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계는 '유승민 카드'를 내세우며 비대위원장 장악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친박계는 공공연히 불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수세에 몰린 비박계가 탈당에 직면하면서 새누리당의 분당(分黨) 가능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 비박 "유승민 비대위원장 수용해달라고 정우택 원내대표에 문자 보내"
원내대표 경선 패배 후 말을 아껴온 비박계 유승민 의원은 18일 비대위원장직 수락 의사를 밝혔다.
유 의원은 이날 입장자료를 내고 "비대위원장이란 '독배'를 기꺼이 마실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권을 행사하는 비대위원장이 아니라면 어떠한 제안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탈당보다는 당에 남아 개혁을 이끌자는 '잔류파'인 유 의원이 친박계에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비박계에서는 김무성 전 대표나 유승민 의원이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다.
한 비박계 초선 의원은 "당연히 비대위원장에 전권을 줘야지 안그러면 친박 들러리밖에 되지 않는다"며 "유 의원 정도가 비대위원장이 된다면 당이 봉합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재선 의원은 "탈당을 막기 위해서는 유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정우택 신임 원내대표에게 문자로 보냈다"고 전했다.
탄핵을 계기로 친박에서 멀어진 또 다른 의원은 "현재 지도부가 사퇴했기 때문에 정 신임 원내대표의 결정이 중요하다"며 "계파끼리 대충 나눠먹기해서는 안 되고 유 의원 등 비대위원장에게 전권을 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정우택 신임 원내대표 "유승민 비대위원장 카드 곤란"
당장 친박계는 "탄핵에 앞장선 유 의원에게 전권을 준다면 당이 다시 갈등 국면으로 들어갈 것"이라며 유승민 비대위원장에 반대하고 있다. 원내 인사보다는 외부에서 비대위원장을 선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친박계 의원은 "외부에서 비대위원장을 모셔오고, 비대위원들도 외부 인사 중심으로 구성해야 한다"며 "내부에서는 계파 양쪽에서 몇 명씩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황식 전 총리, 조순형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 김태호 전 의원 등이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정우택 신임 원내대표 또한 유승민 비대위원장 카드에 난색을 표했다.
정 원내대표는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강성 친박에게 2선 후퇴를 요구할 예정이기 때문에 또 다른 비박계 강성인 김무성 전 대표와 유 의원은 비대위원장에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인적 청산 등 계파 전쟁을 하려는 사람도 비대위원장 자리에 모시기 어렵다"며 "이 두 가지 조건만 충족된다면 99% 비박이 추천하는 인사로 비대위원장을 시키겠다"고 말했다.
◇ 탈당파 "친박 청산 불가능…아수라장 새누리 나와야"
유 의원이 요구한 '전권'도 친박계가 용납할 수 없는 요인 중 하나다.
유 의원을 비롯한 비박계가 친박 8적 등 인적 청산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내 주류인 친박계에게서 위임받은 '전권'으로 다시 친박을 '제거'하는 게 앞뒤가 맞지 않다는 것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친박에게 받은 힘으로 친박을 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기 때문에 비박계로서도 더 이상 당에 남아있을 명분이 없다"며 분당 가능성을 예측했다.
수도권의 한 비박계 의원은 "당에 남아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가망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결심할 수밖에 없다"며 "다음주 초반 결판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 탈당파는 비박계에 탈당을 권유하며 신당 창당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남경필 지사는 유 의원에게 "친박들은 정치생명 연장 밖에 목표가 없어 보이는데 친박이 다수인 구조에서 새누리당 해체와 친박 인적 청산이 애당초 불가능한 것은 아니냐"며 "비대위원장이 누가 되느냐가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김용태 의원도 유승민 의원에게 " 더 이상 어떤 수모를 당해야 친박들과 결별할 거냐"며 "아수라장이 된 새누리당에서 나와 우리와 함께 보수의 중심의 신당을 만들자"고 제안했다.