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는 이랜드파크 계열사의 전국 매장 360개소에 대한 근로감독 결과 4만 4360명의 노동자들에게 금품 83억 7200여만 원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이랜드파크는 이랜드 그룹에서 외식과 레저, 여행 등의 업종을 맡고 있는 계열사로, 지난해 연매출은 7252억여원을 올렸다.
이번 근로감독에 포함된 이랜드파크 외식사업 브랜드들은 애슐리를 비롯해 자연별곡과 피자몰, 수사, 샹하오, 로운샤브샤브 등의 뷔페 브랜드와 리미니, 테루, 아시아문, 후원, 반궁, 글로버거, 비사이드, 다구오 등 캐쥬얼 다이닝 브랜드, 더카페, 루고, 프랑제리, 페르케노, 애슐리투고, 모뉴망 등 카페/디저트 브랜드다.
이랜드의 아르바이트 노동 착취 사실을 처음 알린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한국신용평가의 '이랜드 그룹분석보고서'를 보면 지난 3년간 이랜드 파크의 영업이익 총액은 100억원"이라며 "지난 3년간 이랜드 파크의 영업이익 대부분이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임금체불에서 나왔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최강연 노동부 사무국장은 "이번 감독에서 퇴직금 부문은 제외됐는데, 미지급된 수당 등을 감안하면 퇴직금이 덜 지급된 사례도 속출할 것"이라며 "추가조사를 벌이면 피해규모와 대상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노동부 관계자는 "이번 감독대상이 된 거의 모든 매장에서 앞서 드러난 '임금꺾기' 등의 동일한 수법으로 임금·수당을 가로챘다"며 "통상 감독 후 사후조치부터 취하는데, 사안이 엄중하다고 보고 이례적으로 즉각 사법처리를 서둘렀다"고 강조했다.
노동계는 이례적으로 이랜드 법인대표가 곧바로 입건된 이유도 노동부 역시 조직적인 임금 가로채기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 아니냐고 지적한다.
특히 이랜드가 유독 비정규직 노동자와의 악연(惡連)으로 잘 알려진 그룹인만큼 이러한 부당노동행위가 비단 이랜드그룹의 외식업계 뿐 아니라 이랜드 그룹 전반에 만연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랜드는 2000년 3월 비정규직 노동자를 외주화하려다 265일에 걸쳐 노조 파업에 직면했다. 결국 비정규직 45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지만, 노사갈등이 깊어지면서 2000년 200여명이던 노조원은 2006년 60명으로 급감했다.
2007년 5월에는 '홈에버' 비정규직 계산원 등 비정규직 700여 명이 대량해고됐고, 노조가 512일 동안 파업을 하며 당시 광우병 파동 촛불집회와 함께 사회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이 사건은 영화 '카트'와 웹툰, 드라마 '송곳'의 모티브로 다시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이성종 정책실장은 "1, 2개 매장도 아니고, 360개 매장에서 같은 수법으로 거액의 임금을 빼돌렸다면 본사가 명확히 지시하지 않아도 묵시적으로 방치한 것 아니냐"며 "노동부가 다른 프랜차이즈 기업이나 외식업 이외의 이랜드 계열사로 감독 대상을 확대해 추가 조사를 벌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랜드는 사후 처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랜드 관계자는 "지난 9월 국정감사에서 처음 지적된 이후 대국민 사과를 한 바 있다"며 "인터넷을 통해 피해사례를 접수해 미지급 임금도 돌려주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12월 19일 기준 실제 피해 접수인원은 4만 4천여 피해자 가운데 겨우 3천여명, 그나마도 정산과정을 거치자면 해를 넘겨 오는 1월에야 떼인 임금·수당이 지급될 계획이다.
이랜드 측은 "아직 홍보가 부족한 탓인지 피해 접수 실적이 저조한 것은 사실"이라며 "이번 주부터는 피해가 의심되는 인원에 사측이 먼저 연락을 취해 보상하겠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정미 의원은 "외식업체 뿐 아니라 이랜드 그룹 전반에서 부당한 노동 착취가 감지된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부당노동행위를 근절하도록 확인 및 시정 조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랜드는 청년알바 노동자의 등을 쳐서 업계 1위가 된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며 "대국민사과 뿐 아니라 즉시 떼먹은 임금을 돌려줘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