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 캐비넷? 백악관 버블?…궤변 갖다붙인 변명서"

박근혜 대통령 측 대리인 이중환 변호사를 비롯한 대리인단이 탄핵 가결로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 지 일주일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민원실에 탄핵사유에 대한 반박 입장을 담은 답변서를 제출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박근혜 대통령 변호인단이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키친 캐비넷', '백악관 버블'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탄핵소추안을 반박하고 나섰다.

18일 공개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 답변서에서 박 대통령 측은 "연설문을 최순실이 살펴보게 한 이유는 직업관료나 언론인 기준으로 작성된 문구들을 국민들이 보다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일부 표현에 대한 주변의 의견을 들은 것"이라며 "최씨의 역할은 '키친 캐비넷(kitchen cabinet)'"이라고 규정했다.

키친 캐비넷은 미국에서 유래한 정치용어로 대통령이나 주지사 등의 비공식 자문위원을 뜻하는 말이다.


미국 앤드류 잭슨 대통령은 재임 당시 자신의 뜻과 맞지 않는 참모진들을 대거 해임시키는 동시에 외부 관계자들에게 정치적 조언을 얻어 국정을 꾸렸다. 이후 반대파가 공식 내각을 제쳐두고 자기 측근과 국정을 이끄는 비공식내각이라고 이를 비판하며 '키친 캐비넷'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박 대통령 측은 "다수의 이해를 돕기 위한 주변 의견 청취"라며 청와대 문건 유출 등의 비밀누설 의혹을 부인한 것이다.

하지만 키친 캐비넷은 통상 대통령과 사적·정지척 이해 관계로 얽혀 있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최순실 씨와 40년간 인연을 이어온 박 대통령의 상황과는 맞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민원실에 탄핵사유에 대한 반박 입장을 담은 답변서를 제출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박 대통령 측은 "국정수행 과정에서 지인의 의견을 들어 일부 반영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있는 일이고 역대 대통령도 같은 방식으로 대통령 직을 수행했다"며 '백악관 버블(White House Bubble)'이라는 표현도 사용했다.

백악관 버블은 미국 백악관이 겉보기에는 투명해 보이지만 바깥 세상과 단절돼 갇혀있다는 의미로 미국 대통령들이 고립돼 대중의 일상생활로부터 멀어지는 현상을 뜻하는 말이다.

박 대통령 측은 답변서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당시 형 노건평 씨의 사례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의 사례를 언급하며 "이번 탄핵의 논리대로라면 측근 비리가 발생한 역대 정권 대통령은 모두 탄핵 대상"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고립돼 있기 때문에 대중의 일상생활과 소통에서 거리가 생길 수있다는 점을 일반화 시키며 박 대통령을 비호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대해 우상호 원내대표는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씨가 키친 캐비넷이란 말에 한참을 웃었다"며 "무슨 캐비넷인가 프로포폴 전담인가? 최씨는 키친 오퍼레이터로 대통령 조종자였다"고 일침을 가했다.

박범계 의원도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미국의 화이트하우스 버블이라든지 키친 캐비넷과 같은 한국에서는 전혀 쓰지 않는 용어들을 원용한 걸 보면서 그 깊이가 깊지 않다. 고민한 흔적이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네티즌들의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궤변으로 탄핵사유를 무력화 시키려한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na4***는 "'내가 한번 별거아냐 더 나쁜사람들도 있어'라는 범죄자 방어심리와 딱들어맞는다. 갖다 붙이면 다 되는줄아네"라고 했으며 kds***도 "답변서에 황당한 비법률 용어까지 인용됐다. 그냥 답변서가 아니라 변명서다"라고 쓴소리를 했다.

ise***도 "그들도 잘못을 저질렀으니 나도 괜찮다는 바보같은 생각을 논리라고 여기며 우긴다는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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