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이 사전에 공모한 것처럼 '시간끌기' 작전을 사용하는 모양새다.
◇ 최순실 측 "태블릿PC 철저히 검증해야"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최씨 측 이경재 변호사는 "검찰이 증거목록을 재작성 하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886개에 달하는 증거가 어떤 혐의 사실을 입증하는 자료인지 분류되지 않았기 때문에 검찰이 증거목록을 다시 작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 문건유출의 핵심 증거인 '태블릿PC'를 검찰 조사과정에서 한 번도 본 적 없기 때문에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며 감정도 신청했다.
정호성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 녹음파일과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 수첩도 감정 신청했다.
검찰이 태블릿PC의 주인을 최씨로 지목한 게 납득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 안 전 수석과 정 전 비서관의 자백만으로는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검찰이 최씨와 안 전 수석 사이에 박 대통령을 넣어 '승계적 공범' 관계로 규정했는데, 3자 공모 사실이 없다는 주장이다.
결국 시간을 끌면서 공무원과 공범이어야 민간인에게도 적용되는 직권남용 혐의를 벗고, 박 대통령과의 연결고리도 끊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박 대통령 측은 지난 16일 헌법재판소에 낸 답변서를 통해 최씨에 대한 1심 재판이 사실상 마무리된 뒤 탄핵심판 결론이 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탄핵소추 사유를 인정할 자료들이 없다"며 무죄추정의 원칙을 내세우고, 법원에서 충분한 심리를 거친 뒤 헌재가 탄핵심판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1심 재판에서 ▲대통령이 최씨 등 전횡이나 사익 추구를 인식하지 못한 경우 ▲재단 출연‧계약 체결‧인사 등에서 참모진 등이 대통령의 발언 취지를 오해해 과도한 직무 집행을 한 경우 ▲대통령이 문건을 포괄적 지속적으로 유출한 사실이 없는 경우 등이 밝혀질 경우 탄핵소추의 법적 근거가 사라진다는 논리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 측은 헌재가 특검과 검찰에 수사기록을 달라고 한 요구도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이의를 신청한 상태다.
결국 국정농단 장본인을 안 전 수석과 정 전 비서관으로 ‘꼬리자르기’하고, 헌재의 탄핵심판 결정을 최대한 늦추려는 계산이다.
박 대통령 측은 또 헌재의 탄핵심판과 1심 재판 내용이 거의 동일한데, 탄핵결정이 법원의 재판 결과와 다르면 헌재 권위에 큰 손상을 입힐 수 있다며 헌재를 노골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헌재와 법원은 이들의 '시간끌기' 작전을 무시하고, 신속하고 공정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변호사는 "박 대통령 측과 최씨 측 모두 자신이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해 '시간끌기' 작전을 쓰고 있다"며 "헌재와 재판부가 이들의 '비겁한 작전'에 휘말려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