순실과 친분이 있는 주변인'에 해당한다"며 "이 사건은 정윤회가 청와대 권력을 등에 업고 공영방송 운영에 부당하게 개입하거나 외압을 행사한 사건이다. '특검법'의 입법취지와 그 수사대상 및 수사목적 등에 비추어 볼 때에도 '특검법' 상의 특검에 의해 수사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언론단체들은 △배임수증재죄 및 업무상 배임죄 성립 여부 △업무방해 성립 여부 △방송편성 부당개입 여부 등 3가지를 이번 사건에서 밝혀져야 할 쟁점으로 바라봤다.
우선, 형법에 따르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하여 부당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면 배임수재죄(형법 제357조 제1항)가 성립하며,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게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하고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공여하는 자에게는 배임증재죄(형법 제357조 제2항)가 성립한다.
언론단체들은 "만일 정우식에 대한 캐스팅이 '특혜'에 해당한다면 이는 타인(MBC)의 사무관리를 함에 있어서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를 다해 성실한 직무수행을 할 의무가 있는 안광한·장근수 등이 그 임무에 위배해 정윤회 또는 자신의 개인적 이익을 위해 타인(MBC)의 사무처리를 한 것이 명백하다"며 "위 특혜만 확인된다면, 이를 통해 안광한·장근수 등이 직접 재산상 이익을 얻거나 제3자에게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했음은 물론 MBC에 손해 또는 손해위험이 발생하게 한 행위가 되므로 이들에게는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된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언론단체들은 "정윤회가 안광한·장근수 등에게 정우식의 캐스팅 관련 청탁 등을 하면서 별도의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공여하지 않았다면, 이 과정에서 '위력'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업무방해' 여부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참고로 형법 제314조 1항은 업무방해죄의 '위력'을 폭넓게 보고 있다.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케 할 만한 일체의 세력을 가리키는 것으로서 반드시 유형력의 행사에 국한하지 않고, 폭력·협박은 물론 사회적·경제적·정치적 지위와 권세에 의한 압박 등도 위력에 포함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언론단체들은 '방송법' 조항을 들어 방송편성 부당개입 가능성을 제기했다. 방송법 제2조 제15항은 '방송편성'을 "방송되는 사항의 종류·내용·분량·시각·배열을 정하는 것"이라고, 제4조 제2항은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하여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제4조 제2항 규정을 위반해 방송편성에 관해 규제나 간섭을 한 자는 제105조에 의해 처벌받도록 하고 있다.
언론단체들은 "드라마 제작 당시 출연진 결정은 방송되는 드라마의 '내용'을 정하는 것"이라며 "정윤회·안광한·장근수가 정우식 캐스팅 지시나 요청을 한 것만으로도, 사회적·정치적·지위가 주는 영향력으로 인해 현장 제작진은 상당한 압력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기에 드라마 제작진의 제작자율성이 충분히 침해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언론장악'에서 시작돼"
한국PD연합회 오기현 회장은 "방송사 제도는 완비가 되어 있지만, 가장 큰 취약점이 권력에 약하다는 것이다. 외부 압력이 들어올 경우 실질적인 방어막이 없다. 이런 압력이 있을 때에는 부당권력 행사자를 차단, 처벌, 청산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공영방송에 대한 청와대의 인사 개입 및 압력, MBC 드라마 캐스팅 특혜, SBS에 대한 청와대의 직접적인 압력 등 특검이 수사해야 될 충분조건은 성립됐다고 본다.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전했다.
한편, 정윤회 씨 아들 배우 정우식 캐스팅 특혜 의혹에 대해 MBC는 16일 "드라마 캐스팅은 주관적인 판단이 있을 수밖에 없는 부분으로 연출자뿐만 아니라 데스크, 외부 기획사, 작가의 의견이 종합되어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드라마본부장으로서의 일상적 관리 행위에 대해 부당한 의혹을 제기하는 허위 과장 보도는 MBC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간섭하고 제작 현장의 독립성을 훼손시키는 행위"라고 반박했다. 또, 정우식에게 특정 배역을 주라고 해 100명이 넘는 연기자들이 응시한 오디션이 쓸모없어졌다는 내용도 '사실무근'이라며 "정치적 시류에 편승해 악의적인 선전선동으로 회사를 흠집 내려는 시도에 대해 엄정하고 단호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